푸른교회 아카이브

새벽송 추억

요즘은 새벽송 하는 교회를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전에는 성탄절 새벽이면 으레 어느 교회나 새벽송을 돌았습니다. 

 

<새벽송>이란 성탄절 새벽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라고 노래하며 주님의 탄생을 전했던 천사들의 합창에서 유래된 기독교 문화의 오랜 전통입니다. 

 

지난 6-70년대를 거쳐 80년대 초중반까지 한국 기독교가 크게 성장하던 시절, 그때는 아직 우리나라에 이렇다 할 축제 문화가 없던 시기였기에 우리 사회에서의 성탄절은 그 의미가 참 컸습니다. 

 

성탄 이브에는 교회마다 축하 발표회를 하고 교회에서 밤을 꼬박 새고는 이른 새벽 젊은 집사님들과 청년 학생들이 여러 팀으로 나눠 그야말로 산을 넘고 물을 건너서 저 멀리 떨어진 교인들의 집까지 일일이 찾아다니며 캐럴을 불렀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웬만한 5,60대 성도들에게는 누구나 아련한 새벽송의 추억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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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저도 새벽송을 돌았는데 어떤 때는 밤새 눈이 내려 발이 푹푹 빠지기도 하고 또 계속 눈이 내려 머리에 눈을 잔뜩 쓰고 다니기도 했는데, 한번은 어느 양조장을 하는 성도님 댁에서 찬양을 하자 그 여집사님 남편이 큰 막걸리 주전자를 들고 나와 추우니까 한 잔씩 하고 가라며 학생들에게까지 다 한 사발씩 부어주는 바람에 교회로 돌아와서는 모두 난로가에 쓰러졌던 기억도 납니다. 

 

그때는 성도들의 집 앞이나 마당에서 캐럴을 부르고 <메리 크리스마스!>하고 외치면 그 가정에서 미리 준비해놓은 과일이나 과자 꾸러미를 내줬는데 그걸 큰 자루에 담아 마치 산타 할아버지처럼 어깨에 메고 다녔습니다. 

제 기억에 새벽송 때 주로 불렀던 캐럴은 <탄일종이 땡땡땡 은은하게 들린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 만 백성 맞으라!>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등이었습니다. 

 

저는 그때 그렇게 하얀 눈밭에서 캐럴을 부르며 새벽송을 돌면 그동안 지은 모든 죄를 하나님이 다 용서해 주실 것 같았고,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와 제 양 어깨에 날개라도 달아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몸이 꽁꽁 얼어 입술도 잘 움직여지지 않았지만 가슴에는 따뜻한 뭔가가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발은 아프도록 시려도 기분은 그렇게도 상쾌하고 좋을 수가 없어서 찬바람 씽씽 부는 논두렁 밭두렁 길을 열심히 헤매고 다녔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습니다. 

 

그렇게 추위도 마다 않고 몇 시간을 돌다 교회로 돌아오면 권사님 집사님들이 떡만둣국을 끓여주시곤 했는데 새벽송 후에 먹는 그 떡만둣국과 김장 김치 맛은 정말 하늘에서 내려 주신 하얀 눈꽃송이로 가래떡을 뽑고 하늘에서 흘러내리는 수정 같이 맑은 샘물로 떡국을 끓여낸 것 같은 천상의 맛 그 자체였습니다. 

그로부터 50년이 흐른 지금도 저는 성탄 시즌이 되면 문득 그 옛날 새벽송을 돌던 알싸한 추억이 그리움처럼 생생하게 되살아납니다. 

 

지금은 사람들에게서 <새벽송>이라는 단어조차도 낯설어졌지만 그때는 가난하고 남루했어도 그렇게 서로를 축복하는 성탄절이어서 좋았고, 또 뽀드득 뽀드득 눈 밟는 소리도 정겨웠지만 잔뜩 지고 온 산타 자루를 열어 과자와 선물을 서로 골고루 나눌 수 있어서 신나고 행복한 성탄절이었습니다. 

 

새벽송의 추억이 눈송이처럼 가슴에 내려앉는 성탄 이브입니다.

내일 새벽에는 새벽송 대신 천군 천사들의 합창을 들으시며 주의 복되고 아름다운 성탄을 맞으시기 바랍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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