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죽거든, 사랑하는 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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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오전 6시-7시까지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CBS FM의 기독교 음악 프로그램 <정민아의 어메이징 그레이스>가 방송 10주년을 기념하여 지난 2012년부터 2022년 9월 말까지 방송된 4만 3천 여곡을 대상으로 청취자 선호도와 신청 빈도, 방송 횟수 등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찬송은 새찬송가 438장인 <내 영혼이 은총 입어>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위는 <나 같은 죄인 살리신>, 3위는 <내 영혼에 햇빛 비치니> 였습니다.
<내 영혼이 은총 입어>는 20대에서 70대까지 거의 모든 연령층에서 높은 선호도를 보이며 다른 곡들에 비해 월등한 지지를 받아 <한국인이 사랑하는 찬송가 Best 100>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 찬송은 (영어의 원제목-Since Christ my soul from sin set free) 미국 동부 뉴저지 출신의 교회학교 교사 찰스 제이 버틀러(Charles J. Butler)의 작사로 되어 있습니다만 원작은 영국의 시인 크리스티나 로세티(Christina Rossetti)의 시 <예수 계신 곳이 천국>(Where Jesus Is, Tis Heaven)이라는 시를 버틀러가 개사한 노랫말입니다.
<내 영혼이 은총 입어 중한 죄짐 벗고 보니
슬픔 많은 이 세상도 천국으로 화하도다
...
높은 산이 거친 들이 초막이나 궁궐이나
내 주 예수 모신 곳이 그 어디나 하늘나라
할렐루야 찬양하세 내 모든 죄 사함 받고
주 예수와 동행하니 그 어디나 하늘나라>
크리스티나 로세티(1830-1894)는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여류시인입니다.
세련된 시어와 과하지 않은 운율, 신비스럽고도 신앙적 색채가 짙은 작품 세계로 같은 해 미국에서 태어난 에밀리 디킨슨과 여성 시인의 양대 산맥을 이루었던 거장이었습니다.
<잘 자라 우리 아가 앞뜰과 뒷동산에 새들도 아기양도 다들 자는데...>하는 모차르트의 자장가 노랫말도 로세티의 동화 같은 시입니다.
당시의 문학 비평가들은 평생 독신으로 살며 글쓰기를 마치 성직처럼, 천직처럼 여겼던 로세티에 대해 <자연이 윌리엄 워즈워드의 삶이었듯 신앙은 로세티의 삶이었다>고 할 만큼 신앙은 그의 영혼의 궁극적인 지향점이었습니다.
고독과 여러 가지 병고에 시달리면서도 끝까지 절제와 청빈 속에서 <죽음>을 주제로 한 맑고도 깊은 시들을 많이 남겼는데, <나 죽거든, 사랑하는 이여>(When I am dead, my dearest)는 그녀의 수많은 작품 가운데서도 영문학사에 길이 남을 가장 아름답고 슬픈 시 가운데 하나입니다.
못다 핀 꽃잎처럼 스러진 젊은이들에게,
아직은 눈부신데 샛노란 은행잎처럼 서둘러 떨어진 이태원 젊은이들의 영전에 삼가 이 시를 바칩니다.
<나 죽거든 사랑하는 이여
슬픈 노랠랑 부르지 마세요.
내 머리맡엔 장미도, 그늘지는 사이프러스 나무도 심지 마세요.
다만 녹색 잔디를 심어
소나기와 이슬방울에 젖게 두세요.
그리고 생각나면 기억해 주시고
잊으려거든 기억에서 지워도 됩니다.
해가 뜨지도 지지도 않을 황혼 속에서
다만 나는 당신을 영원히 잊지 못할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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