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수집가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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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백년 후 혹은 이백년 후의 <이건희>는 어떤 인물로 기억될까요?
<삼성>이야 그 시대적 소임을 다하고 사라지거나 잊혀지겠지만 <이건희>는 걸출한 컬렉터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하며 대한민국 근대사와 문화 예술사의 위대한 전설로 남을 것 같습니다.
저는 그동안 고 이건희 회장을 그저 <삼성>을 이끈 글로벌 기업가로만 알았지 이렇게까지 독보적인 문화 컬렉터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매스컴이 이건희 회장의 2만 3천여 점에 이르는 대규모 미술품 기증을 두고 <세기의 기증 사건>이라고 했는데, 맞습니다! 그건 사실입니다.
역사상 일개인이 2만 3천여 점의 미술품을 국가에 기증한 예가 있을까요?
기증품의 양적 규모도 놀랍지만 그 한 점 한 점의 문화 예술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생각하면 실로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이건희는 대체 어떤 기준으로 이 많은 작품들을 컬렉팅 했을까요?
일찍부터 드물고 희귀한 작품들의 진가를 알아보고 집요하고도 대범하게 수집한 그의 그 도드라진 예술적 안목은 어디서 온 것일까요?
이건희 컬렉션의 기증품들을 돈으로 환산한다는 자체가 어리석지만 우리나라 국립미술관의 연간 예산이 50억에도 못 미치는 수준임을 감안하면 앞으로 백년이 걸려도 절대 이만한 작품들을 수집할 수 없다고 단언한 전문가들의 견해가 이해되고도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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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요일 한신애 권사님의 배려로 국립중앙박물관의 이건희 컬렉션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를 다녀왔습니다. 이번에 전시된 355점의 작품들은 그가 기증한 전체 물량의 1.5%에 지나지 않지만 그럼에도 제게는 컬렉터 이건희의 안목과 취향뿐 아니라 그의 작품 수집의 스펙트럼까지도 확인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리움미술관>, <호암미술관>을 다 가봤지만 선사시대부터 21C까지 금속, 토기, 목가구, 조각, 서화, 유화 등 그 시기와 분야도 다양해 단연 최고 수준의 전시회였습니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제가 본 <클로드 모네>의 <수련> 그림만도 수십 점인데 이번 전시회에서 본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은 처음 본 작품이었습니다. 그의 <수련> 연작 거의 모든 작품에 등장하는 연못 주변 풍경이나 일본식 정원 다리가 없고 오직 수련과 수면의 빛의 변화에만 집중한 최고의 <모네 부흥기> 작품이라는 느낌과 함께 저로서는 그 그림 한 점 만으로도 <어느 수집가의 초대>를 받아 분에 넘치는 대접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어 새삼 65세 이상 무료입장 혜택까지도 송구스러울 지경이었습니다.
박수근의 <아기 업은 소녀>, 지난 50년간 행방이 묘연했던 이중섭의 <황소>와 <섶 섬이 보이는 풍경>, 대가다운 표현 양식과 풍부한 질감으로 회화의 본질을 전달하는 김기창의 <소와 여인>, 김환기의 추상회화 절정기의 푸른색 작품 <산울림>,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추상화를 실험한 작가 유영국의 <무제>,천경자의 <만선>, 장욱진의 <가족>... 정말 이건희가 아니고는 누구도 감히 상상할 수 없을 명작들, 교과서에나 나오고 사진으로만 봐온 걸작들이 진품으로 지금 내 눈앞에 걸려있다는 사실이 좀처럼 실감 나지 않아 휴대폰으로 찍기도 하고 또 도록을 한 권 사기도 했습니다.
명색이 국가가 운영하는 미술관이면서도 이들 작가들의 변변한 대표작 한 점도 없었던 국립미술관이 단번에 소장품 수준을 극대화하고, 동시에 양적으로도 2만점 이상을 더하는 전무후무한 탈바꿈을 꾀하게 되었으니 이 어찌 동시대를 사는 오늘 우리는 물론 후세들에게도 충격적인 행운이 아닐 수 있겠습니까.
작년 5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이번 전시회에 나온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과 같은 주제, 같은 규격, 같은 시기의 작품 <수련 연못>(Le Bassin aux Nympheas)이 자그마치 7,040만 달러, 한화 약 8백억원에 낙찰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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