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교회 아카이브

윤여준과 박선숙

각 가정마다 이번 추석 상에는 과연 어떤 메뉴가 오를까요? 박근혜 후보의 <과거사 사과>? 문재인 후보의 <호남민심 되돌리기>? 안철수 후보의 <다운 계약서>? 그런데 며칠 전 이 나라의 추잡한 정치현실에 넌더리를 내는 사람들이 또 한 번 치를 떨 일이 발생했습니다. 새누리당의 책사요 지난 천막 당사 시절 박근혜 대표의 기획통이었던 윤여준이 뜬금없이 민주당 문재인 캠프에 합류했는가 하면, 민주당에서 사무총장까지 맡아 지난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박선숙이 민주당을 버리고 안철수 캠프로 들어간 것입니다.


솔직히 저는 누가 어디서 탈당을 하고, 누가 누구를 버리고 어디로 가서 붙든 그 자체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그 소식을 듣는 순간 갑자기 소태를 씹은 느낌이었습니다. 아무리 되지 못한 정치판이라지만 이건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경제학이 자신있게 내세우는 이론 중에 <이윤 극대화 원칙>이라는 게 있습니다. 각 경제 주체가 어떤 일에 들인 비용과 대비하여 수익이 최대가 되도록 행위할 때 비로소 경제적 효율이 발생한다는 주장인데 이들의 경우도 아마 애초의 소신대로 나갈 때 감당해야 할 비용과 반대로 정치 계절풍에 따라 철새가 되는 경우에 기대되는 <수익>을 철저하게 저울질 했을 터입니다. 그리고 그 저울추가 기우는 대로 처신했겠지요. 대선을 앞두고 이런 식의 철새들의 파렴치한 이합집산이 더욱 극성을 부리겠지만 저의 순진한 생각에 는 대저 정치인의 처신이란  자기에게 이로우냐 해로우냐의 장삿속보다도 그게 역사의 대의에 얼마나 합당하냐 부당하냐로 결정해야 옳다는 것입니다. 


신통하게도 윤여준과 박선숙은 20년 이상의 연령차에도 불구하고 공통점이 참 많습니다. 윤여준은 김영삼 정부시절 청와대 공보수석을 지냈고 박선숙은 김대중 정부시절에 청와대 공보수석을 지냈습니다. 윤여준은 제4대 환경부 장관을, 박선숙은 노무현 정권 때 제7대 환경부 차관을 역임했습니다. 2006년 서울시장 선거 때는 윤여준이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측의 선대위원장으로, 박선숙은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의 선대위원장으로 맞장을 뜬 인연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나란히 정적의 캠프로 전향한 것입니다. 특히 윤여준의 그간의 행적은 가히 변신의 귀재요 달인이라 할 만 합니다. 전두환 노태우 정권시절부터 청와대에서 근무했으며 제16대 한나라당 전국구 의원과 총선기획위원장, 17대 총선 때는 박근혜 대표의 오른팔 노릇을 했고, 한나라당의 여의도 연구소장을 역임하면서 범 보수파의 제갈량으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안철수 후보의 청춘 콘서트에 참여하며 안철수의 멘토를 자임하다 안 후보가 <윤 전 장관이 제 멘토라면 제 멘토는 김제동, 김여진을 비롯해 3백 명이 넘는다>고 한 말에 삐져 두 사람 사이가 급속히 나빠졌다는 얘길 들었는데, 어느새 다시 민주당 문재인 캠프에 합류해 <국민통합추진 위원장>이란 감투를 꿰찬 걸 보면 과연 그의 재주가 신출귀몰한 책사답습니다. 


이건 순전히 제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저는 다알리아를 참 싫어합니다. 한 때 풍성한 아름다움을 향유했으면 질 때는 깨끗이 산화해야 하는데 다알리아는 마지막까지도 질질 추한 모습을 보이는 꼴이 영 싫습니다. 사람도 그렇습니다. 어떤 이들은 늙을수록 점점 더 인간미가 있고 대나무 같은 꼿꼿함과 깨끗함을 보이는 반면 또 어떤 이들은 늙을수록 절조가 없고 어디에 가 붙더라도 살아남으려고 온갖 치사한 짓에 더러운 냄새까지 피웁니다. 


윤여준 할아버지! 본인은 그렇게라도 해서 살아남는 게 꽃인 줄 알지 모르지만 제게는 예의 그 시든 다알리아처럼 너무 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