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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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이 개천절이었습니다. 우리 민족의 시조인 단군이 고조선을 건국한 날입니다.
고려의 승려 일연(一然)의 <삼국유사>에 나오는 단군의 얘기는 참 특이합니다. 한 나라의 개국을 곧 하늘이 열리는 사건으로 이해한 것입니다. 이는 역사적 사실 여부를 떠나 우리 민족의 정서와 세계관을 함축한 소중한 정신적 자산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곰과 호랑이의 대결에서 결국 곰이 승리해 여자가 되었다는 것은 고대 모계사회의 문화인류학적인 흔적을 말해 주는 것이지만, 곰이 백일 동안 굴속에서 마늘과 쑥만 먹고 살았다는 것은 단군조의 고조선이 인간끼리 서로 피흘리며 싸우는 전쟁보다는 우주의 생기가 응집된 자연의 진액을 빨며 늘 평화롭게 살기를 바라는 공동체 였다는 사실도 암시합니다. 또한 거기에는 밤중 으슥한 곳에 숨어 남의 생명을 노리는 호랑이와 같은 성정의 인간들은 처음부터 배제된 민족이라는 뜻도 담겨있습니다.
본디 <단군>은 어원학상 고대 북만주와 시베리아 지역에서 하늘의 뜻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직분을 의미하는 <탕구르>또는 <당굴>, <당골>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단군이란 특정한 개인을 지칭하기 보다는 그런 영적 지도자의 출현으로 가능해진 고대사회의 변화를 반영한 말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단군의 본래적 사명이란 공동체가 겪는 아픔을 하늘의 힘을 빌어 풀어주고 사람들 앞에 정신적 좌표를 제시하여 그 방향으로 민족 공동체를 이끌어 가는 데 있었습니다. 개천절은 바로 그런 <탕구르>의 출현으로 이루어진 <하늘의 열림>을 기뻐하며 감사하는 날입니다. 따라서 어느 시대나 진정한 <탕구르>를 갖지 못한 나라와 민족은 불행할 수 밖에 없습니다.
최근 야기된 미국발 경제위기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졌습니다. 우리나라도 주가폭락, 물가폭등, 환율폭등, 외환고갈 등으로 시장이 거의 공황상태입니다. 거기다 엎친 데 덥친 격으로 중국발 멜라민 사태까지 터져 다들 여간 심란해하고 있지 않은데 이건 또 무슨 날벼락입니까?
지난 목요일 아침 또 한차례 국민들이 큰 충격과 경악에 휩싸였습니다. 연예인 안재환에 이어 최진실의 자살 소식이 전해지면서 모두가 할 말을 잃은 것입니다. 원래 우리는 어둠 속에서 마늘과 쑥만 먹고도 백일을 견딘 민족인데 요즘은 어째서 이렇게도 허무하게, 쉽게 절망하고 포기한단 말입니까?
하나님은 우리더러 <피투성이가 되더라도 살라! 내가 다시 이르노니 너는 피투성이로라도 살라!>(겔16:6)고 하셨는데, 왜 이렇게 다투어 제 생명을 스스로 살해한단 말입니까? 우리는 그들을 동정하고 무한히 연민하며 마지막 가는 길에 한 송이 국화꽃은 바칠 수 있어도 자살을 미화하거나 정당화 할 수는 없습니다. 내 생명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 하나님이심을 믿기 때문입니다.
이제 교회는 이 시대의 진정한 <탕구르>로 거듭나야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양식삼아 그 진액을 섭취함으로 어두움 속에서도 결코 꺼지지 않는 등불로 타올라야 합니다. 그래서 힘들 때, 삶이 고단할 때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의 참된 영혼의 쉼터가 되어야 합니다. 하늘이 닫혀서 절망하는 사람들 앞에 하늘을 열어 희망의 빛을 보게 하는 우리 민족의 진정한 제사장이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