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교회 아카이브

눈물의 엘리베이터

지난 월요일 인터넷에 뜬 <눈물의 엘리베이터>라는 CCTV 동영상을 봤습니다. 최근 대구에서 투신한 고교 1년생 김모(16)군의 자살 당일 모습인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파트 15층까지 올라가는 동안 마치 무너지듯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몇 번이고 오른 손으로 눈물을 닦고 있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김군은 그 동영상이 찍힌 시점으로부터 7시간 30분 후 그 아파트 15층에서 몸을 던졌습니다.  어린 것이 너무나 가엾고 애석해서 지난 주 내내 몹시 우울했습니다. 아직 제대로 피어보지도 못한 어린 아이가 얼마나 힘들고 절망스러웠으면 그런 결심을 다 했을까요. 투신을 생각하는 동안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까요. CCTV에 비친 아이의 뒷모습이 너무도 외롭고 슬퍼 보였습니다. 단 한 명이라도 저 아이의 고민을 들어줬더라면 …. 그날 누구라도 저 아이를 엘리베이터 안에서 혼자 울게 내버려 두지만 않았더라면 … 하는 안타까움에 가슴이 저렸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서로 간에 너무 단절되고 고립되어 모두가 견디기 힘들만큼 외롭습니다. 우수한 성적에 축구를 좋아했던 아이, 이미 2009년부터 친구들의 폭력에 시달리며 <너무 많이 맞아 힘들어! 너무 많이 맞은 것 같아서 너무 힘들어요! 저는 거의 매일 맞았어요!>하는 메모까지 발견됐는데도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니 …. 친구가 당하고 있는 걸 뻔히 보면서도 침묵하고 있었던 같은 반 아이들도 야속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대구에서는 지난 6개월 동안 학교폭력과 관련된 자살 사건이 무려 10건이나 발생했습니다. 학교폭력이 도를 넘어 이제는 거의 막장 수준이 아닐 수 없습니다. 희생자들도 다 13∼16세밖에 안 되는 어린 아이들이었습니다. 대체 이 땅의 어린 자식들이 얼마나 더 죽어나가야 어른들이 제 정신을 차릴까요. 우리 중 이런 기사를 보고 댓글을 다는 이상의 용기 있는 행동이나 책임적인 실천을 할 어른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일이 터질 때마다 쉬쉬하며 칙임회피에만 급급한 학교 당국도 참 무책임의 극치입니다. 이번 만 해도 김군이 다니던 학교에는 왜 아무런 책임도 안 묻습니까? 누구도 책임지는 이 없는 이 무섭고도 비정한 세상, 학교 폭력 없는 세상이 그렇게도 힘든 걸까요?


독일 유학시절 4년간의 본대학 생활을 마치고 뮌헨대학으로 옮긴 첫 해 기숙사를 얻지 못해 독일인 가정에서 1년간 홈스테이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호스트 가정에 에어랑겐 대학을 다니다 실연을 당해 공부마저도 중단한 채 집에 와있던 19세 된 막내 딸이 있었습니다. 심한 우울증에 빠져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었는데 원망과 분노로 가득 차 심지어는 가족들마저도 접근이 쉽지 않았습니다. 저는 마음고생이 너무 심한 아이의 어머니가 딱해서 자주 말을 걸며 어떻게든 그 아이의 생각과 정서를 좀 바꿔보려고 애썼습니다. 다행히도 조금씩 마음을 여는 듯했고, 겨울이 지나고 4월 초에는 다시 학교로 가겠다며 집을 나섰는데 제법 웃기도 하고 가벼운 농담까지 던지는 여유도 보였습니다. 그러나 학교로 돌아간지 불과 닷새 만에 경찰이 아이의 자살소식을 전하며 부모의 확인을 요구해 왔습니다. 가족들을 태우고 부랴부랴 에어랑겐으로 달려가면서 저는 어린 자식의 자살 만큼 부모의 가슴을 아리게 하는 슬픔도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했습니다. 집에서 죽을 기회를 얻지 못하자 일부러 웃기까지 하며 가족들을 안심시킨 후 다시 기숙사로 돌아가 죽었다는 생각을 하자 그 아이가 겪었을 절망이 너무나도 안타까웠고,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하며 슬퍼하는 그의 어머니를 보며 몹시 괴로워했었는데 그동안 잊고 지낸 그 독일인 여학생 사비네가 이번 김군의 동영상을 보는 순간 다시 생각나면서 제 가슴을 더욱 먹먹하게 했습니다. 제발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해 봅니다.


<아가야, 여러 해 혼자서 너무 힘들었겠구나. 어른들이 이렇게도 많은데 너 하나를 지켜주지 못해 너무너무 미안하다! 부디 폭력 없는 나라에서 너 좋아하는 축구 마음껏 하며 편히 쉬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