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전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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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어버이 날인 오늘도 당신은 땀에 흠뻑 젖어 24층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시며 대걸레질을 하고 계시겠지요. 남들은 용돈을 벌고, 혹은 운동 삼아 한다지만 당신은 생활비를 버시고 헌금을 하시기 위해, 또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시겠다며 일흔 여섯의 적지 않은 연세에도 그 험한 일을 마다 않으시니 그저 지켜만 볼 뿐 아무런 도움도 못되는 이 못난 아들은 늘 가슴이 미어집니다.
열여덟 고운 나이에 시집 오셔서 서른일곱에 남편 흙에 묻으신 후 이 날 이때까지 모진 세월 사시며 단 한 번도 평안이나 행복이란 걸 모르고 지내오신 어머님, 당신의 이름은 슬픔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름입니다. 어린 시절 언젠가 창문 너머로 당신의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텅 빈 방안에 홀로 앉아 계신 당신은 새하얀 종잇장처럼 얇고 가벼워 보였습니다. 바람 한 줄기에도 곧 무너질 것 같았던 당신이셨습니다. 아직도 그 그림이 제 눈에 선한데 어느새 팔순을 바라보는 할머니가 되셨다니 속절없이 흐르는 세월이 안타깝습니다.
작가 박범신은 히말라야에서 잔뜩 짐을 지고 가는 노새를 보고 울었다고 합니다. 혹독한 짐을 지고 고달프게 사셨던 어머님 생각이 나서 꺼이꺼이 울었다고 했습니다. 어머님, 평생 노동으로 당신의 손과 발에 못을 박고, 상심과 실망으로 가슴에까지 아픈 못질을 한 이 불효막심한 죄인도 오늘, 어머님 앞에 엎드려 피눈물을 흘리며 사죄를 빕니다. 당신은 지금도 쾨쾨한 지하 단칸방에 사시며 감사를 잊지 않고 계신데 저는 볕 잘 들고 바람 잘 통하는 단독 2층에 살면서도 툴툴거리는 미련한 목사입니다. 누구는 <때 절은 몸빼 바지가 부끄러워 아줌마라고 부를 뻔했던 그 어머니가 뼛속 절절이 아름다웠다고 느낀 것은 내가 내 딸에게 아저씨라고 불리워지지 않을까 두려워질 무렵이었다>(복효근, 어머니에 대한 고백)고 했지만, 저는 목사된 지 21년, 목회한 지 17년이나 지난 오늘에서야 비로소 어머님의 기도가 소중하고, 새벽마다 찬송하시는 어머님의 표정이 천사처럼 빛난다는 사실을 알아챈 참으로 무심한 목사입니다. 어머님, 당신이야말로 제가 이 땅에서 만난 가장 아름다운 분이시고 제가 영원히 부를 마지막 이름이십니다.
이 푸른 5월이 다 가기 전에, 너무 오래 마음에 담아두었던 따뜻한 감사의 말씀 한 마디 건네고 싶습니다.
저는 어머님이 계시기에 웃을 수 있고, 어머님이 계시기에 외롭지 않고 행복합니다.
고맙습니다. 죄송합니다. 사랑합니다.
2012년 어버이날 아침
목사 아들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