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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 "故 김태양 집사님의 영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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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agraph:p0001 -->
<p>저는 부처님 덕분에 매년 생일만큼은 성대하게 치릅니다. 생일이 사월 초파일이라 이미 한 두달 전부터 거리에 연등이 내걸리며 거국적으로 축하하는 통에 한 번도 그냥 잊고 넘어간적이 없습니다. 목사가 생일을 음력으로 챙긴다며 나무라는 이가 있음에도 굳이 양력으로 옮길 필요를 못 느끼는 걸 보면 남의 생일에 무임승차하는 재미도 제법 쏠쏠한가 봅니다. <br><br>그러나 솔직히 저는 제가 태어난 날 보다는 죽는 날이 적은 사람들에게라도 더 기억되기를 바라는 사람입니다. 어쩌면 그것도 제 주제를 모르는 허영일지도 모르지요. 그럼에도 제대로 죽고싶다는 생각은 저의 숨김없는 진실입니다. <br>그간 목회를 하며 여러차례 임종을 경험했습니다. <br>참 딱한 죽음도 봤고, 평안한 죽음, 부러운 죽음도 봤습니다. 끝까지 자기의 죽음을 용납하지 못해 몸부림치다 온갖 저주와 원망을 다 퍼붓고 숨을 거두는 끔찍한 죽음도 봤습니다. <br><br>지난 주일, 추석날 새벽 김태양 집사님이 우리곁을 떠났습니다. 그는 사실 오래전부터 자신의 죽음을 준비해왔습니다. 47세의 안타까운 일기로 소천했으나 그는 이미 죽음을 늘 예감하며 살았습니다. 젊은 나이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황망히 요절하는 사람에 비하면 참 복된 죽음이 아닐 수 없습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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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제게 농삿일을 가르쳐주고 자연 감상법이며 어성초, 삼백초를 일러준 사람, 구원론의 전도사로 수천개의 전도용 테이프를 직접 편집 제작하여 열심히 이웃들에게 전했던 사람. 환자, 장애인,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관심과 연민이 유난히 깊었던 사람. 4월초부터 시작되는 파스텔톤의 연두색 자연을 그렇게도 좋아하여, 그 시기에는 아예 농막에서 지내며 숨막히는 개구리 소리에 흠뻑빠져 살았던 사람.<br>한 줌 재로 화한 그의 주검을 생전에 입버릇처럼 당부한 대로 그가 사랑하던 자연으로 환원했습니다. <br>아직 가족들의 가슴 속에는 슬픔과 그리움이 정리되지 않은 시간입니다만, 아직은 부인의 가슴 속에도 한 세월 함께 살아오며 쌓였을 미운정 고운정이 고스란히 남아 있을 시간입니다만 <br>김태양 집사님,<br>망자가 된 당신은 이제 모든 아픔과 고통을 내려놓고 천국에서 평안히 쉬십시오. 언젠가 농장 연못가에서 당신이 제게 들려준 도종환의 시를 오늘은 제가 당신의 영전에 바칩니다. <br><br>옥수수 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br>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br>낙엽이 지고 찬 바람이 부는 때까지<br>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 <br>참으로 짧습니다. <br>…<br>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br>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br>당신과 내가 갈아 엎어야 할<br>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br>논두렁을 덮는 망촛대와 잡풀가에<br>넋을 놓고 한참 앉았다가 일어섭니다. <br>…<br>옥수수 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br>이제 또 한 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br>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br>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니다.<br></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