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id": "xe-8593",
  "title": "보혈의 능력",
  "authors": [],
  "category": "column",
  "dates": {
    "registered_at": "2012-03-31T17:52:41",
    "original_updated_at": "2012-03-31T17:52:53",
    "published_on": null,
    "delivered_on": null
  },
  "tags": []
}
---
<!-- paragraph:p0001 -->
<p class="p1">&lt;보혈의 능력&gt;이란 주님이 십자가에서 흘리신 피로 우리 모두가 구원을 얻게 되었다는 고백의 압축된 표현입니다. 다시 말해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 &lt;주님의 피&gt;로 그 의미의 절정을 획득했다는 사실을 증언하는 어법입니다. 그런데 원래는 피 냄새가 날만큼 싱싱하던 이 진술이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그 본래의 역동적인 현실감을 상실해 버렸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어째서 2천 년 전의 예수님의 죽음이 곧 나를 대신한 죽음이었다는 것인지, 또 그 사건이 어째서 내게 구원의 은혜가 된다는 것인지가 선뜻 피부에 와 닿지 않게 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런 주님의 피가 궁극적으로 우리 인생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깨달음도 심히 모호해진 요즘입니다. 저는 이게 바로 이 시대 기독교 신앙의 최대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잠시나마 그 흐릿해진 기억의 고리를 복원해 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무엇보다도 제1세대 직계 제자들의 체험세계에 발을 들여놔야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p>
<!-- paragraph:p0002 -->
<p class="p2"><br></p>

<!-- paragraph:p0003 -->
<p class="p2">잘 아시다시피 제자들은 평소 목숨을 걸고라도 끝까지 주님을 따르겠노라며 장담했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배신하거나 신의를 저버리지 않겠노라며 결의를 다졌습니다. 그러나 막상 위기가 닥치자 내부에서 밀고자가 생겼고, 모두 제 살 길을 찾겠다며 뒤도 안돌아보고 도주한 가운데 주님은 홀로 십자가에 달려 운명하셨습니다. 로마 당국도 선동의 주모자인 주님을 처형하는 것으로 그 사건을 일단락 했으며 연루자라는 혐의로 제자들까지 잡아들이는 일은 삼갔습니다. 그러나 주님의 그 죽음은 결국 제자들의 꼴을 극명하게 드러냈습니다. 주님을 따라 다니는 동안 꽤나 의인이 된 줄 알았던 그들의 죄성을 가차 없이 폭로한 것입니다. 그들의 존재 전부가 주님을 매단 십자가 앞에서 무너져 내렸기 때문입니다. 수제자를 자처했던 베드로마저 그랬으니 다른 사람들이야 오죽했겠습니까? </p>
<!-- paragraph:p0004 -->
<p class="p2"><br></p>

<!-- paragraph:p0005 -->
<p class="p2">문제는 그랬던 그들의 입에서 대단히 의미심장한 고백이 터져 나왔다는 것입니다. &lt;죽기는 죄 없으신 주님이 죽고, 살기는 죄 많은 우리가 살았구나! 아, 그분이 이 세상의 모든 비방과 치욕과 죄를 홀로 다 뒤집어쓰시고 가셨구나! 우리가 당할 일을 그분이 대신 당하셨고, 우리가 죽을 일을 그분이 대신 피 흘리시므로 우리를 살려주셨구나!&gt; 그럼에도 만일 십자가 사건이 여기서 그치고 말았다면 제자들은 아마 평생 회한의 가슴으로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갔을지도 모릅니다. 다행히 그들은 십자가 앞에서 달아난 일을 전혀 나무라지 않으신 부활의 주님을 만났습니다. 주님은 언제 그런 일이 있기나 했나 싶게 전과 조금도 다를 바 없이 그들을 따뜻하게 대해 주셨습니다. 전혀 그들의 죄의식을 자극하지 않으시고 일체 그들의 과거지사를 묻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그 감동은 주님의 직계 제자들뿐 아니라 그 이후 주님의 뒤를 따르는 모든 자들에게도 위대한 신앙고백이 되었습니다. &lt;우리는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그리스도와 함께 살았다!&gt;고 한 사도 바울의 고백도 바로 여기서 온 것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주님은 지금도 우리들을 향해 &lt;죄에 대한 징벌은 내가 십자가에 달려 다 청산했으니 너희는 이제 더 이상 가슴 칠 일이 없다&gt; 하시며 부단히 새 출발을 격려하고 계십니다. 우리의 모든 약함과 죄성을 탓하지 않으시고 모든 과거를 당신의 보혈로 덮어버리셨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우리는 언제나 나를 죄 없는 자로 여겨주시는 힘, 나를 뒤에서 굳건히 밀어주시는 그 &lt;보혈의 능력&gt;으로 삽니다. </p>
<!-- paragraph:p0006 -->
<p class="p2"><br></p>

<!-- paragraph:p0007 -->
<p class="p2">긴 겨울과 지리한 꽃샘추위에도 불구하고 봄이 지척입니다. 주님의 보혈의 능력은 훈훈한 봄바람처럼 지친 영혼의 활력이며 소진한 생명의 기운입니다. 새 봄과 함께 여러분의 가정마다 주님의 &lt;보혈의 능력&gt;이 가득하시길 진심으로 빕니다. </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