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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1">한국 시문학사에서 &lt;모더니즘&gt;이라는 이름으로 현대시의 영역을 넓힌 김기림, 그의 작품은 오랫동안 월북작가의 멍에에 묶여 있다 지난 1988년에야 해금되어 우리 문단으로 다시 복귀했습니다. 1908년에 태어나 일제 치하를 살았음에도 어쩌면 그리도 결 고운 청아함을 그대로 간직할 수 있었는지 그의 정서가그저 경탄스러울 따름입니다. &lt;갈릴레오가 잊어버린 또 하나의 별의 이름&gt;이라는 그의 긴 제목의 시모음집을 보면 마치 은빛 겨울바다의 풍경을 담은 캔버스에서 파도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고, 까마득히 잊어버린 옛 들길의 추억도 막 되살아 나는 듯 합니다. 그는 삼월이 다 가도록 여전히 오지 않는 봄, 미적대며 아직도 물러가지 않은 겨울의 끝자락을 이렇게 읊었습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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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2"><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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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3">아모도 그에게 수심(水심)을 일러 준 일이 없기에 / 흰나비는 도모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 청(靑)무우 밭인가 해서 나려 갔다가는 /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젖어서 / 공주(公主)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 삼월(三月)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거픈 /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lt;바다와 나비&g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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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2"><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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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3">이것은 단지 계절의 풍경화가 아닙니다. 여기서 말하는 나비란 그저 달이 바뀌면 봄이 자동적으로 오겠거니 하는 우리의 &lt;순진함&gt;이며, 때가 돼도 꽃이 피지 않는 삼월의 바다란 그런 우리의 순진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너무도 영악하고 거친 이 세상의 모습을 가리킵니다. 파란 것이면 무조건 청무우 밭인가 하여 내려앉았다가 그만 사납고 차가운 겨울 파도를 잔뜩 뒤집어쓰고 오들오들 떨며 금새라도 쓰러질 듯 되돌아오는 딱한 나비의 모습, 그것은 동화 속 공주처럼 세상 물정 모르고 살다 세파에 부대껴 여기저기 상처를 입고 비틀거리고 있는 오늘 우리들의 모습과 어쩌면 그렇게도 닮았는지요. 꿈을 건질 수 있으려니 하고 나섰던 거리, 그 길모퉁이에서 겪어야 했던 좌절과 낙망이 깊은 서러움으로 온몸에 전해지면서 아직 만월이 되기에는 한참이나 더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지금 저 삼월의 바다 위로 무심히 떠오르는 &lt;시린 초생달&gt;을 바라보며 뼈저리게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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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3"><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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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3">이른바 한 때는 잘 나가던 사람들도 속으로는 여실히 불안을 느끼며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빈궁의 두려움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는 요즘, 긴 불황의 음침한 그림자가 계속 우리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가운데 그제는 전국적으로 봄비가 내렸고 강원도 영동지방에는 적지 않은 눈까지 내렸는가 하면 오늘 아침에는 다시 기온이 뚝 떨어져 추운 주일이 됐습니다만 그래도 이제는 봄이 오는 소리를 듣습니다. 부디 지척인 새봄과 함께 우리의 이 어렵고 힘든 시기도 속히 지나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하나님의 더 큰 꿈을 기리는 아름다운 결단이 있기를 빕니다. 바울은 자신을 &lt;근심하는 자 같으나 항상 기뻐하고 가난한 자 같으나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하고 아무것도 없는 자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gt;(고후 6:10)라고 했습니다. 이게 우리 모두의 진심어린 고백이 되길 빌어마지 않습니다. 그렇게만 한다면 그 무엇도 우리를 낙망에 빠뜨리거나 좌절시키지 못할 것이고 우리의 길을 가로 막지 못할 것이며, 삼월의 바다가 아무리 시려도 우리의 날개는 결코 지쳐 서럽지 않을 것입니다. </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