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교회 아카이브

IMF의 추억

10년 전에도 그랬습니다. 해외에서는 계속 한국의 경제위기, 부도위기를 쏟아낼 때 우리 정부는 그저 <괜찮다! 과장됐다! 사실무근이다!>는 말만 되풀이 했는데 결국은 IMF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살인의 추억>이라 했던가요? 저는 그 <IMF의 추억> 때문에 진위 여부를 떠나 요즘의 9월 위기설이 몹시 걱정스럽습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는 속담도 있지 않습니까?

하도 말들이 많아 저도 9월 1일자 더타임즈 인터넷판에 실린 <대한민국이 검은 9월로 향하고 있다>를 좀 자세히 봤습니다. 최근 들끓고 있는 9월 위기설에 대한 해외 여론의 진단기사인데 과연 충격적이었습니다. 더타임즈는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정부의 장담과는 달리 충분치 않다고 합니다. IMF의 권장 수준인 3200억 달러에 못미치는 2470억 달러에 불과할 뿐 아니라, 그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우리나라 외환의 상당부분이 미국의 모기지 담보증권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투자돼 있어서 상황에 따라서는 그게 자칫 비유동성 자산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 금융시장의 위기설로 모든 단기채가 일시에 빠져나가고 때맞춰 미국 증권가에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기라도 한다면 한국은 꼼짝없이 외환 부도 사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더타임즈는 <경상수지 적자가 심각한 상황에서 한국이 아직도 환시장의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투자자들이 한국의 외환실태를 확인하고 대거 떠나면 그 순간 원화는 바닥으로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한 CLSA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샤밀라 휄런의 말을 인용하며 기사를 마무리했습니다.

다행히도 그동안 패닉 상태였던 시장이 이제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시장은 여전히 <9월 위기설>에 대처하는 우리 정부의 위기관리능력을 의심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위기의 실체에 접근하는 정부의 태도가 영 미덥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집권 초에는 수출을 위해 저원화 정책을 쓰는 것 같던 정부가 물가가 폭등하자 다시 달러를 매도하면서 원화가치를 상승시켰습니다. 저 같은 문외한도 몇 달 사이에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환율정책에 우려를 금치 못했다면, 시장의 당국에 대한 신뢰야 오죽했겠습니까?

경제는 신뢰 그 자체입니다. 저는 지금의 경제위기도 정부가 시장의 신뢰를 얻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더 이상 9월 위기설이 진짜라느니 가짜라느니 하는 논쟁은 소용없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정부가 얼마나 시장과 국민들에게 신뢰감을 주며 이 위기상황을 주도하느냐 입니다. 그렇지 못하면 이 위기설이 정말 우리의 비극적인 현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제발 정부의 현명하고도 신중한 대처를 촉구합니다. 또 지금 IMF의 추억을 떠올리며 불안해하는 국민들을 하나로 엮을 수 있는 국정도 진지하게 고민해 주길 진심으로 당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