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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초심(首丘初心)

수구초심(首丘初心)

<수구초심>이란 <여우도 죽을 때는 자신이 태어난 곳을 향해 머리를 둔다>는 뜻의 고사성어입니다. 연어나 송어도 바다를 떠돌다 산란 때가 되면 기적 같이 자기가 처음 부화된 모천을 찾아 회귀합니다. 한두 달 전쯤 화제가 됐던 연어 동영상이 생각납니다. 폭우로 미국 워싱턴의 메이슨 카운티의 하천 수위가 높아져 도로로 빗물이 넘치자 때마침 산란기를 맞아 하천을 거슬러 올라가던 연어가 자동차들이 오가는 도로를 건너려고 필사적으로 헤엄치며 허우적거리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보는 이들의 가슴을 짠하게 했습니다. 이는 태어날 때부터 운명적으로 습득되는 견딜 수 없는 귀소본능의 발로였을 것입니다. 내일 설을 앞두고 이미 지난 금요일부터 귀성행렬이 시작됐습니다. 오늘이 피크가 될 것이라는 보도와 함께 연인원 3천 1백 54만 명이 고향을 찾을 것이라니 가히 <민족 대이동>이라 할 만합니다 하기야 우리의 설에 해당되는 중국의 춘절은 아예 보름씩이나 가게 문을 닫고 귀성 전쟁을 벌이는데 올해도 이 기간 동안 움직일 인원이 사상 최대인 31억 명이라니 사람도 고향을 찾는 귀소본능이 여우나 연어 못지않은 것 같습니다. 아무리 교통이 불편한 도서벽지라도 기차, 고속버스, 노선버스, 여객선 등을 몇 번씩이나 갈아타며 기어이 가는 것이 우리의 오랜 귀성관습입니다. 


대개 우리는 다 고향을 떠나 삽니다. 객지 생활은 결코 녹록치 않고 팍팍하며 늘 고단합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견디며 버텨갈 수 있는 것은 언제든 고향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과 그곳에 가면 부모님이 계시다는 안도감 때문입니다. 그래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시골에 계셔야 마음이 놓이고, 하다못해 외갓집이라도 시골에 있어야 위로와 힘이 되는 게 우리들의 정서입니다. 비록 몸은 떠나 있어도 고향은 언제나 마음의 뿌리고, 힘들고 고단할 때마다 생각나는 감성의 모천이며, 조상들이 묻힌 그리움의 땅입니다. 올 설에도 고향을 찾거나 떠올리며 미소 짓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렇듯 귀소본능이란 세상을 순환시키는 하나님의 특별한 은총이요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돌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소중한 창조의 질서입니다. 오죽하면 <객사할 놈>이란 말이 우리 전통의 가장 심한 욕이겠습니까? 그리고 그 돌아가야 함의 운명은 늘상 어머니를 통해 학습되어 왔습니다. 군에 간 아들이 힘들 때 가장 먼저 엄마를 떠올리듯, 누구나 외롭고 어려울 때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본능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입니다. 어느 시인은 인간의 고향을 어머니의 자궁이라 했고, 또 <요나 콤플렉스>라는 말도 있는데 어머니 자궁 속에 있을 때의 평온함과 안락함을 잊지 못해 현실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그렇게 부릅니다. 다 큰 아이가 손가락을 빤다거나 아동기의 습관을 퇴행적으로 반복하는 사람, 혹은 폐쇄적인 성격으로 늘 고개를 숙이고 있는 사람들은 부드럽고도 따뜻한 어머니 품으로 돌아가려는 <모태귀소본능>이 강해 흔히 그런 도피적인 행태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유대인들의 <시오니즘>도 현대에 와서는 월등한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중동의 패권을 꿈꾸고 있어서 세계 평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지만 원래는 2천 년 전 로마에 의해 강제 추방된 디아스포라들이 고향인 예루살렘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염원을 신념화 한 그들만의 특수한 귀소본능에서 출발한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흙에서 왔다가 흙으로 돌아간다고 하고 실제 성경에도 그런 말씀이 있습니다만 이는 곧 인생이란 고향으로 왔다가 본향으로 돌아가는 존재라는 뜻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본향인 천국을 그리워하는 영적 귀소본능도 주셨습니다. 타향살이가 고달프기에 늘 어머니의 품을 그리워하듯 우리에게는 이 땅을 떠나 본향으로 가고자 하는 원초적인 영적 욕구가 있습니다. 사람은 고향을 잃을 때 삶의 목적과 방향이 흔들리는 것처럼 일상에 매몰되어 본향에 대한 그리움과 신념을 잃어버릴 때 인생의 의미와 소망을 상실하게 됩니다. 하여 성공한 인생이란 곧 자아를 찾음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이웃을 찾음으로 관계성을 지켜가는 것이며, 내 인생의 영원한 어버이를 기억하므로 본향을 찾는 사람일 것입니다. 

행복한 설 명절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