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교회 아카이브

최민호의 눈물과 박태환의 미소

극장에 관객이 없다고 합니다. TV 앞에서 우리 선수들의 선전을 지켜보며 응원하느라 영화 쪽으로 눈길을 돌릴 겨를이 없기 때문입니다. 승자의 포효 뒤에서 죄인처럼 고개를 떨구거나 울고 있는 우리 선수들을 볼 때면 가슴이 미어지고, 억울해도 경기장을 박차고 나가거나 편파 판정을 탓하지 않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모습을 볼 때면 또 그렇게도 대견할 수가 없습니다.
갈비뼈가 부러져 뼈 소리가 나는 상황에서 결승전에 나갔던 왕기춘이 어이없는 한판패를 당했을 때도, 여자 펜싱 플뢰레 결승전에서 5대 4까지 갔던 남현희가 역전패를 당했을 때도, 다리에 쥐가 나 쓰러진 뒤에도 바벨에서 손을 떼지 못하며 울부짖었던 이배영 선수의 처절한 투혼을 보면서도 그저 <장하다! 그만하면 됐다!>는 말밖에는 더 할 말이 없었습니다. 금메달이 아니고 은메달, 동메달이어서 서운하다거나 아쉽다는 생각이 조금도 안 들었습니다.
사실 간발의 차로 1, 2, 3등이 갈리는데도 우리는 그동안 너무 1등만을 고집하고, 2등 3등은 아예 치지를 않았습니다. 이제는 외면과 소외로 상처받은 선수들의 심신을 어루만지며 결코 서럽지 않은 2등, 외롭지 않은 3등이 되게 해야겠습니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리에게 첫 금메달을 안겨 준 유도의 최민호 선수와 대한민국의 꿈을 넘어 아시아의 꿈을 이루고 세계의 편견을 깬 수영의 박태환 선수, 그러나 이 둘의 표정은 정반대였습니다.
최민호는 다섯 경기를 내리 한판승으로 이기며 금메달을 확정한 후 매트에 엎드려 한없이 흐느꼈습니다. 오히려 패자인 루드비히 파이셔 선수가 다가가 그를 일으키며 포옹하고 위로했습니다. 매번 경기가 시작되기 무섭게 상대를 메다꽂던 그 단호한 모습은 간 곳없고 마지막 시상대에 올라서도 그는 연신 눈물을 훔쳤습니다. 지난 세월 겪었던 그 숱한 좌절과 방황과 회한을 한꺼번에 눈물로 다 쏟아내는 듯했습니다.
최민호 선수는 지난 아테네 올림픽에서 6kg이나 초과한 체중을 줄이느라 무리한 끝에 동메달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귀국 후 그는 외로움과 소외감 때문에 방황했고, 가슴이 답답하여 아이스크림을 4-50개씩을 먹어야 잠을 잘 수 있을 정도의 극심한 스트레스와 추운 겨울에도 보일러조차 켜지 못할 만큼의 가난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잠자리에 들 때마다 하나님께 <제가 이렇게 버틸 줄 몰랐죠? 저를 보고 놀라셨죠?> 하며 기도했다는 최민호 선수, 그의 말처럼 오늘의 이 값진 금메달을 주시려고 그토록 모진 시련과 아픔을 주신 것입니다.
그런데 박태환은 달랐습니다. 금메달을 따고, 은메달을 따고, 1,500m 예선에서 탈락을 하고도 그는 그저 유쾌하기만 했습니다. 물속에서는 최선을 다해 승부했지만, 레이스가 끝나면 어디서나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었습니다. 박태환 선수, 바로 오늘 이 시간(17일 오전 11시 58분) 사상 초유의 8관왕이 확실시 되는 미국의 수영천재 펠프스보다 우리는 당신을 더 사랑합니다.
따라서 최민호 선수의 눈물도, 박태환 선수의 환한 미소도 우리에게는 다 값지고 자랑스런 모습입니다. 이배영의 안타까운 노메달도, 박은철의 금보다 귀한 동메달도 우리에게는 다 소중한 승리입니다.

태극전사들이여, 그대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우리는 대한의 아들 딸인 그대들을 진심으로 자랑스러워합니다. 이미 많은 것을 이룩한 당신들의 땀과 눈물을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당신들은 우리의 아름다운 영웅들입니다.
태극전사 파이팅!  대한민국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