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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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망 소식이 주님의 성탄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한 주간이었습니다. 그렇잖아도 경기침체, 유로존 각국의 부도 위기로 지구촌 연말 풍경이 침울했는데 갑작스런 북한발 부음으로 더욱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주님, 김정일의 죽음이 왜 이리 돌덩이라도 하나 올려놓은 듯 저희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걸까요? 왜 이리 저희 마음을 영하 10도를 밑도는 한파만큼이나 얼얼하게 하는 걸까요? 오늘 새벽 꽁꽁 언 이 땅에 다시 한 번 성탄하신 주님, 다만 저희가 두려운 것은 과연 당신이 지금 어떤 표정으로 저희를, 그리고 이 세상을 바라보고 계실까 하는 것이옵니다. 국민의 세금을 연 1조원이나 쓰는 국정원 원장과 연간 예산이 26조 7천억원인 국방부 장관이 <TV 방송을 보고서야 김정일 사망 사실을 알았다>고 한 나라, 김정일 사망 당일 나라를 비우고 일본으로 국빈방문을 떠났던 대통령, 이 나라 당국자들의 이 어이없는 블랙 코미디를 보시며 주님은 과연 웃고 계실까 울고 계실까 그것이 궁금할 따름입니다.
주님, 저희에게는 이 땅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이렇듯 처연한 달빛처럼 흐느끼는 것이고, 저 강물처럼 아무도 듣지 못하는 소리로 통곡하며 참회하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늘 받기만 할 뿐, 올해도 성탄하신 주님께 아무것도 드릴 것이 없는 저희의 이 가난함을 용서해 주십시오. 도저히 헤어날 길 없는 이 어리석음과 몽매함과 이기심과 무심함의 수렁에서 저희를 구하사 보다 자유로운 영혼으로, 따뜻한 가슴으로 살게 해 주십시오.
그래도 오늘 만큼은 색종이를 오려 유리창에 별을 달고 눈송이를 오려 붙이듯 그렇게 저희의 마음의 창마다 당신의 이름을 걸어 놓고 즐거운 캐럴을 부르게 하십시오. 성탄 트리에 매단 은빛 방울 보랏빛 방울을 쩔렁이며 기쁨과 사랑을 노래하고 춤추게 하십시오. 제발 지구촌 모든 이들, 아프고 슬프고 고단한 사람들이 다 성탄의 빛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하십시오.
지난 가을까지 5백원 동전 하나를 얻으러 교회를 드나들었던 수많은 거리의 천사들도 새삼 저희의 가슴을 아리게 하는 오늘, 추운 곳으로, 낮은 곳으로, 남루한 지하교회로 오사 이 아침 저희의 조촐한 축하를 받아주십시오.
해피 버스데이 투 유!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