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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1">지난 16일 미국의 백만장자 20여 명이 워싱턴 DC 미의회를 찾아가 &lt;우리에게서 세금을 더 걷으라&gt;며 138명이 서명한 청원서를 제출했습니다. 이들은 &lt;건실한 국가 재정을 위한 애국적 백만장자들&gt;(Patriotic Millionaires for Fiscal Strength) 소속의 회원들로 미국 사회 최상위 1%에 해당되는 수퍼 부자들입니다. &lt;다른 뜻은 없고 나라에 돈이 필요한 만큼 세금을 더 걷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gt;며 &lt;부자들에 대한 소득세율을 현 35%에서 39.6%로 인상해 달라&gt;고 요구했습니다. 부자들이 스스로 의회까지 몰려가 제발 세금을 더 많이 내게 해달라며 시위하고 청원서까지 냈다니 정말 믿기 힘든 사실이고 꿈같은 얘깁니다. 한 푼이라도 세금을 덜 내려고 소득재원을 감추거나 분식회계 등의 온갖 부정과 편법 탈법을 다 동원하는 우리네 부자들만 봐 온 터라 이게 대체 무슨 소린가 싶고 그저 낯설게만 느껴질 뿐입니다. 물론 부자 증세에 관한 요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8월 14일에는 워렌 버핏이 &lt;수퍼 부자들을 그만 애지중지하라&gt;는 뉴욕 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lt;정치 지도자들이 국민들에게는 고통 분담을 강요하면서도 저와 제 부자 친구들은 늘 그 과제로부터 제외시켜왔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이미 백만장자들에게 몹시 관대한 의회로부터 충분한 배려와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정부가 보다 형평에 맞는 고통 분담을 위해 부자 증세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gt;라며, &lt;내가 내는 세금이 너무 적다&gt;, &lt;나 같은 수퍼 부자들을 감싸지 말라&gt;, &lt;지금 미국 사회에서는 수퍼 부자들이 비정상적인 감세 혜택을 받고 있다&gt;면서 구체적으로 &lt;연봉 백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자 23만 7천 명의 세금은 즉각 올리고, 연봉 천만 달러 이상의 소득자 8천2백74명에게는 추가적인 인상 조치를 취해야 하며 그것으로 빈곤층과 중산층의 복지를 도와야 한다&gt;고 주장했습니다. 포브스지가 선정한 미국의 갑부 순위 제2위인 워렌 버핏은 개인 재산이 5백억 달러(54조원)로 지난해에 납부한 소득세만 해도 6백93만8천744달러(약 74억원)였습니다(참고로 우리나라의 최고 갑부인 이건희 회장의 재산은 8조7천억). 그럼에도 소득에 비해 세금이 터무니없이 적다며 자진 증세를 요구하고 나선 것입니다. 고소득 연예인들의 탈세 소식이 연일 국내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을 때 들려온 버핏의 그 부자 증세 요구는 신선하다 못해 차라리 황당했습니다. 물론 미국 부자들 가운데서 유독 버핏만 정의감이 강하고 세금을 더 많이 내고 싶어 하는 별난 사람은 아닙니다. 그의 부자 증세 요구에 당장 빌 게이츠와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CNN 설립자 테드 터너 같은 사람들이 가세했고, 특히 버핏의 절친이며 세계 최고의 부자인 빌 게이츠는 한 술 더 떠 상속세에 대해서도 획기적인 증세를 요구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8월 24일에는 저 유럽 프랑스에서도 제1위 부자인 화장품 회사 로레알의 릴리안 베탕쿠스를 중심으로 16명의 기업 대표들이 부자 증세 청원서를 의회에 제출했고, 8월 29일에는 독일에서도 &lt;자본과세를 위한 부자들&gt; 회원 50여 명이 &lt;독일이 직면한 국가 부채를 해결하는 방법은 재정긴축이 아니라 부유층에 대한 증세&gt;라며 메르켈 총리에게 부유세 도입을 공개적으로 촉구했습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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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1"><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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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2">그러나 우리나라 부자들은 여전히 &lt;너나 하세요!&gt;식의 요지부동입니다. 도리어 정치권 일각에서 얘기되는 &lt;버핏세&gt;가 도입되면 기업들의 투자만 위축될 거라며 으름장까지 놓고 있습니다. &lt;건실한 국가재정을 위한 애국적 백만장자들&gt; 모임의 웹사이트는 첫 페이지 인사말이 퍽 인상적입니다. &lt;부디 우리나라를 위해 바른 일을 하십시오. 우리의 세금을 올려주십시오. 감사합니다&gt;(Please do the right thing for our country. Raise our taxes. Thank you.)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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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2"><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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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2">반면 최근 국내에서 출간된 &lt;88만원 세대&gt;란 책 표지를 보면 상단의 카피가 참 섬뜩합니다. &lt;20대여, 토플 책을 덮고 바리케이트를 치고 짱돌을 들어라!&gt; 청년 실업자가 100만을 넘었습니다. 심각하다 못해 절망스러울 지경입니다. 이 춥고 힘든 때, 우리는 언제나 이건희 회장 입에서 &lt;제발 내 세금 좀 올려달라!&gt;는 말을 들어 볼 수 있을까요?</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