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교회 아카이브

허무한 날(전 7:13-22)

2011. 11. 12

허무한 날

전 7:13-22


솔로몬처럼 영화를 누리며 산 사람도 없건만 정작 그는 <허무한 날>을 살았다고 합니다. 하기야 아무리 의미 있게 살고 화려하게 살았다 한들 영원에 비하겠습니까? 더구나 이 땅에서의 삶이란 누구에게나 모순과 부조리로 가득 찬 나날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솔로몬 같은 사람이 그렇게 고백하는데 보통 사람들이야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자, 그렇다면 세상살이가 허무한 날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확인해 봅시다.


멸망하는 의인과 장수하는 악인

<내 허무한 날을 사는 동안 내가 그 모든 일을 살펴 보았더니 자기의 의로움에도 불구하고 멸망하는 의인이 있고 자기의 악행에도 불구하고 장수하는 악인이 있으니>(15절).

이는 우리가 늘 보고 느끼는 이 세상 모순입니다. 의인이 자신의 그 의로운 삶에도 불구하고 복되기보다 도리어 멸망하고 악인이 자기의 그 악행에도 불구하고 도리어 장수하는 부조리.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입고 시험에 들고 좌절에 빠집니다. 나봇은 의를 지켰음에도 죽었고, 아벨도 하나님께 산 제사를 드렸음에도 살해당했습니다. 욥의 항변도 바로 그런 것이었습니다. <어찌하여 악인이 생존하고 장수하며 세력이 강하냐>(욥 21:7). 하박국 선지자의 탄원도 마찬가집니다. <어찌하여 거짓된 자들을 방관하시며 악인이 자기보다 의로운 사람을 삼키는데도 잠잠하시나이까?>(합 1:13). 이런 말도 안 되는 모순 속에서도 하나님이 어떻게 일하시고, 어떻게 이 역사를 간섭하시는지를 깊이 사색하며 세상의 온갖 부조리가 믿는 자들의 걸림돌이 아니라 도리어 하나님의 섭리와 경륜을 깨닫는 계시가 되게 해야 진정한 신자입니다.


지나친 의인과 지나친 악인

<지나치게 의인이 되지도 말며 지나치게 지혜자도 되지 말라 … 지나치게 악인이 되지도 말며 지나치게 우매한 자도 되지 말라 어찌하여 기한 전에 죽으려고 하느냐>(16-17절).

이 역시 너무나 인간적인 모순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의인도 악인도 늘 극단으로 치닫는다는 겁니다. 요즘 TV 드라마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들이 너무 막장으로 간다는 우려가 적지 않은데 그게 다 이 세상사의 한계입니다. 논어에도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지 않습니까? <넘치는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뜻입니다. 티베트의 한 수도승은 <당신들은 당신들이 가지고 있는 좋은 옷과 가구와 재산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거기에 시간과 기운을 빼앗겨 기도하고 명상하며 차분히 자신을 되돌아 볼 시간이 없는 것입니다. 당신들이 불행한 것은 가진 재산이 당신들에게 주는 것보다 빼앗는 것이 더 많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랬습니다. 현대인들의 정곡을 찌르는 지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시대의 불행은 모자라서가 아니라 너무 많아 넘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만족할 줄도 감사할 줄도 행복해 할 줄도 모르는 사람들, 의인도 악인도 모조리 다 지나쳐서 탈이라는 현자의 이 말씀이야말로 우리가 다시 한 번 마음에 깊이 새겨야 할 진리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지혜자와 열 명의 권력자

<지혜가 지혜자를 성읍 가운데에 있는 열 명의 권력자들보다 더 능력이 있게 하느니라>(19절).

10이란 7과 함께 완전수를 뜻합니다. 또한 <권력자>란 <성주> 또는 <주권자>를 가리킵니다. 따라서 단 한 사람의 지혜자가 수많은 성주나 나라의 지배자보다 낫다는 것입니다. <너희는 예루살렘 거리로 빨리 다니며 그 넓은 거리에서 찾아보고 알라 너희가 만약 정의를 행하며 진리를 구하는 자를 한 사람이라도 찾으면 내가 이 성읍을 용서하리라>(렘 5:1). 이것은 의인 한 사람, 지혜자 한 사람이 전체 운명에 얼마나 중요한 위치에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개인의 결단과 처신 여하가 공동체 전체에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말씀해 주는 소중한 예언입니다. 의인 한 사람, 지혜자 한 사람은 전체에 함몰된 존재가 아니라 그 전체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결정적인 존재입니다. 하나님이 주시는 참된 지혜, 신령한 지혜로 충만하십시오. 이 시대의 지혜자로 사십시오. 하나님은 언제나 열 명의 권력자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의인, 한 사람의 지혜자를 통해 그 시대, 그 공동체를 구원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