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한 단상(전 2:12-26)
읽기 설정
미리보기 인용
복사되는 내용은 인용 정보와 미리보기 주소다.
현재 미리보기 주소:
20111013
죽음에 대한 단상
전 2:12-26
<태어날 때는 순서가 있어도 죽을 때는 순서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반드시 늙었다고 더 먼저 죽고 젊었다고 나중 죽는 법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뿐만 아니라 죽음은 지혜자와 우매자를 구분하지도 않습니다. <지혜자도 우매자와 함께 영원하도록 기억함을 얻지 못하나니 후일에는 모두 다 잊어버린 지 오랠 것임이라 오호라 지혜자의 죽음이 우매자의 죽음과 일반이로다>(16절). 어느 누구도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솔로몬은 죽음이 인생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인 한 <해 아래서 하는 모든 일이 내게 괴로움이요 모두 다 헛되어 바람을 잡으려는 것이라>(17절)고 합니다.
내 수고의 결과를 다 남이 관리한다.
<그 사람이 지혜자일지, 우매자일지야 누가 알랴마는 내가 해 아래에서 내 지혜를 다하여 수고한 모든 결과를 그가 다 관리하리니 이것도 헛되도다>(19절).
누가복음 12장에 나오는 어느 부자에게도 하나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어리석은 자여 오늘 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 그러면 네 준비한 것이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20절). 죽도록 애써봤자 정작 본인은 한 푼도 써 보지 못하고 그 모든 수고의 열매를 고스란히 남에게 넘겨야 하는 허무함 또한 죽음이 가져다주는 엄숙한 현실이라는 것입니다. 죽음은 냉혹합니다. 물질도 지위도 명예도 더는 용납하지 않습니다. 죽음 앞에서는 모든 것에서 손을 떼야 합니다. 애플의 창업주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가 개발하고 출시한 21세기의 가장 창조적인 IT 기기들이 이제 영원히 그의 손을 떠나 다 남들이 이용하고 관리하게 됐습니다. 이게 바로 인생이고 죽음이라는 것입니다.
인생은 평생 수고와 슬픔 뿐이다
<일평생에 근심하며 수고하는 것이 슬픔뿐이라 그의 마음이 밤에도 쉬지 못하나니 이것도 헛되도다>(23절).
지금 세계는 스티브 잡스의 죽음을 애도하며 진심으로 그의 명복을 빌고 있습니다. 저 또한 아이폰과 아이패드 수혜자로서, 또 그와 같은 1955년생으로서 심심한 조의와 함께 감사한 마음을 금치 못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부끄러움과 묘한 열등감마저 느낍니다. 더구나 스티브 잡스의 짧은 인생 역정은 그야말로 아픔과 고난의 연속 아니였습니까?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가난한 집에 입양되고,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경제적인 사정으로 자퇴하고, 빈 콜라병을 모아 팔아 끼니를 때우고, 친구 집 낡은 차고에서 <애플>을 창업하고, 자기가 만든 회사에서 해고당했다가 10년 만에 다시 복직되고, 췌장암 선고를 받고 투병하다 결국 지난 5일 사망한 고단하고도 슬픈 생애, 그러나 그게 어찌 스티브 잡스만이겠습니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예나 지금이나 모든 인생들의 적나라한 운명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영화로운 삶을 살았다는 솔로몬 왕의 고백도 <일평생 슬픔뿐이라> 했거늘 다른 사람이야 말해 뭣하겠습니까?
인생의 모든 것이 다 하나님의 손에 달렸다.
<사람이 먹고 마시며 수고하는 것보다 그의 마음을 더 기쁘게 하는 것은 없나니 내가 이것도 본즉 하나님의 손에서 나오는 것이로다>(24절).
사람의 운명과 생애가 다 하나님의 손에 달렸음을 고백하는 말씀입니다. 먹고 마시고 수고하고 슬퍼하고 즐거워하는 모든 것이 하나님에게서 나온다는 가르침입니다. 그렇습니다. 사람의 살고 죽는 것이 모두 하나님의 뜻에 달렸습니다. 이 엄중한 사실을 확신하고 자신의 기쁨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위해 사는 사람에게는 <지혜와 지식과 희락을 주신다>(26절)고 합니다. 나의 모든 것의 진정한 주인은 하나님이십니다. 기쁨도 슬픔도, 먹고 마시고 입는 것도, 살고 죽는 것도 결코 내 뜻대로, 내 바람대로 할 수 없다면 이제 우리는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손에 달린 것임을 시인하고 고백해야 합니다. 그럴 때만 죽음마저도 슬픔이 아니라 소망이 되고 영원한 시작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