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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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리나 졸리의 파괴력을 앞세운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원티드>에 눌려 영 맥을 못추는 방화 <크로싱>을 봤습니다.
북한의 비참한 현실을 한 가족의 비극을 통해 묘사한 슬픈 영화였습니다. 참혹한 북한 실정을 그렸지만 정치적인 색깔은 애써 피해가며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게 만든 참 사실적인 영화였습니다. 몹시 안타깝고 비극적인 주제임에도 놀라운 절제력으로 신파에 빠지거나 눈물을 강요하는 일 없이 깔끔하게 연출하여 영화라기보다는 한 편의 다큐를 보는 듯 했습니다.
어쩌면 너무도 현실적이어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그래서 영화가 진실을 기만하는 것인지 현실이 영화보다 더 잔인하고 허구적인 것인지 분간이 어려울 정도의 리얼리티를 품고 있는 수작임에 틀림없어 보였습니다.
민감한 현안인 탈북문제를 소재로 한 만큼 4년여에 걸친 제작기간 동안 수많은 탈북자들의 인터뷰, 실제 탈북자의 시나리오 검수는 물론 중국과 몽골의 현지 촬영을 통해 영화의 사실성, 진정성과 함께 완성도를 높였다고 합니다.
아내의 폐결핵 약과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북한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아버지 김용수, 또 그를 찾아 나선 열한살 아들 준이의 안타까운 엇갈림.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가 없기 때문에 대체로 담담하게 감상할 수는 있으나 해피엔딩이 아닌데서 오는 착잡함과 가슴한켠의 아린 느낌은 어쩔 수 없는 관객들의 몫입니다.
<내 인생에 있어서 잊지 못할 기억 하나는 10년전에 봤던 북한에 관한 다큐멘터리 한편이다. 나는 그날 너무도 가슴아픔 영상을 보고 말았다. 꽃제비라 불리는 다섯 살, 여섯 살 정도의 어린 아이들이 길바닥에 떨어진 국수를 허겁지겁 더러운 시궁창 물에 씻어 먹고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존재한다는 것 내가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커다란 회의가 느껴졌다. 너무나 가까운곳, 금방이라도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은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고, 공포스러웠고 부끄러웠다. 그 이후 내 머리 속에서 그 아이의 얼굴이 잊혀지지 않았다. 그리고 10년이 흐른 지금 <크로싱>은 내 삶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 되었다. 어쩌면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내 삶이 여기까지 오게 되지않았을까?>
감독 김태균
이제는 생명의 촛불을 들어야 할 때입니다. 그래서 비록 준이는 고비사막의 모래언덕에 묻었지만, 더는 제2, 제3의 준이가 나오지 않게 해야 합니다. 더는 먹을게 없어 국경을 넘는 동포, 가족과 생이별을 하는 북한주민이 없게해야 합니다.
지금 남북한은 다 <먹는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남쪽은 쇠고기 때문에 난리고, 북쪽은 끼니 때울게 없어 비명이라니 차라리 희극적입니다. 이 참에 남쪽은 아예 고기를 끊으면 어떨까요? 그돈으로 북한 동포 살리는 일에 나선다면 어떻겠습니까?
그게 남은 건강을 지키고 북은 생명을 지키는 상생의 길이되지 않을까요?
옥수수 20kg(1만원)이면 북한 동포 한 가족(4인)이 한달을 연명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제는 쇠고기가 아니라 북녘동포들의 생존을 위해 촛불을 들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