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58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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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58돌에
1-1. 우리 문학사에서 말하는 <전후 세대>란 폐허의 도시에서 낡은 카키색 군복을 입고 술에 취해 비틀거린 세대며, 슈샨 보이의 <구두 딱-으!>, <양키문화>, 그리고 장발의 허무주의와 보릿고개로 상징되는 지독한 가난의 세대였습니다.
해방 후 3년의 그 금쪽같은 세월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해 겪은 6.25 전쟁은 전후 세대들의 청춘을 깡그리 망가뜨리고 미래로 비상할 날개마저도 꺾어 놓고 말았습니다. C-레이션과 PX, 도깨비 시장 물건이 위력을 떨치던 시대를 거치면서 우리는 둘만 모여도 토해내던 민족정기니 이념이니 사상이니 역사니 하는 것들과 점차 멀어지기 시작했으며, 그런 것들이 나의 배를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에 다들 익숙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경제는 좀 나아졌지만, 내면은 더욱 황폐화되고 가난해져서 역사의식의 부재와 정신적 미성숙이 우리 사회에서 파생되는 갖가지 문제해결을 더욱 난감하게 하고 말았습니다.
1-2. 주님의 메시지는 언제나 외양보다는 그것의 뿌리를 향해 가차 없이 진격해 들어갑니다. 그래서 율법주의자들이 행동의 외면적 방식에 주목했다면, 주님은 그런 것들이 내포하는 위선을 과감하게 고발하셨던 겁니다. 그분은 무엇보다도 <영혼의 맑음>이 숱한 인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임을 제시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영혼의 성결이란 현실 세계와 자신을 적극적으로 관련시켜 나가는 가운데서 얻어지는 신앙의 열매지 현실과 자신을 단절시키고 자기 내면에 영혼의 도피처를 만드는 일로 이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입니다. 현실과의 적극적인 대결을 피하려는 신앙은 결국 사탄의 힘에 굴복하고 말 것입니다. 주님의 십자가는 바로 그 대결의 끝에서 이루어진 승리의 깃발이었습니다.
1-3. 이윽고 밤이 왔습니다. 빛이 일시에 침묵해 버린 세상. 어두움이 대세고 소수의 촛불로 밤을 몰아내려는 수고야 말로 한없이 어리석어 보이는 듯한 세상, 그 한복판으로 주님이 끌려가셨습니다. 모두가 열광하며 전쟁의 북소리를 울릴 때 홀로 평화를 설파하시고, 오로지 물질의 힘으로 세상을 사는 사람들을 향해 정신의 성숙을 말씀하시고,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비난이 빗발치는 속에서도 용서를 부르짖으시고, 모두가 열심히 보복의 칼을 갈고 있을 때 홀로 사랑의 촛불을 켜시던 분이 잡혀가던 날 밤의 풍경.
1-4. <아, 세상을 바꾸는 일이 이제는 틀렸나보다!> 그렇게 체념하며 숯불을 쬐고 있는 베드로에게 하인 하나가 다가와 기관원처럼 날카롭게 추궁했습니다. <아하, 보아하니 너도 저 자와 한통속이로구나. 그래, 맞아! 너도 평화를 외치던 저 자와 함께 있었어! 맞지? 그 패거리지?>
이제 평화를 합창해야 합니다. 평화의 기도를 드려야 합니다. 평화의 촛불을 켜고 목숨을 걸고라도 원수됨의 벽을 허무신 주님을 안다고 고백해야 합니다. 그분의 평화의 복음을 부끄러워 말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어느새 닭소리 들리는 여명에 전쟁의 잿더미에 앉아 통곡하는 세대가 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