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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겨울을 나자!

바울을 로마로 호송하던 이집트 국적의 상선 알렉산드리아 호가 험한 겨울 바다를 헤치며 간신히 지중해를 통과해 크레타 해안의 미항이라는 작은 항구에 이르렀을 때 죄수인 바울이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여러분이여 내가 보니 이번 항해가 참 어렵도다 자칫 화물뿐 아니라 우리의 생명까지도 위태로우니 여기서 겨울을 나자>(행 27“10).

 

그러나 <백부장이 선장과 선주의 말을 바울의 말보다 더 믿어>, 이 항구는 작아서 겨울을 나기에 적절치 않다며 항해를 계속 하기로 합니다. 거친 풍랑과 씨름하며 노를 저어야 하는 죄수들의 고통 따위는 아랑곳도 않고 오직 큰 도시에 가서 즐길 환락만을 생각하며 뵈닉스 항을 고집한 것입니다. 

 

 알렉산드리아 호는 결국 미항을 떠난 지 며칠이 안 돼 유라굴로라는 초특급 태풍을 만나고 무려 십사일 동안이나 표류하며 <사람들이 짐을 바다에 버리고 배의 기구들까지도 다 버리며> 사투를 벌였지만 <여러 날 동안 해도 별도 보이지 않고 큰 풍랑은 그대로 있어 구원의 여망이 없어졌더라>(27:20)고 했습니다.

 

그러다 마침내 해안선 가까이에서 배가 좌초되어 사람들이 부서진 뱃조각에 의지해 멜리데라는 섬에 기어올라 겨우 구조되었습니다. 

그것은 오직 지금의 풍향과 풍세만을 믿고 욕심에 이끌려 항해를 강행한 자들의 파란만장하고 위험천만했던 뱃길이었습니다.

 

하나님은 때로 거칠고, 겨울을 나기에 그리 적절해 보이지 않은 항구지만 그럼에도 거기에 정박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시기도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게 비록 불편하고 마뜩찮더라도 무조건 말씀에 순종하는 게 옳습니다. 그렇지 않고 현재의 풍세만을 믿고 나의 판단과 욕심을 밀어붙이다가는 자칫 큰 낭패를 보기 십상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알렉산드리아 호처럼 파선에 이를 수도 있음을 기억할 일입니다. 

또한 미항에서 나는 겨울이야말로 내년 봄 새로운 항해를 준비할 수 있는 기회요, 하나님이 우리에게 베푸신 안전한 쉼의 은혜임을 깨닫지 못한 소치였음도 잊지 말아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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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세상살이에 필요한 지혜란 언제나 지금 바람이 어디서 불어와 어디로 가는지를 살피며 내가 과연 어느 쪽으로 돌아누워야 옳은지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에 다름 아닙니다. 

저 산 너머에서 지금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는지 아니면 그것이 곧 흩어져 사라지고 말 것인지를 분별하여 나는 과연 어느 쪽에 붙어야 살아남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흔히 세상 처신의 경륜은 바람 부는데 섣불리 씨 뿌리지 말고 구름 잔뜩 낀 날 추수하겠다며 들녘에 나서지 말라고 훈육합니다. 

 

그러나 주님은 오히려 북풍이 거세게 몰아치는 날 들판에 나가 파종하셨고, 먹구름이 잔뜩 낀 날 도리어 추수의 때를 선포하셨습니다. 

하기야 그래서 광야의 마파람과 장대 같이 쏟아지는 폭우 속에 홀로 남겨진 존재가 되셨는지도 모릅니다.. 

아니, 오죽하면 제자들마저도 주님의 그 길을 가로막고 서서 제발 좀 현명하게 처신하시기를  요구했을까요?

 

<베드로가 예수를 붙들고 항변하여 이르되 주여 그리 마옵소서...>(마 16:22).

 

제자들의 눈에도 주님이야말로 참 세상 물정을 모르고 늘 꿈속에서 사시는 존재처럼 보였다는 얘기 아니겠습니까? 

 

어느 날 하나님이 욥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너의 지혜가 그토록 깊고 넓은가 네가 인생을 다 살아 보았는가 바다 속 깊은 곳 그 근원까지 내려가 보았는가 눈을 쌓아 둔 창고에 들어가 보았는가 동풍이 부는 그 시발점까지 가 보았는가 네가 사자의 먹이를 계속 댈 수 있는가 매가 높이 솟아올라 남쪽으로 날아가는 것을 너에게 배운 것인가 독수리가 높은 곳에 보금자리를 튼 것이 네 명령을 따른 것인가 악어의 입속에 네 손을 넣고도 그게 성하겠는가>(욥 38장-39장).

 

이것은 곧 지금 잠시 부는 남풍에 목숨 걸지 말라는 경고요, 그것으로 이 세상을 다 알았다는 듯 잘난 체하지 말라는 당부십니다. 

고난의 시기가 왔다고 하나님의 궁극적인 <경륜>을 자신의 서툰 지식과 판단으로 곡해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세상이 보기에는 미련하고 어리석은 듯해도 하나님이 경영하시는 역사의 드라마에는 언제나 그 모든 것을 일거에 부숴버리는 반전의 클라이맥스가 있다는 것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우리는 때로 감사할 수만은 없는 현실을 아파하며 좌절하기도 하고, 또 받아들이기 어려운 고난 앞에서 <크레타의 미항>을 빨리 떠나고 싶다는 유혹에 흔들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침을 명하여 동이 트게 하시는 분도 하나님이시며, 땅의 옷깃을 잡아당겨 악한 자들을 털어내시고 겸허하여 인간적인 탐욕을 고집하지 않는 자들을 내세워 당신의 뜻을 이루어 가시는 분도 늘 하나님이심을 잊지 마십시오. 

 

비록 환경은 열악하지만 바울을 통해 주신 하나님 말씀에 순종해 따뜻하고도 아름다운 이 <크레타의 미항>에서 겨울을 나십시오. 그런 한 결코 찬 겨울바다를 표류하거나 알렉산드리아 호처럼 좌초당하는 불행은 없을 것입니다. 

원문 자료와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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