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교회 아카이브

<뿌듯한> 해피 엔딩

이번에도 넷플릭스에서 몰아보기를 했는데, 소문대로 하루하루의 지친 일상을 달래주는 <여름날 소나기>와도 같은 드라마였습니다. 

채널명 조차 생소한 신생 케이블 방송 ENA에서 만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장애를 가졌지만 한 번 본 글은 절대 안 잊어버리고 로스쿨 수석 졸업, 변호사 시험도 만점을 받은 <바로 읽어도 우영우,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라는 한 신입 변호사 얘깁니다. 

 

매회 독립된 에피소드를 다루기에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등장하지만 흔히 법정 드라마에서 보는 냉혹하고 비열한 면들보다는 등장인물들의 복잡다단한 내면을 따스하게, 또 과장하거나 극적인 반전 없이도 깨알 같은  재미와 힐링을 선사하는 휴식 같은 드라마입니다. 자극적인 양념이나 요란한 비주얼 없이 오직 정직한 맛 하나로 감동을 주고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음식과도 같은 드라마입니다. 

 

그렇다면 국내외에서 신드롬을 일으키며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은 비결은 대체 뭘까요?

무엇보다 <우영우> 역을 소화한 배우 <박은빈>의 연기가 눈부셨습니다. 결코 쉬웠을 리 없는 그녀의 자폐인 연기가 얼마나 섬세하고 완벽한지 그저 매회 감탄을 금치 못하게 했습니다. 

저로서는 처음 보는 배우지만 <박은빈>은 확실히 정확한 딕션을 가지고 엄청난 연기 내공의 포텐을 터뜨리며 <우영우>라는 대체 불가의 역대급 캐릭터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드라마의 극본을 쓴 문지원도 대학을 가지 않고 고교마저도 중퇴한 작가라는데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 16회 마지막 스토리 구성까지 완급 조절을 저토록 일관성 있게 가져가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하면  작가의 필력과 감독의 연출력에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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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라는 캐릭터는 분명 조금은 비현실적이고, 또 조금은 판타지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더구나 극중 실사와 애니메이션 등으로 자주 출몰하는 거대한 바다 생물 <고래>의 등장은 더욱 그렇습니다. <우영우>는 고래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늘 고래에 필이 꽂혀 사는데 자신의 시선 곳곳을 따라다니며 유유히 공중 도약을 시도하고 유영하는 고래를 통해 순간순간 생기와 번뜩이는 영감을 얻곤 하지만 그게 부자연스럽거나 뜬금없기보다는 오히려 시원하고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합니다. 

 

<고래 사냥 중 잘 알려진 건 새끼부터 죽이는 거야. 

손쉬운 새끼에게 먼저 작살을 던져 새끼가 고통스러워하며 몸부림치면 어미는 절대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아. 아파하는 새끼를 버리지 못하는 거야. 그때 최종 표적인 어미를 향해 두 번째 작살을 던져서 어미와 새끼를 다 잡는 거지. 

고래는 지능이 높아. 새끼를 버리지 않으면 자기도 죽는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끝까지 새끼를 포기하지 않아. 

만약 내가 고래였다면, 엄마가 날 안 버렸을까?>

 

자신을 버린 엄마를 그리워하면서도 씻을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우영우>의 속마음이 조금은 드러난 대목인데, 늘 곁에서 자기를 챙겨준 친구 <최수연>에 대해서는 또 이렇게 말합니다. 

 

<너는 봄날의 햇살 같아. 

로스쿨 다닐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어. 

너는 나한테 강의실 위치와 휴강 정보, 바뀐 시험 범위를 알려주고, 동기들이 날 놀리거나 속이거나 따돌리지 못하게 하려고 노력했어. 

지금도 너는 내 물병을 열어주고, 다음에 구내식당에 또 김밥이 나오면 나한테 알려주겠다고 해. 너는 밝고 따뜻하고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야. 

봄날의 햇살 최수연이야.>

 

저는 개인적으로 <우영우>와 어머니 <태수미>의 관계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몹시 궁금했는데 아우, 이렇게 쌈박한 결말이라니...

 

<제겐 좋은 어머니가 아니었지만 최상현군에게는 좋은 어머니가 되어 주세요>하며 읍소하는 장면에서는 울컥했지만 자신을 외뿔 고래에 비유하면서 

 

<저는 낯선 바다에서 낯선 흰고래들과 함께 살고 있어요. 

모두 저와 다르니까 적응하기가 쉽지 않고, 저를 싫어하는 고래들도 많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이게 제 삶이니까요. 

제 삶은 조금 이상하고 조금은 별나지만 가치 있고 아름답습니다!>하며 그 커다란 눈망울에 가득 눈물을 담을 때는 오히려 후련함과 뿌듯한 희열을 느꼈습니다. 

 

드라마는 막장극이라는 선입견이나 장애인에 대한 불편한 편견을 내려놓고 열린 마음, 가장 순수한 눈으로 보면 누구에게나 힐링이 되고 인생 드라마가 될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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