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교회 아카이브

<탑건>과 <한산>

지난 목요일 교회 사무실에서 가까운 <메가박스>에서 영화 두 편을 거푸 봤습니다. 

<탑건>은 <매버릭>이 전투기를 타고 하늘에서 벌이는 아슬아슬한 공중전이고, <한산>은 이순신이 거북선을 타고 바다에서 벌이는 치열한 해전입니다. 

둘 다 애국심 코드가 작동하는 국뽕 영화지만 <탑건>은 미국판 국뽕, <한산>은 토종 국뽕입니다. 

<탑건>은 오락 영화로 사실이 아닌 <픽션>이지만 <한산>은 우리 역사의 완벽한 <팩트>입니다.

 

 

 

무제.001.jpeg

 

 

 

톰 크루즈가 24세에 찍었던 전편 <탑건>이 그로부터 36년을 지나 그의 나이 60세가 된 지금 <탑건: 매버릭>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아날로그식 촬영 기법으로 무한대의 감각 체험을 동반하고, 거기다 세계적 스타의 연기력과 탄탄한 스토리텔링이 진한 감동을 느끼게 하는 영화, 영화를 보고 나면 마치 나 자신이 직접 비행을 한 것처럼 온 몸이 뻐근하고 거기다 전투기의 이착륙하는 굉음과 전투신의 폭발음까지 현장감을 극대화하면서 그 모든 입체적 사운드가 그야말로 달팽이관을 오그라들게 합니다. 

 

36년 전의 <탑건>에서는 단지 톰 크루즈가 잘 생겨서, 혹은 F-14 톰캣 전투기가 멋있어서 <매버릭>에 열광했다면 이번에 나온 <탑건: 매버릭>은 <매버릭>이라는 한 인간에게서 진정한 멋과 인간미를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성숙한 어른이 되어 돌아온 <매버릭>이기에 전작의 아쉽고 서툰 부분까지도 오히려 장대한 서시시의 한 의도된 연출인양 모든 게 다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그런 점에서 <탑건>이 <탑건: 매버릭>이 되기까지의 기나긴 여정이야말로 어쩌면 우리의 인생 그 자체를 닮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과연 자신의 신념을 용기 있게 밀어붙이고 있는가. 혹은 그 때문에 때로 큰 실수를 하고 좌절하여 그대로 주저앉아 있지는 않은가. 분연히 일어나 그 모든 과오를 떨치고 언제든 자기 자신을 다시 끌어안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진지하게 묻고 있는 영화. 

제가 보기에 이 뭉클하기 짝이 없는 순도 100%의 블록버스터야말로 성공이나 선방 정도가 아니라 톰 크루즈라는 신화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임을 세상에 널리 알린 선언적이고도 기념비적인 작품 같습니다. 

 

<탑건: 매버릭> 못지않게 <한산: 용의 출현>의 흥행도  파죽지세입니다. 

이 영화에는 신파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신파를 넘어서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같은 감독의 연출이라 <한산>도 기본 포맷은 전작인 8년 전의 <명량>처럼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뉘는데 그러나 <한산>은 <명량>과는 그 결이 다릅니다. 

최대한 전작의 단점 들을 보완하면서 오직 역사적 사실 조명과 해전이라는 목표 하나만을 보고 우직하게 달려 나아갑니다. 

조선 수군과 왜군 간의 목숨을 건 첩보전도 나름 쫀쫀한 긴장감을 더하지만 그것조차도 다 대형 전투신을 위한 양념일 뿐입니다. 

거북선의 속이 뻥 뚫리는 듯한 충격파와 막강한 화력, 결국 왜군을 완벽하게 궤멸하는 <학익진>이란 아름다운 전략은 관객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하는 카타르시스 그 자체입니다. 

이순신의 <발포하라!>는 네 글자의 명령이 그야말로 온몸에 소름을 돋게 할 지경입니다. 

또한 해상 전투의 전율과 감동을 더하는 장엄한 사운드도 압권입니다. 

 

<한산>은 태생적으로 <국뽕>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지만, 정작 감독은 그런 요소에 무심해 보이고, 이순신에 대한 신화화에도 소극적이며 별 관심이 없습니다. 

 

저는 <한산>을 보며 생각난 사람이 바로 <칼의 노래>를 쓴 김훈 작가였습니다. 

김훈은 자신의 소설을 영화화할 때 딱 한 가지 <적장도 장수답게 그려 달라>고 부탁했는데, <한산>이야말로 그 주문에 가장 충실하게 답한 영화가 아닌가 합니다.

<내가 제일 두려워하는 사람은 이순신이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도 이순신이며

내가 가장 미워하는 사람도 이순신이고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도 이순신이며

내가 가장 죽이고 싶어 하는 사람 역시 이순신이다>고 한 왜군 장수 <협판안치>(와키자카 야스하루)는 물에 빠지는 순간까지도 결코 장수다운 면모를 잃지 않습니다.

 

 <한산>은 확실히 더위를 잊게 만드는 시원한 전투신과 뜨거운 마음까지 채워주는 사극의 진수입니다.

 

두 영화 모두 휴가와 방학철에 제격이고, 가족과 함께 하기에도 딱이어서 강추합니다.

원문 자료와 첨부

  • 이미지: 원래 주소 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