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id": "xe-60574",
  "title": "잔치국수",
  "authors": [],
  "category": "column",
  "dates": {
    "registered_at": "2022-07-08T09:21:49",
    "original_updated_at": "2022-07-08T09:25:07",
    "published_on": null,
    "delivered_on": null
  },
  "tags": []
}
---
<!-- paragraph:p0001 -->
<p><span>푸른교회는 잔치국수와 함께 시작됐습니다.</span></p>

<!-- paragraph:p0002 -->
<p><span>야탑에서는 상가 5층 공간의 절반이 교회고, 절반은 뜰이어서 매주 그 뜰에 나가 잔치국수로 교제했고, 지금의 이 지하는 주방 문이 주차장 쪽으로 개방돼 있어 그나마 큰 불편 없이 국수를 삶고 들통에 멸치육수를 끓여낼 수 있었습니다.</span></p>

<!-- paragraph:p0003 -->
<p><span>저는 27년 역사의 푸른교회표 잔치국수를 이제 더는 먹을 일이 없게 됐다는 사실이 아직 잘 실감나지 않습니다. 지난 2년은 코로나 때문에 강제로 쉰 것이라 방역조치만 풀리면 언제라도 다시 먹게 될 줄 알았는데...</span></p>

<!-- paragraph:p0004 -->
<p> </p>

<!-- paragraph:p0005 -->
<p> </p>

<!-- paragraph:p0006 -->
<p><a href="http://thegreen.or.kr/./files/attach/images/64/574/060/11a7cfce6fdaf6bb0cdb76a01cab7610.jpg" class="image-placeholder">스크린샷 2022-07-08 오전 9.18.10.jpg</a></p>

<!-- paragraph:p0007 -->
<p> </p>

<!-- paragraph:p0008 -->
<p> </p>

<!-- paragraph:p0009 -->
<p> </p>

<!-- paragraph:p0010 -->
<p><span>잔치국수 한 그릇을 국물까지 다 마시고 나면 왜 속도 마음도 평안해질까요?</span></p>

<!-- paragraph:p0011 -->
<p><span>잔치국수야말로 한국인들의 인생 국수여서 그렇습니다. </span></p>

<!-- paragraph:p0012 -->
<p><span>잔치국수는 나눔이자 사랑이고 교제이자 연대며 그리움이자 추억입니다. </span></p>

<!-- paragraph:p0013 -->
<p><span>서현에도 멸치 우린 육수에 말아내는 잔치국숫집이 있습니다. 저는 아주 가끔 그 집을 찾는데 어느 주일 오후 권 권사님을 모시고 갔더니 기껏 잘 드시고선 왈, &lt;우리 교회 국수보다 못하네...&gt; 하기야 저도 안양 새중앙교회 박 목사가 마니아 수준으로 즐기는 앙평의 &lt;죽여주는 동치미 국수&gt;보다 우리 교회 잔치국수가 더 좋습니다. </span></p>

<!-- paragraph:p0014 -->
<p><span>성도들과 매주 소박한 식탁에 마주 앉아 후루룩 후루룩 잔치국수 한 그릇을 먹고 나면 영혼까지도 따뜻해집니다. 요즘 같이 무더운 때도, 습한 장마철에도 특별한 고명 없이 그저 김 가루에 양념간장 한 술만 끼얹어도 잔치국수 한 그릇 비우고 나면 기분이 다 시원해지고 개운해집니다. </span></p>

<!-- paragraph:p0015 -->
<p><span>&lt;여름에는 역시 소면이지!&gt; 이것은 일본 영화 &lt;어느 가족&gt;에 나오는 대사지만 잔치국수 만큼 한국적인 정서가 듬뿍 담긴 음식도 흔치 않을 것 같습니다. </span></p>

<!-- paragraph:p0016 -->
<p><span>우리 교회 육수는 북어대가리에 건다시마, 굵은 멸치를 무, 대파, 양파와 함께 들통에 넣고 몇 시간 푹 고웁니다. 거기다 가끔은 청양고추를 몇 개 넣으시던데 그러면 국물이 좀 더 칼칼해지고 담백해집니다. 그래서 저는 국수도 언제나 한 그릇으로 끝난 적이 없지만 국물도 그릇 채 들고 마셔 늘 깨끗이 비웁니다. </span></p>

<!-- paragraph:p0017 -->
<p><span>잘 익은 교회 김장 김치도 늘 잔치국수와 환상의 조합을 과시하는데, 그러나 고명은 별로입니다. </span></p>

<!-- paragraph:p0018 -->
<p><span>계란지단과 김 가루 어쩌다 호박채 볶음이나 유부채가 오르기도 하지만 그건 가끔이고, 보통은 김 가루와 양념간장 한 술이 전부! 그럼에도 저는 그 소박함과 가난함이 좋고, 특히 설탕 대신 매실청을 듬뿍 넣어 새콤한 맛과 함께 깔끔한 맛을 자랑하는 양념간장이야 말로 푸른교회표 잔치국수의 화룡점정.</span></p>

<!-- paragraph:p0019 -->
<p> </p>

<!-- paragraph:p0020 -->
<p><span>주일 새벽이면 소면을 삶고, 조촐한 식탁을 차리며 성도들을 기다리던 지난 27년의 세월, 이제 우리는 함께 잔치국수를 나누던 아름다운 추억 하나를 남기고 이 푸른 교회를 떠납니다.</span></p>

<!-- paragraph:p0021 -->
<p> </p>

<!-- paragraph:p0022 -->
<p><span>날씨가 덥고 습하면 입맛까지 잃기 쉽습니다. 냉면도 좋고 시원한 콩국수도 제격이지만 따뜻한 잔치국수도 그만입니다.</span></p>

<!-- paragraph:p0023 -->
<p><span>오늘 점심이나 저녁은 남편들이 한 번 나서 보시죠 !</span></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