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날들을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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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마침 <어버이날> <어버이 주일>이고, 또 <부처님 오신 날>에다 푸른교회에서 맞는 제 마지막 생일이기도 하여 잠시 지난 세월을 돌아보며 성도 여러분께 몇 가지 감사와 사죄와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지난 27년간 목회를 하며 교회에 참 많은 심려를 끼쳤습니다.
특히 제 처에 관해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비록 신학은 하지만 학교에서 가르치는 일만 할 뿐 목사가 되거나 목회할 일은 없을 거라며 결혼을 했는데 저는 그 둘을 다 어겼습니다.
신학교에서 목사 될 사람들을 가르치려면 반드시 목사가 돼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교수 노릇을 하며 학점을 이수해 목사 안수를 받았고, 1995년 1월 저 포천 <은성수도원>에서 기도하다 <내 잃은 양을 찾아다오!>라는 주님의 음성을 듣고는 그 길로 다 던지고 집까지 팔아 교회 개척에 나섰으니 사실상 제가 계약 위반을 한 겁니다.
더구나 목회자 사모는 직업을 갖지 않고 교회 사역을 돕는 게 한국 교회의 전통적인 모습인데 제 처는 지금도 근무를 하고 있으니 저는 제 처에게도, 교회에도 말할 수 없는 누를 끼치며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잘났건 못났건 어느 교회나 사모의 고유한 역할이라는 게 있는데 우리 푸른 교회는 그동안 그 모든 일을 집사님, 권사님들이 대신해 온 셈이어서 생각할수록 송구스런 마음 금할 길 없습니다.
늘 그게 마음에 걸리고 제 발이 저려 언젠가는 제가 이 칼럼란을 통해 <목사 쫓아내는 법>을 소개한 적도 있습니다. <교인들이 많이 모인 자리에서 담임목사에 관해 부정적인 얘기를 자주 해 성도들의 마음에 불만이 쌓이게 하면 마침내 그 불만이 싫증으로 변하고 그 싫증이 결국은 담임목사를 바꾸어 봤으면 하는 욕구로 발전하기 마련인데 그때 담임목사와 사모의 약점이나 실수를 적극 부각시켜 쫓아내면 된다>고 친절을 베풀었음에도 저를 내보내지 않고 이렇게 은퇴에까지 이르게 한 걸 보면 여러분들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다른 교회 같았으면 어림도 없었습니다).
사도 바울이 갈라디아 교회 성도들을 향해 <내 몸에 너희를 시험에 들게 할 만한 가시가 있으되 너희가 나를 업신여기거나 버리지 아니하고 도리어 천사와 같이 그리스도와 같이 영접해 주었다>(갈4:14)며 감사하다고 했는데 제가 딱 그런 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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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동안 성도들이 실직을 하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아 힘들어 하면 그게 다 제 탓이고 제가 기도하지 않아 그런 것 같아 많이 괴로웠고, 자녀들이 시험에 떨어져 낙심하는 모습을 볼 때면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할 만큼 죄송했습니다. 누가 아프면 제가 기도에 소홀했거나 제 영발이 약해 그런 것 같아 고통스러웠고, 목회자인 제 자신이 몸져누울 때는 부끄럽고 난감해서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교인들이 푸른교회를 떠날 때가 가장 힘들고 괴로웠습니다.
그때의 절망감과 자괴감, 상실감은 정말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고 아팠습니다.
제 설교가 마음에 와 닿지 않고 목회자가 성도의 영적인 갈증을 풀어주지 못해서, 혹은 목회자의 사랑이 부족하다고 느껴서 떠난다고 할 때는 입맛을 잃기도 하고 괴로워 며칠씩 잠을 설치기도 했습니다.
또 제 설교가 잘 전달되지 않아 조는 사람, 예배 도중에 나가는 사람, 딴전 부리는 사람, 자꾸만 시계를 보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올 때면 등에서 식은 땀이 흐르고, 온 몸에서 기운이 다 빠져나가는 느낌에 사로잡혀 어디 달아나거나 숨고 싶은 심정에 사로잡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런 세월이 다 지나고, 올 연말이면 우리는 헤어집니다.
공식적으로는 <교회 폐지>이지만 저로서는 우리 푸른교회 성도들을 다른 기성 교회로 파송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냥 <폐지>가 아니라 <발전적 폐지>이고, <발전적 해체>라고 믿고 싶습니다.
부디 어느 교회에 가서 정착하시든 그 교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시고, 여러분 자신도 더욱 성장하시며 성숙하시길 빕니다.
사람은 참 묘해서 목회자가 싫거나 목회자가 내 눈에 비호감이면 우선은 말씀이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등록하기 전에 기도 많이 하셔서 꼭 호감이 가고, 진솔함이 느껴지는 목회자를 찾아 정착하십시오.
아직은 연말까지 시간이 좀 남았고 따라서 이른 감이 없지 않으나 이렇게 된 마당에 먼저 교회를 떠나실 수도 있고, 또 새롭게 등록할 교회를 찾아 사전에 여기저기 순례에 나서실 수도 있을 것 같아 아예 미리 이렇게 인사를 올립니다.
평생 잊지 않고 권 권사님과 함께 여러분들을 위해 기도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훗날 모두 천국에서 뵙겠습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용서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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