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 모리(Memento M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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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춘래불사춘>(봄이 왔건만 아직 봄이 아님)의 팬데믹 상황이 올 역시 4월을 가장 잔인한 달로 기록할 것 같습니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워내고 / 기억과 욕망을 뒤섞으며 / 봄비로 잠든 뿌리를 깨운다>(T. S. 엘리엇, ‘황무지’ 중에서)
치열한 4월의 생명력을 <가장 잔인한 달>이라 표현한 시인의 역설이 유독 우리나라에서 자주 회자되어 온 이유는 제주 4.3 사건이며 4.19, 4.16 세월호 참사 등 수많은 굵직한 사건들이 4월에 많이 집중된 탓일 텐데 그러나 코로나 이후에는 지구촌 온 나라들이 잔인한 4월을 맞고 있습니다.
사람들을 집에 가두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강제로 벌려놓고, 재갈을 물리듯 입에 마스크를 씌우고, 하늘을 날던 비행기들을 모조리 땅에 묶어두고, 마치 중세의 요새나 성곽들처럼 나라마다 대문을 굳게 닫아걸고 빗장을 질렀습니다.
이게 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약 1조 개의 바이러스 가운데 하나인 <코로나>가 그동안 19번의 변종을 거듭하며 3년 전부터 만들어낸 지구촌 풍경입니다.
WHO 자료에 의하면 3월 15일 현재 4억8천3백699천 명이 감염됐고, 8백15만7천2백 명이 사망했으며, 경제적 손실은 약 8조8천억 달러(약 1경 818조 원)로 이는 우리나라의 약 22년간의 예산과 맞먹는 규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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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쿼바디스>를 보면 네로 황제 시대 로마의 젊은 장군 <마커스 비니키우스>가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와 퍼레이드 벌이는데 한 노예가 전차를 탄 그 장군 뒤에 서서 월계관을 높이 든 채 계속 <메멘토 모리! 메멘토 모리!>를 외칩니다.
<메멘토>란 라틴어로 <기억하라>, <모리>란 <죽음>이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메멘토 모리>는 곧 <오늘은 전쟁에서 승리한 생애 최고의 날일지 몰라도 개선장군도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늘 겸허하게 살라>는 경구에 다름 아닙니다.
중세 수도사들의 인사말도 언제나 <메멘토 모리!>였습니다.
그런데 죽음에 대한 상기로 삶을 보다 엄숙하게 일깨우려는 <메멘토 모리>가 유럽 사회에서 가장 진지하게 확산된 것은 바로 14세기 중반 흑사병이 창궐하면서부터 였습니다.
당시 수많은 <메멘토 모리>의 상징과 조각, 그림들이 등장했는데 유명한 <춤추는 죽음>도 그 중 하납니다. <메멘토 모리>의 대표적 이미지가 된 <춤추는 죽음>은 화가, 조각가들이 그림으로, 벽화로, 목판화로 다양한 작품을 남겼는데 어느 날 사람들이 모두 밖으로 뛰쳐나가 미친 듯 춤을 추며 즐거워하는데 그들 모두가 해골로 묘사됩니다. 그것은 아무리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며 춤을 춰봐야 인간이란 결국 다 죽는다는 뜻입니다.
성경에도 <메멘토 모리>에 대한 깨우침이 많습니다. 모세는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다 날아가나이다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시 90:10, 12)라고 했고, 바울도 <나는 날마다 죽노라>(고전 15:31), <나는 항상 예수의 죽음을 짊어지고 가노라>(고후 4:10)고도 했는데 이는 다 <메멘토 모리>를 고백한 것입니다. 지난 달 소천한 이어령 교수의 좌우명도 <메멘토 모리>였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4월은 사순절, 종려주일, 고난주간, 성 금요일로 이어지는 죽음의 계절이요, 잔인한 십자가의 달입니다.
메멘토 모리!
원문 자료와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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