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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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 확진자 수가 11만이 됐습니다.
매주 2배씩 불어나고 있습니다. 15일까지도 5만 명대였는데 16일에는 6만, 7만을 건너뛰고 대번에 9만 명대로 직행하더니, 18일 0시 기준 드디어 10만을 가뿐히 넘어서서 11만에 이르렀습니다.
재택치료 중인 누적 확진자도 35만이 넘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어제까지만 해도 그토록 엄격하던 방역지침들이 오늘부터 다 폐지됐다는 겁니다. 오미크론 유행 초기에는 방역의 고삐를 더 죄던 당국이 정작 위기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는 방역 정책을 바꿔 그동안의 추적, 격리, 치료라는 기조를 전격 폐지하고 앞으로는 단지 고위험군 만을 관리하겠다는 것입니다.
오미크론 변이의 낮은 치명률을 담보로 확산 방지에 주력해온 그간의 대응 방식 대신 60세 이상 고위험 감염자와 위중증 환자들만 관리하겠다고 함으로써 사실상 코로나 방역 체계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꾼 것입니다.
<코로나19> 감염 방지와 치료는 당연히 국가의 책임이라며 기회 있을 때 마다 K-방역의 우수성을 강조해 오던 정부가 속수무책으로 쏟아지는 확진자들을 감당하지 못하자 너무 급하게, 그리고 허무하게 손을 들고 만 꼴입니다.
맞습니다. 확진자가 날마다 10여만 명씩이나 불어나는 상황에서는 정부가 모든 걸 다 해주고, 그 많은 누적 확진자들을 다 관리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럼에도 문제는 이미 예견된 사태였음에도 어째서 아무런 사전예고도 없이, 정부의 방역 정책이 이제 그 기조를 바꿀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 대한 해명이나 설득도 없이 하루아침에 확산 억제 정책에서 위중증 관리 체계로 가버렸느냐 하는 겁니다.
아무튼 <코로나19>가 이제는 정부의 관리와 통제 방식에서 벗어나 국민 각자가 스스로 관리하고 처치하는 시스템으로 전환되었습니다.
한마디로 <각자도생> 방식으로 바뀐 것입니다.
<각자가 스스로 제 살 길을 찾는다>는 뜻의 <각자도생>이 K-방역의 기조가 된 것입니다. 어제까지는 큐알 체크며 안심콜, 체온 측정이 카페와 식당 출입의 필수였지만 오늘부터는 그게 다 필요 없게 되었습니다. 심지어는 오미크론 변이에 확진된 후 어딜 싸돌아 다녀도 더 이상 방역 당국은 알 길이 없고 관심도 없습니다. 위치 추적도, 동선 파악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확진자에 대한 역학조사 따위가 아예 사라진 겁니다.
그럼, 지금까지 우리 사회를 휩쓸었던 확진자들에 대한 사적 추적과 밀접 접촉자들의 광기어린 동선 추적은 다 뭐였으며, 단지 먼저 걸렸다는 이유로 신상이 탈탈 털리고 죄인 취급, 더러운 사람 취급을 당해야 했던 이전 확진자들의 억울함은 또 다 뭐였단 말입니까?
그동안 안 해도 될 짓을 했다는 것인지, 델타까지는 필요했지만 오미크론에는 더 이상 이 모든 게 필요 없다는 것인지... 그저 당황스러울 뿐입니다.
지난 2년간 국민들은 그야말로 숨 막히는 불편과 온갖 제약을 다 받으며 감옥 같은 상황을 묵묵히 견뎌 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정부나 방역 당국을 의지하지 말고 각자가 스스로 챙기고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라니... 참 어이가 없고 황당하기까지 합니다.
아무튼 사태는 이제 언제 어디서 확진자가 나와도 하나도 이상할 게 없을 만큼 최악의 상황까지 와버렸습니다. 따라서 시간문제지 언젠가는 나도 걸린다는 각오로 <코로나? 그냥 감기처럼 앓고 말지 뭐...!>하며 체념하고 살아야 할 판입니다.
최근 국민 각자에게 책임이 전가된 방역 내용들을 보면 대개 이렇습니다.
① 60세 이상 확진자만 정부에서 관리하고 그 외 연령대는 확진자 본인이 코로나19 지정 동네 병원에 전화하여 셀프로 치료 받아야 합니다.
② 확진자에 대한 격리 감시가 폐지되었습니다. GPS를 이용한 격리자 감시도 사라졌고, 밀접 접촉자의 자가 격리 의무도 폐지되었습니다.
③ 60세 이하의 무증상, 경증 재택 치료자들에 대한 <치료 키트> 제공도 중단되었으므로 본인이 구입하여 사용해야합니다.
④ 그동안 무료였던 PCR 검사도 유료(매회 7만원)가 되었으며, 환자 가족이나 간병인들도 매회 유료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⑤ 각급 학교의 대면수업은 원칙적으로 각 학교 학교장의 재량에 의해 그 등교 여부가 결정됩니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모두가 개인 방역에 더 철저해야 합니다.
각 가정에서는 반드시 자가 진단키트를 여유있게 준비해야 하고, 자가 진단키트로 검사해 양성이 나오면 다시 선별진료소를 방문 유료 PCR 검사를 받아야 하며, 거기서도 양성 판정을 받을 경우에는 보건소에 전화해 코로나 지정 동네병원을 확인한 후 전화로 약 처방을 받는 등의 셀프 케어를 해야 합니다.
<각자도생> 시대, 모쪼록 건승을 빌며 오늘은 저도 자가 진단키트를 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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