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교회 아카이브

‘엉클 존’의 마지막 인사

또 한 사람의 거장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난달 27일 오후 3시 15분 영국 런던 바나바 칼리지 내에 있는 은퇴 목회자 시설에서 지인들이 읽어 주는 시편 말씀과 헨델의 메시아를 들으며 90세를 일기로 조용히 눈을 감은 20세기 복음주의권의 큰 별 존 스토트 목사. 그는 미국의 빌리 그레이엄과 더불어 세계복음주의운동에 가장 지대한 영향을 끼친 사람으로 현대 기독교 지성을 대표하는 저술가요, 신약성서 학자요, 20세기 최고의 설교가 중 하나로 꼽히는 영국 성공회 사제였습니다. 1921년 런던에서 태어나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신학과 불문학을 공부했으며 케임브리지 리들리 홀에서 목회자 수련을 받았습니다. 그는 90평생 한 교회에만 적을 두고 65년간은 그 교회의 부제와 사제로, 또 명예 사제로 사역한 신실한 목회자였습니다. 평생 독신으로 살며 청빈을 실천했고, 50여 권의 책을 통해 복음 전도와 사회적 행동의 균형을 강조하며 성서와 자연을 통한 하나님의 계시 이해에 온 영성을 집중했는데 사람들은 그를 <엉클 존>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만큼 소박하고 겸손하고 자상했기 때문입니다. <새>를 사랑하고 <백합>을 좋아했던 사람, <날아가는 새를 보라 들의 백합을 보라!>는 주님의 말씀 때문에 그 둘을 좋아하게 됐다는 천진한 사람, 그런 그였기에 지난주 8일 오후 12시 15분 그가 평생을 섬긴 올 소울즈 교회(All Souls Church)에서 거행된 장례예배 역시 <너무나 조촐해서 20세기의 가장 영향력있는 기독교 지도자의 마지막 가는 길 치고는 너무도 아쉬웠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입니다. 관 위에 놓인 백합 화환 하나가 장식의 전부였으며 조사도, 그의 일대기를 소개하는 영상물 하나도 없었다고 하는데 그게 다 고인의 간곡한 당부 때문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는 한국 교회에도 많이 알려졌고, 그의 저작 대부분이 <IVP>(한국기독학생회)와 <두란노서원>을 통해 번역 출간되었는데 주로 합동측 목회자들인 김명혁, 홍정길, 고 옥한흠 목사 그리고 온누리교회의 고 하용조 목사, 할렐루야 교회의 김상복 목사, 지구촌교회 이동원 목사 등은 거의 그와 멘토링의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우리 교단에는 그가 WCC 노선과는 반대편에 선 로잔회의의 주역(1974년 채택된 로잔언약의 입안자)이라는 이유 때문인지 상대적으로 덜 소개된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난해 어느 설문조사에선가 우리 교단 목회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독교 저술가 1위가 바로 <존 스토트>라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저도 그가 쓴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여러 번 감명 깊게 읽었고, 지금도 독일어로 된 그의 로마서 주석은 늘 애독하는 책 중의 하나입니다. 균형 잡힌 성서해석과 깊은 신학적 통찰에서 나온 명쾌한 주석이 늘 가슴에 와 닿습니다. 어느 책이든 그의 글은 선교적 열정으로 가득 차 있고 사회 참여에 대한 강조도 결코 공허하지 않으며 매우 구체적이고 실천적입니다. 특히 <나는 모든 예수의 제자에게서 그리고 나 자신에게서 이런 제자도의 모습을 보고 싶다>며 쓴 <제자도>(원래 제목은 ‘급진적 제자 The Radical Disciple')는 그의 최후 저작입니다. 유언과도 같은 이 책에서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보통 우리는 선택적인 태도를 취함으로써 철저한 제자도을 회피한다. 적당히 헌신할 영역을 고르고, 대가를 치러야 할 영역은 피하는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우리의 주님이시다. 우리에게는 복종할 영역들을 취사선택할 권리가 없다>(17-18면). 얼마나 명쾌한 지적입니까? 또 이런 충격적인 문장도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짐이 되도록 설계되었다. 당신은 내게 짐이 되도록 설계되었고 나는 당신에게 짐이 되도록 설계되었다. 가족의 삶, 그리고 지역 교회 가족들의 삶 역시도 서로에게 짐이 되는 삶이어야 한다>(131면). 그는 이 책에서 <불순응, 닮음, 성숙, 창조세계를 돌봄, 균형, 의존, 죽음> 등 주님을 따르고자 하는 자들의 핵심적인 <제자도> 8가지를 다 소개하고 나서 이렇게 마지막 인사를 합니다. <88세의 나이에 마지막으로 펜을 내려놓으면서 나는 독자들에게 조심스럽게 이 고별 메시지를 보낸다.> 그리고 박두한 자신의 최후를 예감하면서 <다시 한 번 작별 인사를 전한다>는 말로 책의 후기를 마감합니다. 

굿 바이 엉클 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