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의 <새해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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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현판에 <풀꽃>이란 시가 걸렸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전문이 불과 스물네 글자에 불과한 이 짧은 시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때부터 시인 나태주는 <풀꽃 시인>이 됐습니다.
요즘은 사람들이 시를 안 읽고, 따라서 시집이 안 팔리는 시대라고 합니다. 그러나 나태주 시인만은 예외적으로 벌써 여러 해째 <나태주 신드롬>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20년과 2021년 출판 시장에는 나태주의 책이 한 해 스무 권도 넘게 쏟아져 나왔습니다. 신작 시집, 산문집, 동화집, 동요집, 편지집, 필사 시집, 컬러링 시집, 청소년 시집, 재출간 등... 새해에도 아이돌 그룹 BTS의 노래 가사에 그의 산문을 더한 <작은 것들을 위한 시>가 이미 예약 판매를 시작했고, 신작 시집 두 권과 신앙 시집, 산문 시집 등이 줄줄이 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의 시는 특히 젊은 사람들이 좋아해 저도 처음에는 30대쯤 된 젊은 감성의 시인인 줄 알았다가 이미 시 인생 50년을 살아 온 77세의 노시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많이 놀랐습니다. 팔순을 바라보는 고령의 시인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진정한 셀럽이 됐고, 서울도 아닌 고향 공주에서 낡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할아버지가 명실상부한 <국민 시인>이 됐습니다.
지난 해 봄 출간된 나태주의 시선집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는 500쪽 가까운 두툼한 시집인데도 2만부가 넘게 팔렸고, 2015년에 출간된 <꽃을 보듯 너를 본다>는 아직까지도 시집 분야 베스트셀러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누적 판매수 60만부 이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그는 <시가 세상살이에 그만큼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시는 결코 망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나태주의 시는 다 <풀꽃>처럼 짧고 쉽습니다.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
이게 그의 <행복>이란 시의 전문입니다. 이렇듯 그의 시는 거창하고 추상적인 주제를 다룰 때도 언제나 단순하고 소박합니다.
그래서 시인들이나 평론가들은 그를 높이 평가하지 않지만 일반 독자들과 젊은이들은 늘 그의 시를 사랑하고 깊이 공감합니다.
따라서 나태주는 자신을 마뜩찮은 눈으로 바라보는 다른 시인들을 향해 <잘난 척 하지 말고, 아는 척 하지 말고, 있는 척 하지 말고, 고고한 척 하지 말고, 겸손하게 독자들 곁으로 내려오라>고 충고합니다.
이제 설을 맞은 독자들에게 안수집사 나태주 시인이 <새해 인사>를 전합니다.
...
또 다시 삼백예순다섯 개의
새로운 해님과 달님을 공짜로 받았습니다
그 위에 얼마나 더 많은 별빛과 새소리와 구름과 그리고 꽃과 물소리, 바람과 풀벌레 소리들을
덤으로 받을지는 모를 일입니다
새해에도 그렇게 살면 될 일
거기서 뭘 더 바라시겠습니까?
하나도 새로울 것이 없고 늘상 그날이 그날이라며 무덤덤하게 받을 것이 아니라 시인처럼 진심으로 감사하며, 또 시를 가까이 하며 사는 복된 한 해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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