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밤 거룩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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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성탄절로 203돌의 생일을 맞은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은 해마다 성탄 시즌이 되면 지구촌 어디서나 교회, 성당, 거리에서 가장 많이 불리는 캐럴인데 2011년에는 유네스코가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곡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전 세계 140여 개의 언어로 불리어지고 있는 이 불후의 캐럴이 북한과 사우디아라비아, 아프가니스탄에서만큼은 아직도 금지곡이라니...
이 캐럴이 탄생한 오스트리아의 <오베른도르프>(Oberndorf)는 모차르트가 태어난 유명한 음악의 도시 잘쯔부르크에서 약 2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작은 마을로 독일과 오스트리아 접경 지역에 있으며, 뮌헨으로부터는 150km, 자동차로는 약 1시간 40분 쯤 소요됐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마치 어두운 창밖에 함박눈이 내리듯 동시처럼 편안하고 따뜻하고 간결하며 너무도 서정적이고 목가적인 여섯 연의 아름다운 노랫말과 눈 덮인 알프스의 시냇물처럼 신선하고 맑은 멜로디의 이 캐럴을 오스트리아와 독일 사람들은 주로 성탄 이브와 성탄 당일 예배 때, 그리고 각 가정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개봉할 때 온 가족이 함께 부르며 즐거워합니다.
1818년 성탄절을 앞두고 당시 26세였던 <요제프 모어>(Joseph Mohr)는 <오베른도르프>의 <성 니콜라우스> 성당의 사제로서 성탄 이브에 있을 축하예배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낡고 오래된 성당의 오르간이 고장 났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몹시 난감해 하던 그는 곧 기타 반주가 가능한 캐럴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즉시 노랫말을 쓰기 시작했고, 그리고는 그 성당의 오르가니스트이자 이웃 마을인 <아른스도르프>에서 교사로 재직 중이던 <프란츠 그루버>(Frantz Gruber)에게 그 완성된 가사를 건네며 작곡을 부탁합니다.
드디어 그해 12월 24일 밤, 온 마을 사람들이 다 모여 성탄 전야예배를 드리는 자리에서 그 두 사람이 만든 캐럴 <고요한 밤 거룩한 밤>(Stille Nacht Heilige Nacht)이 첫 선을 보였습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 주의 부모 앉아서 감사기도 드릴 때 / 아기 잘도 잔다 아기 잘도 잔다>
<모어> 사제는 기타를 치며 테너를, <그루버> 오르가니스트는 베이스를 맡았으며 성가대는 후렴을 부르며 조심스런 첫 발표회를 가졌는데 장엄한 크리스마스 성가를 생각했던 마을 사람들은 너무도 소박한 기타 반주에 청아하고 온화한 그 남성 2중창을 들으며 신선한 충격에 빠졌고, 모두가 마음을 정화하며 진심으로 기뻐하고 감사했습니다.
이렇게 200년 전 오스트리아의 한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노래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성탄 캐럴이 되었으며 이 곡이 탄생한 <오베른도르프>의 <성 니콜라우스> 성당은 그 이후 <고요한 밤 성당>(Stille Nacht Kapelle)으로 개명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세계 제1차 대전이 한창이던 1914년 12월 서부 전선의 최대 격전지였던 벨기에의 <이프르> 전선에서 독일군과 영국군이 맞붙어 연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포성이 울리고 총알이 빗발치는 그 전쟁터에도 성탄절이 찾아왔습니다. 펑펑 흰 눈이 쏟아지는 성탄 전야, 먼저 몇 명의 독일 병사가 자신들의 참호 주변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우고 나즉히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불렀습니다.
그러자 잠시 후 맞은 편 영국군 진지에서도 역시 그 캐럴이 울려 퍼졌습니다. 그리고는 곧 양측 병사들이 참호 밖으로 뛰쳐나와 서로 악수를 나누며 술과 담배, 초콜릿을 선물하면서 크리스마스 축제 기간만이라도 서로 공격 하지 말자는 정전을 약속하는데 이게 바로 저 유명한 <크리스마스 정전>(Christmas Truce)이라는 실화입니다. 믿기 어려운 전설 같은 얘기지만 지금까지 무려 30만 건 이상의 사진과 사료들을 전하고 있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입니다.
2021년 성탄절은 참혹합니다.
그 옛날 전쟁 중에도 아군과 적군이 함께 불렀던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인데 오늘 우리는 부를 수가 없습니다. 마스크로 입을 가렸고, 다시 4단계 거리두기 복귀로 예배마저도 위태로워졌기 때문입니다.
부디 분주하고 소란한 시간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나만의 <고요하고 거룩한> 시간을 가지며 마음으로나마 뜨겁게 주님의 성탄을 노래합시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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