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오는 날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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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첫눈이 내렸습니다.
제주도는 지난주 내 대설주의보가 발령됐고, 한라산은 17cm나 쌓인 눈으로 온통 겨울 왕국이 됐다는 소식입니다. 강원도 평창이며 대관령과 설악산 일대에도, 덕유산에도, 수도권 역시 북한산, 관악산, 도봉산은 물론 지난 수요일 이른 아침에는 서울과 분당에도 첫눈이 내렸습니다. 물론 많이 온 것은 아니고 잠시 흩뿌리다 말았지만 그래도 지난해보다 무려 한 달이나 빠른 공식 첫눈이었다고 합니다.
나이가 들어가면 감성이 무뎌진다고 하지만 제게는 여전히 첫눈에 대한 인상과 추억이 그림처럼 예쁜 빛깔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첫눈이 오면 늘 정호승 시인의 <첫눈 오는 날 만나자>가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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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사람들은 첫눈을 기다린다 /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 첫눈이 내린다 / 아직도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 / 아직도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 / 이 얼마나 아름다운 축복인가 /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첫눈 오는 날 약속한 사람과 만나 커피를 마시고 /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리자>
코로나 시국 두 해째,
병든 우리의 삶이 가지 끝에 겨우 매달린 노오란 잎새처럼 위태롭습니다.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11월 첫눈이 부디 우리의 가난한 영혼을 어루만지며 시커멓게 탄 가슴들을 포근하고도 하얗게 품어주길 바래봅니다.
조선시대 때는 첫눈 오는 날은 왕에게 거짓을 고해도 용서받았다고 합니다.
그만큼 길한 날로 여겼다는 뜻입니다.
우리 믿는 자들도 그렇습니다. 매년 성탄절을 기왕이면 화이트 크리스마스로 맞길 원합니다. 기독교 국가인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이 우리처럼 눈 오는 겨울에 성탄절을 맞는데다 눈은 <너희 죄가 주홍 같이 붉을지라도 눈과 같이 희어질 것이라>(사 1:18)는 말씀처럼 속죄의 이미지에도 부합하고, 또 일상의 진부함을 벗어나 온 세상을 한순간 순백의 세계로 변화시켜주는 위대한 자연의 은총이라는 점에서도 모두가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꿈꾸는데 특히 아이들은 산타 할아버지가 루돌프 사슴이 끄는 눈썰매를 타고 각 가정에 선물을 택배 한다고 믿기에 더더욱 눈 오는 성탄 이브를 고대합니다.
이달 마지막 주일(28일)부터 대강절에 들어가는 올 성탄절은 어떨까요?
기상청은 화이트 크리스마스 확률을 31.3%라고 발표했습니다.
정호승 시인은 <첫눈 오는 날 / 만나자는 약속이 없으면 / 늙기 시작한 것> 이라고 했고, 가수 에일리는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고 노래했는데 여러분도 올해는 눈 오는 날 설레는 가슴으로 누군가를 기다리고 또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고대하며 더욱 젊고 행복한 연말 보내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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