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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 "n번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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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agraph:p0001 -->
<p class="p1"><span>어릴 적 우리는 동네 공터나 골목길에서 무수히 죽었습니다.</span></p>

<!-- paragraph:p0002 -->
<p class="p1"><span>금을 밟아도 죽고, 피구를 하다 공에 맞아도 죽고, 고무줄놀이를 하다 발이 걸려도 죽었습니다. 외국에서는 &lt;실격&gt; 혹은 &lt;퇴장&gt;이라는 뜻으로 &lt;아웃&gt;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그걸 굳이 &lt;죽었다&gt;고 합니다. K 드라마인 &lt;오징어 게임&gt;이 피 터지는 &lt;데스 게임&gt;이 된 것도 우리의 그런 죽는 놀이와 무관해 보이지 않습니다.</span><span class="Apple-converted-space"> </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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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2"> </p>

<!-- paragraph:p0004 -->
<p class="p1"><span>지금 전 세계적으로 가장 핫한 &lt;오징어 게임&gt;이 출시 17일 만인 10월 4일 현재 넷플릭스 사상 최초로 1억1,100만 계정을 찍었다니 놀랍고 신기해 저도 지난 대체 공휴일 하루를 총 9부작 러닝 타임 8시간의 정주행에 모두 바쳤습니다.</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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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2"> </p>

<!-- paragraph:p0006 -->
<p class="p1"><span>&lt;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gt;, &lt;구슬치기&gt;, &lt;달고나&gt;, &lt;줄다리기&gt; 같은 꾀죄죄한 우리의 추억의 놀이들, 지난 세대야 날마다 하며 자랐지만 요즘 세대는 생소할뿐더러 10살만 넘어도 유치해서 절대 안 할 것 같은 놀이를 마지막 한 명이 남을 때까지 죽고 죽이는 서바이벌 방식으로 진행해 최후 승자가 456억원의 상금을 독식하는 &lt;머니 게임&gt;.</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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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1"><a href="http://thegreen.or.kr/./files/attach/images/64/709/059/f64bb04b6c17c3f3acc245241357007e.jpg" class="image-placeholder">SSI_20210928100517_O2.jpg</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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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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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1">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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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2"> </p>

<!-- paragraph:p0014 -->
<p class="p1"><span>그렇다면 여기에 세계인들이 공감하며 몰입하는 이유는 뭘까요?</span></p>

<!-- paragraph:p0015 -->
<p class="p1"><span>&lt;오징어 게임&gt;이야말로 인류가 지금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문제를 은유적으로 까발리며 우화의 형식을 빌어 연출한 상황극이기 때문입니다. 즉 돈 때문에 서로 물고 뜯고 죽이는 처절하고도 극단적인 설정이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상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겁니다.</span></p>

<!-- paragraph:p0016 -->
<p class="p2"><span class="Apple-converted-space"> </span></p>

<!-- paragraph:p0017 -->
<p class="p1"><span>밑바닥에서 가장 비참한 삶을 살아가던 인생 실패자들이 어느 무인도에 마련된 거대한 게임장에 모여 1인당 1억원, 참가자 총 456명에 해당하는 456억원의 상금을 놓고 벌이는 생존 게임, 그런데 여느 서바이벌 게임처럼 격투기나 총칼을 쓰는 게 아니라 여기서는 우리가 어릴 때부터 해온 여러 놀이를 통해 서로를 죽입니다.</span><span class="Apple-converted-space"> </span></p>

<!-- paragraph:p0018 -->
<p class="p1"><span>그러면서 드라마는 끊임없이 관객들에게 &lt;만약 나라면 저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gt;라는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span><span class="Apple-converted-space"> </span></p>

<!-- paragraph:p0019 -->
<p class="p1"><span>이처럼 &lt;오징어 게임&gt;은 팍팍한 2021년 현재 지구촌의 모진 현실과 맞닿아 있습니다.</span><span class="Apple-converted-space"> </span></p>

<!-- paragraph:p0020 -->
<p class="p1"><span>아니, 많은 사람들은 &lt;오징어 게임&gt;보다 현실이 더 처절한 무한 경쟁의 서바이벌 게임이고 더 치열한 약육강식의 정글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lt;오징어 게임&gt;의 참가자들도 찬반 격론 끝에 그 죽음의 게임을 중단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도 하지만 결국은 세상이 훨씬 더 &lt;생지옥&gt;이라며 제 발로 다시 그 &lt;오징어 게임장&gt;을 찾습니다.</span><span class="Apple-converted-space"> </span></p>

<!-- paragraph:p0021 -->
<p class="p2"> </p>

<!-- paragraph:p0022 -->
<p class="p1"><span>요즘은 기독교를 비웃고 조롱하는 반기독교적 정서가 대중문화 흥행의 필수 아이템입니다. &lt;오징어 게임&gt;도 예외가 아닙니다.</span><span class="Apple-converted-space"> </span></p>

<!-- paragraph:p0023 -->
<p class="p1"><span>아무런 개연성도 없이 생뚱맞게 불쑥 불쑥 기독교 비하와 희화화가 튀어나오곤 합니다.</span><span class="Apple-converted-space"> </span></p>

<!-- paragraph:p0024 -->
<p class="p1"><span>극 초반 기훈(이정재 분)의 &lt;나 예수 안 믿어요. 우리 집은 불교니 나에게 예수 믿으라고 하지 마세요!&gt;로 시작해서, 244번 캐릭터는 다른 사람을 죽이고 자기가 살아남자 &lt;주님, 감사합니다!&gt;하고 고백합니다. 또 여성 참가자인 240번 지영은 자기 아버지가 어머니를 살해하고, 자신에게는 어릴 때부터 성폭력을 일삼았는데 &lt;목사였다&gt;고 말하며 목회자와 기독교인을 극악무도한 악인으로 묘사합니다. 문제는 기독교에 대한 이런 식의 이미지화가 최근 한국의 대중문화 콘텐츠의 소구력이 높아지면서 세계인들의 인식에도 부정적으로 고착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안타깝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게 다 세상 사람들의 눈에 투영된 오늘 우리들의 모습이라는데 어쩌겠습니까.</span><span class="Apple-converted-space"> </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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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2"> </p>

<!-- paragraph:p0026 -->
<p class="p1"><span>그리고 또 하나 &lt;오징어 게임&gt;이 우리의 관심을 자극한 이유는 때마침 터진 &lt;대장동 게임&gt; 때문입니다.</span><span class="Apple-converted-space"> </span></p>

<!-- paragraph:p0027 -->
<p class="p1"><span>&lt;오징어 게임&gt;과 &lt;대장동 게임&gt;은 둘 다 &lt;머니 게임&gt;이고, &lt;데스 게임&gt;이라는 점에서</span><span class="Apple-converted-space">  </span><span>닮았습니다. 둘 다 설계자가 있고, 시행자, 진행 요원들이 있다는 점도 같습니다. 그러나 판돈에서는 456억의 &lt;오징어 게임&gt;이 조 단위까지 얘기되는 &lt;대장동 게임&gt;에 잽이 안 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드라마보다 더 황당한 &lt;대장동 게임&gt;에 허탈해하고 비참해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몇 억, 몇 십억, 몇 백억에는 아무런 감동이 없습니다. 적어도 몇 천억, 몇 조원은 돼야 조금 관심을 보일까 말까입니다.</span><span class="Apple-converted-space"> </span></p>

<!-- paragraph:p0028 -->
<p class="p1"><span>이런 게 바로 K 드라마인 &lt;오징어 게임&gt;의 세계적인 성공이 싫지 않으면서도 뭔가 뒤끝이 개운치 못한 이유이기도 합니다.</span><span class="Apple-converted-space"> </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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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2"> </p>

<!-- paragraph:p0030 -->
<p class="p1"><span>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요?</span><span class="Apple-converted-space"> </span></p>

<!-- paragraph:p0031 -->
<p class="p1"><span>이 암울한 팬데믹 시대에 우리는 하루하루 대체 어떤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것일까요?</span></p>

<!-- paragraph:p0032 -->
<p class="p1"><span>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lt;오징어 게임&gt; 앞에 서 있는 것은 아닌지...</span></p>

<!-- paragraph:p0033 -->
<p class="p1"><span>이미 &lt;오징어 게임&gt;의 n번 참가자들은 아닌지...</span></p>

<!-- paragraph:p0034 -->
<p class="p2"> </p>

<!-- paragraph:p0035 -->
<p class="p1"><span>참 두렵습니다.</span></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