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첫 주일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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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절>입니다.
4354년 전 처음 이 한반도의 하늘이 열린 날이자 때마침 주일입니다.
우리 선조들은 한민족의 개국을 <개천>(開天), 즉 <하늘이 열린 사건>으로 받아들이며 고조선의 창건이 곧 <하늘의 뜻>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 옛날 이 땅에 처음 하늘이 열리던 날도 오늘처럼 저렇둣 하늘이 쪽빛이었을까요?
우리는 흔히 봄에는 꽃이 피고 가을에는 꽃이 진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가을에 피는 꽃이 훨씬 더 정겹습니다.
은은한 구절초에, 청초한 코스모스며 개망초, 강아지풀, 달맞이꽂 등은 봄꽃처럼 화려하거나 강렬하지는 않지만 그 수수함과 단아함이 좋아 저는 가을 야생화가 맘에 더 듭니다.
봄꽃에 비해 수는 적어도 소박하고 애잔해 더 마음이 편안합니다. 파란 하늘과 떠가는 뭉게구름이 그 배경이 되어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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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은 가을이 점차 무르익어 가는 계절입니다.
맑고 상쾌한 바람과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가을빛은 마음 한구석에 고운 시인의 감성을 느끼게도 합니다. 그래서 10월에는 유독 좋은 노래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바리톤 김동규의 매력적인 음색이 어우러져 가을에는 누구나 꼭 몇 번은 들게 되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는 원래 <시크릿 가든>이라는 노르웨이 그룹이 <봄을 위한 세레나데>(Serenade to Spring)라는 제목으로 작곡한 연주곡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가사까지 붙여 가을 노래로 바꾼 곡이라고 합니다. 노르웨이의 봄과 우리의 가을이 비슷한 느낌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들을수록 담백하면서도 깨끗한 가을꽃의 정취가 느껴져 참 좋습니다. 저는 조수미와 김동규가 함께 부른 음원도 가끔 듣는데 역시 괜찮습니다.
<눈을 뜨기 힘든 가을보다 높은 저 하늘이 기분 좋아
휴일 아침이면 나를 깨운 전화 오늘은 어디서 무얼 할까
창 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 걸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램은 죄가 될 테니까
...
살아가는 이유 꿈을 꾸는 이유 모두가 너라는 걸
네가 있는 세상 살아가는 동안 더 좋은 것은 없을 거야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대장동 의혹, <화천대유>, <천화동인>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며 시끄럽습니다.
가을은 정말이지 소유에 대한 탐욕보다 비움과 쉼, 관계를 위한 사색이 필요한 계절입니다.
휴식의 <휴>(休)는 사람이 나무와 함께 있는 풍경 아닙니까? 즉 자연을 가까이하는 게 곧 쉼이라는 뜻인데, 특히 10월은 늘 분주해서 잘 쉬지 못하는 사람들을 향해 아름다운 단풍으로 자연을 채색하며 더욱 우리더러 쉬라고 합니다.
사실 우리는 누구도 캄캄한 굴속에 들어가 자신의 고통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인고의 시간 없이는 결코 <사람>이 될 수 없습니다.
물론 호랑이처럼 그 순간을 견디지 못하고 굴 밖으로 뛰쳐나갈 수도 있지만 그런 사람은 더 이상 고통의 연금술을 배울 수 없습니다.
내 부모도, 내 자식도, 연인도, 친구도 대신해줄 수 없고 오직 자신만이 홀로 감내하며 동굴의 어둠을 온몸으로 견뎌야 하는 긴 인고의 시간, 부디 이 팬데믹의 어두운 시대를 위해 우리 머리 위의 하늘이 다시 한 번 활짝 열리기를 진심으로 기도합시다.
교회는 늘 말씀의 진액을 빨며 길고 모진 코로나의 터널 속에서도 결코 꺼지지 않는 성령의 불로 타올라야 합니다. 그게 곧 다시 하늘을 여는 길이고, 우리 교회 공동체가 무너지지 않고 여전히 꿋꿋이 버틸 수 있는 힘의 원천입니다.
원래 우리는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우주의 정기가 응집된 쑥과 마늘만 먹고도 백 일을 견딘 끈질긴 민족 아닙니까?
원문 자료와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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