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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의 올빼미

제헌절 아침입니다.

<법>하면 일단 머리부터 지끈지끈 아파오는 게 우리 보통 사람들의 일반적인 정서인데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법조인 천국입니다. 지금 국회에는 46명의 법조인 출신들이 있습니다.

의원 6명 중 1명이 법조인입니다. 전, 현직 대통령이나 내년 대선 후보군에도 법조인이 압도적입니다. 노무현, 문재인, 대선에서 두 번이나 낙선한 이회창, 현 여권의 유력 대선후보인 이재명, 추미애, 컷오프 됐지만 양승조 충남지사, 야권 후보인 홍준표, 역시 검사출신인 원희룡 제주지사, 오세훈, 황교안 뿐 아니라 며칠 전 <국민의 힘>에 입당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도 다 최고위 법조인 출신 아닙니까?

 

누구는 몇 년 간 법조문 달달 외워서 고시 하나 패스한 것 가지고 평생 온갖 권력과 부를 다 누리며 산다고 욕할 수도 있겠으나 생각해 보십시오. 지금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전에는 특히 개인의 적성과는 전혀 상관없이 문과에서 공부 잘 하는 놈은 무조건 사법시험 봐서 법조인이 되고, 이과에서 공부 잘 하는 놈은 무조건 의사가 되는 게 우리 사회의 지극히 당연한  통념처럼 여겨지지 않았습니까? 

법조인과 의사들이 유독 엘리트 의식이 강한 이유입니다. 

또한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선출직임에도 법조인이 많다는 것은 아직도 그들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신뢰가 높다는 뜻이고, 우리 한국인들의 의식 속에 뿌리박힌 성리학적 정서, 즉 사농공상의 유교문화와 또 욕을 하면서도 여전히 엘리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지 못하는 학벌 사회 전통이 그만큼 강고하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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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서를 보면 주님은 언제나 전체보다는 개인을 상대하셨습니다. 즉, 주님의 복음 사역은 사회개혁이나 사법개혁보다도 그 사회와 법질서로부터 소외된 죄인들의 구원에 더 관심하셨습니다. 그러나 한 생명을 구하는 데 있어서 기존의 사회 질서나 법질서가 그것을 방해하거나 가로막을 경우에는 단호한 결전도 불사하셨습니다. 

 

선보다는 악을 옹호하고, 사람을 살리기보다는 오히려 죽이는 법으로 기능했던 당시의 안식일법, 이혼법, 정결법 등과의 한판은 가히 목숨을 내건 대결이었습니다. 실제 마가복음은 주님의 안식일법 파기 사건이 곧 그의 죽음의 최초의 동인이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힙니다(막 3:6). 

 

바울 역시도 그리스도인들의 법적 자의식을 강하게 주장한 사람입니다. 

바울 시대 고린도는 비록 로마제국의 식민지였을망정 헬레니즘 문명이 절정을 이룬 화려한 대도시였습니다. 특히 당시 고린도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었던 헬라 사상은 에피큐리안들의 쾌락주의였습니다. 그게 무엇이든 인간의 쾌락을 위한 것일 때만 의미가 있고 진리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들은 일하기 위해 먹기보다는 먹기 위해 일했고, 진리를 밝히기 위해 철학을 하기보다 사변의 유희를 위해 우주와 인간을 논했으며 심지어 종교마저도 그들에게는 쾌락을 위한 도구에 불과했습니다. 당시 고린도의 아프로디테 신전에는 약 천 여 명의 미녀 사제들이 있어서 날마다 예배자들과 함께 먹고 마시며 쾌락을 즐겼는데 그들에게는 그게 곧 종교의식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같은 쾌락주의 문화가 인권을 옹호하고 냉정하게 시비를 가려야 하는 법정에까지 만연되어 재판이 무슨 스포츠 경기와도 같이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당시의 재판은 <아고라>라는 광장에서 행해졌고 먼저 방청객 중에서 배심원을 선정했는데 20명, 40명, 100명 때로는 수천 명까지도 동원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으레 두 패로 갈라져 서로 열띤 응원을 하며 열광하곤 했는데 바로 그런 세계에 기독교 복음이 전파된 것입니다. 

 

그런데 고린도전서 6:2을 보면 바울이 느닷없이 <훗날 성도들이 이 세상을 심판할 것을 너희가 알지 못하느냐>, 심지어 3절에서는 <우리가 천사들까지도 심판할 것>이라며 <하물며 이 세상 일이랴>하고 일갈합니다. 이것은 앞서 언급한 헬레니즘 문화권의 재판 형식의 알레고리로 하나님이 이 세상을 심판하실 때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그 재판의 배심원이 된다는 뜻입니다.  가히 혁명적인 그리스도인의 법적 자의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헤겔은 그의 <법철학 개요>(Grundlinien der Philosophie des Rechts) 서문에서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녘에 날개를 편다>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믿는 자들이야말로 역사가 저무는 황혼녘에 비로소 기지개를 켜며 주님과 함께 이 세상의 모순과 불의를 심판하기 위한 힘찬 날갯짓을 시작할 것입니다. 

원문 자료와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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