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부치는 평화의 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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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러운 여름빛이 가득한 6월, 그러나 지금 우리가 숨 쉬고 있는 이 땅의 6월은 수많은 영령들의 피로 얼룩진 호국의 달입니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그로부터 꼭 한 달 뒤인 12월 25일 성탄절 아침 동베를린의 콘체르트 하우스에 영국, 미국, 러시아, 프랑스, 동독과 서독의 대표적인 오케스트라가 모여 레너드 번스타인의 지휘로 베를린 장벽 붕괴를 기념하는 역사적 공연을 가졌는데 그때 연주한 곡이 바로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 <합창>이었습니다.
1824년에 완성한 교향곡 제9번은 베토벤이 생애 마지막으로 남긴 불후의 역작으로 교향곡사에 큰 획을 그은 기념비적인 작품이었습니다. 그는 <교향곡은 오케스트라로 연주하는 기악곡>이라는 고정 관념을 깨고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폰 쉴러>(Friedrich von Schiller)의 시 <환희에 부쳐>(An die Freude)를 가사로 솔리스트와 합창단을 등장시켜 인류애와 평화, 자유의 메시지까지 담아냈습니다.
BEETHOVEN Symphony No 9 (베토벤 자필 악보)_Page_360.jpg
현재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의 육필 원곡은 베를린 주립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데 지난 2002년 악보로는 처음으로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기도 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베토벤의 생애는 끊임없는 고난과 고뇌의 연속이었습니다. 가난과 질병, 고독에 맞서 오직 음악을 통해 자유와 평화, 인간다움을 갈구했던 실로 처절한 삶이었습니다. 마지막에는 청각까지도 완벽하게 잃고 지독한 절망 속에 갇혔지만 그럼에도 그는 그 자리에 주저앉거나 그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잔인한 세월을 견디며 마침내 위대하고 장엄한 <합창 교향곡> 제9번을 탄생시켰습니다.
특히 4악장 <환희의 송가>는 평화와 희망의 영원한 상징입니다. 1971년 유럽연합의회는 이 9번 4악장을 <유럽연합 찬가>(anthem of europe)로 공식 채택했고 지휘자 폰 카라얀에게 편곡을 의뢰해 현재 피아노 독주, 취주악, 교향악 등 세 가지 버전으로 연주되고 있습니다.
4악장 <환희의 송가>의 가사가 된 쉴러의 시는 이렇습니다.
환희여, 아름다운 신의 광채여, 낙원의 여인들이여,
우리 모두 황홀한 빛이 가득한 성소로 들어가자!
신비로운 그대의 힘으로 가혹한 시대가 갈라놓은 것들을 다시 이어주고,
그대의 부드러운 날개가 머무르는 곳에서 모든 인류는 한 형제가 되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친구가 되는 꿈을 이룬 자여,
사랑스런 연인을 얻은 자여, 모두 함께 환호하라!
이 세상 모든 존재는 자연의 품에서 마음껏 환희를 마시라.
기뻐하라! 마치 태양이 천국의 빛나는 궤도를 활공하듯.
형제들이여, 그대들이 갈 길을 힘차게 행진하라.
포옹하라! 별들이 수놓은 저 하늘 위에는 사랑하는 우리의 아버지가 계시느니.
별이 빛나는 궁창 위에서 그를 찾으라!
저 별 너머에 창조주가 계시니라.
부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듯 이 한반도에서도 철책이 걷히고 저 DMZ 한복판에서 사랑과 자유와 평화의 노래인 이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 4악장을 소리 높여 합창할 날이 오길 간절히 빌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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