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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제가 퇴근 후 한 시간씩 걷는 탄천 변에 찔레꽃이 하얗게 피었습니다. 

찔레꽃은 볕을 좋아해 숲속 그늘진 곳에서는 볼 수 없고 언덕이나 양지 바른 돌무더기, 개울가 같은 데서 잘 자라는데 꽃의 질박함이나 소박함이 애잔해 흰옷을 즐겨 입었던 우리 민족의 정서에 가장 잘 어울리는 토종 야생화입니다.

꽃은 크지 않지만 쌉싸름한 향기가 강렬해서 야산과 높고 낮은 언덕이 많아 유난히 찔레꽃이 흔했던 안동 지방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 꽃을 따다 안동소주 방식으로 증유해 여성들의 화장수로 사용해 왔는데 이를 <꽃이슬>이라고 불렀습니다. 

오월이 되면 그동안 다투어 피던 화려한 봄꽃들이 다 지고 맨 마지막에 찔레꽃이 피는데 이 무렵이 바로 모내기철과 겹치기 때문에 농부들은 이 때 드는 가뭄을 <찔레꽃 가뭄>이라 부르며 애간장을 태웠습니다. 

또 찔레꽃 피는 오월은 춘궁기입니다. 그래서 먹을 게 지천인 요즘 아이들에게는 전설 같은 이야기지만 시골 출신의 나이든 사람들에게는 찔레꽃이 언제나 허기졌던  보릿고개의 서러운 추억을 소환합니다. 통통하고 연한 찔레 순을 꺾어 껍질을 벗기고 먹으면 아삭한 식감과 함께 덜척지근한 풋내가 입 안 가득 퍼지면서 잠시나마 허기를 잊게 하는데 저는 지금도 찔레꽃 향기를 맡으면 어린 시절의 그 애달픔과 아련함에 젖곤 합니다.

찔레꽃에는 전해지는 옛 설화가 있습니다. 고려시대 얼굴이 몹시 희고 고운 한 소녀가 원나라에 공녀로 끌려가 긴 세월을 보낸 후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에 견딜 수 없어 천신만고 끝에 다시 고향을 찾아오지만 모두 떠나고 없어 아무도 만나지 못한 채로 죽어 하얀 꽃으로 피었다는 슬픈 전설입니다. 그래서 찔레꽃의 꽃말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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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꾼 장사익의 <찔레꽃>입니다.

 

<하얀 꽃 찔레꽃 순박한 꽃 찔레꽃 별처럼 슬픈 찔레꽃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밤새워 울었지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목놓아 울었지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밤새워 울었지

찔레꽃처럼 울었지 찔레꽃처럼 춤췄지

찔레꽃처럼 날았지 당신은 찔레꽃>

 

가장 한국적인 목소리, 가장 한국인의 혼이 많이 느껴지는 노래라는 <찔레꽃>에 대해 장사익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1995년 5월 어느 날 길을 가는데 문득 바람결에 좋은 향기가 전해지는 게 아니 것시유? 장미향인 줄 알고 그 향기를 따라가 봤더니 장미꽃이 아니었시유. 덤불 뒤에 숨어 있는 찔레꽃 향기였시유. 그걸 보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지데유. 이게 바로 나로구나! 더 이상 내려갈 곳 없는 내 처지가 바로 이 찔레꽃이로구나! 그래서 정말 그 자리에서 목놓아 울었시유. 한참을 울다 말고 돌아와 만든 노래가 바로 이 ‘찔레꽃’이지유.>

 

금주 화요일이 5.18 41주기입니다. 

찔레꽃 향기가 진동하던 40여 년 전 그 날의 모진 상처가 하루 속히 아물어 하아얀 새살이 돋아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원문 자료와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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