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까기 인형> 마저 삼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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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난생 처음 본 발레는 1984년 12월 성탄절을 며칠 앞둔 어느 주말 독일 뮌헨 <레지덴츠 테아터>에서 공연한 바이에른 주립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이었습니다.
저는 발레가 그렇게 화려하면서도 우아하고 세련된 예술인 줄은 그 공연장에서 처음 알았습니다.
중간에 한 번 쉬는 시간을 제외하고 3시간 가까이 펼쳐진 공연 내내 눈을 뗄 수가 없을 만큼 무용수들의 몸짓이 아름답고 때로는 힘이 넘치고 또 섬세하고도 다채로웠습니다. 특히 2막에서 백 명 가까운 무용수들이 세계 여러 나라의 춤을 메들리로 펼치는 군무는 가히 장관이었습니다.
유명 극장에서 발레 공연을 관람하려면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비싼 티켓료를 지불해야지만 연말에는 외국인 학생들에 한해 1/5 가격의 할인 티켓이 있어 그걸 구해 공연장 맨꼭대기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은 어느 나라나 성탄 시즌 공연계의 단골 레퍼토리입니다. 줄거리 자체가 성탄 이브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환상과 동화적인 꿈속 여행을 소재로 하고 있어서 성탄시즌에 가장 잘 어울리기 때문입니다.
무대는 성탄 전야 주인공 클라라의 집에서 파티를 여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그 자리에서 클라라는 자신의 대부인 드로셀마이어 할아버지로부터 호두까기 목인형을 선물 받고 몹시 기뻐하다 잠이 듭니다. 그리고 이어 꿈속 판타지 세계가 펼쳐지는데 생쥐 왕이 부하들을 이끌고 습격해와 호두까기 인형과 그의 병정들을 상대로 전투를 벌입니다. 놀란 클라라가 호두까기 인형을 도와 결국은 생쥐 왕과 그의 군대를 모두 무찌르고 호두까기 인형은 마법이 풀려 너무도 멋진 왕자로 변신해 클라라와 함께 환상적인 과자 나라 여행을 떠납니다.
그리고 각 과자 나라를 상징하는 요정들과 어울려 신나고 즐겁게 춤을 춥니다. 눈송이 춤에서부터 러시아, 아라비아, 스페인, 중국 춤에 꽃의 왈츠까지 그야말로 감동과 환상의 군무를 펼치는데, 그 화려한 무대는 클라라가 꿈에서 깨어나 곁에 있는 호두까기 인형을 꼭 껴안고 성탄절 아침을 맞으며 비로소 막이 내립니다.
독일 작가인 호프만의 동화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왕>이 원작인 <호두까기 인형>은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공주>와 함께 차이코프스키의 3대 발레곡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스토리가 아주 단순하고 동화 속 판타지 세계의 다양한 볼거리와 요정들의 아기자기한 춤사위가 일품이어서 차이코프스키의 다른 작품에 비해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대중적이고, 또 달달한 솜사탕 같은 연출로 널리 사랑을 받아 온 작품입니다.
그런데 올해는 우리나라의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셜 발레단을 비롯 세계 모든 나라들에서 연말 <호두까기 인형> 공연이 다 취소됐다는 보도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성탄 시즌 지구촌 공연계의 단골 메뉴인 <호두까기 인형>마저도 삼키고 말았습니다. 다만 LG전자가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의 초대형 전광판을 통해 세계적인 발레단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의 <호두까기 인형>을 금주부터 연말까지 영상으로 띄운다는 소식입니다.
난생 처음 겪어보는 적막하고 황량한 성탄 주간,
<호두까기 인형>의 주인공 소녀 클라라처럼 우리도 성탄절 아침 눈을 뜨는 순간 이 혼란스런 코로나 정국이 꿈처럼 사라지고 모두가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원문 자료와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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