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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 "삼월의 바다와 새파란 초생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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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agraph:p0001 -->
<p class="p1"><span>한국 시문학사에서 모더니즘의 진정한 선구자로 알려진 월북시인 김기림의 시에서는 마치 은빛 겨울바다를 담은 캔버스에서 파도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까마득히 잊혀진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 막 되살아나는 듯도 합니다. 그는 삼월이 다 가도록 여전히 오지 않는 봄, 쉬 물러가지 않는 겨울을 이렇게 읊었습니다.</span><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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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2"><br></p>
<!-- paragraph:p0003 -->
<p class="p1"><span>아모도 그에게 수심을 일러 준 일이 없기에</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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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1"><span>흰나비는 도모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span></p>
<!-- paragraph:p0005 -->
<p class="p1"><span>청무우 밭인가 해서 나려 갔다가는</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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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1"><span>여린 날개가 물결에 젖어</span></p>
<!-- paragraph:p0007 -->
<p class="p1"><span>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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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1"><span>삼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거픈</span></p>
<!-- paragraph:p0009 -->
<p class="p1"><span>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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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2"><br></p>
<!-- paragraph:p0011 -->
<p class="p1"><span>이것은 단지 계절의 풍경화가 아닙니다.</span><span class="Apple-converted-space"> </span></p>
<!-- paragraph:p0012 -->
<p class="p1"><span>여기 나오는 나비란 달이 바뀌면 으레히 봄이 오겠거니 하는 우리의 &lt;순진함&gt;이며, 때가 됐건만 꽃이 피지 않는 삼월의 바다란 우리의 그런 순진함을 비웃는 거친 세상의 &lt;영악함&gt;입니다.</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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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2"><br></p>
<!-- paragraph:p0014 -->
<p class="p1"><span>파란 것만 보면 무조건 청무우 밭인가 하여 내려앉았다가 그만 사납고 차가운 파도를 흠뻑 뒤집어쓰고 오늘오들 떨고 있는 나비, 우리는 지금 만월까지는 아직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을 저 삼월의 바다 위로 무심히 떠오르는 &lt;시린 초생달&gt;을 바라보며 뼈저리게 깨닫고 있습니다.</span><span class="Apple-converted-space"> </span></p>
<!-- paragraph:p0015 -->
<p class="p2"><br></p>
<!-- paragraph:p0016 -->
<p class="p1"><span>&lt;갈릴레오가 잊어버린 또 하나의 별의 이름&gt;이라는 긴 제목의 시집은 김기림의 시 모음집입니다. 갈릴레오는 중세의 암흑시대를 과학의 이름으로 돌파하면서 우리에게 가장 정직한 천체의 모습을 보여주려한 사람입니다.</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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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2"><br></p>
<!-- paragraph:p0018 -->
<p class="p1"><span>그런데 그 갈릴레오의 망원경으로도 미처 발견하지 못한 별이 있습니다. 그게 바로 &lt;희망&gt;이라는 이름의 별입니다. &lt;걸리버 여행기&gt;의 저자 대니얼 디포의 잘 알려지지 않은 저작 &lt;흑사병 해의 일지&gt; 서문에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span><span class="Apple-converted-space"> </span></p>
<!-- paragraph:p0019 -->
<p class="p2"><br></p>
<!-- paragraph:p0020 -->
<p class="p1"><span>&lt;내가 이렇게 모든 것을 자세히 기록해 두는 것은 혹시라도 후세에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에서다&gt;</span></p>
<!-- paragraph:p0021 -->
<p class="p1"><span><br></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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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1"><span><br></span></p>
<!-- paragraph:p0023 -->
<p class="p1"><span><a href="http://thegreen.or.kr/files/attach/images/64/462/057/85eeee4f4fe28ed59d2c5487b66091ce.jpg" class="image-placeholder">grass-1913167_1280.jpg</a></span></p>
<br><!-- paragraph:p0024 -->
<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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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1"><span><br></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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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2"><br></p>
<!-- paragraph:p0027 -->
<p class="p1"><span>극도로 혼란하고 불안했던 당시에도 이미 그런 재앙이 거기서 끝이 아니란 걸 알았던 작가의 마음이 오롯이 담겨있습니다. 온갖 헛소문과 그로 인한 패닉, 재앙을 이용한 돌팔이 사기와 나라간의 무역 갈등, 도시 폐쇄, 의심환자 강제 감금, 탈출과 은폐로 인한 감염 확산 등 지금의 &lt;코로나19&gt; 사태와 조금도 다를 바 없는 혼란의 악순환이 이어지는 가운데서 작가는 그때도 능동적인 자가 격리자들만이 살아남았다고 전합니다.</span><span class="Apple-converted-space"> </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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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2"><br></p>
<!-- paragraph:p0029 -->
<p class="p1"><span>흔히 불안한 마음은 사람을 비이성적으로 만들곤 합니다. 낙담하지 맙시다. 스스로 생의 기운을 꺾지 맙시다. 남의 절망을 도와주며 힘껏 서로의 삶을 격려합시다. 삼월의 바다가 아무리 시리다 해도 봄은 이제 지척입니다. &lt;희망&gt;이 바로 이 어두운 시대를 밝히는 &lt;또 하나의 잊혀진 별의 이름&gt;인 것을 기억합시다.</span></p>
<!-- paragraph:p0030 -->
<p class="p2"><br></p>
<!-- paragraph:p0031 -->
<p class="p1"><span>솔로몬은 처음 예루살렘 성전을 건축하고 이렇게 기도했습니다.</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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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2"><br></p>
<!-- paragraph:p0033 -->
<p class="p1"><span>&lt;만일 이 땅에 기근이나 전염병이 돌거나 곡식이 시들거나 깜부기가 나거나 메뚜기나 황충이 나거나 적이 와서 성읍을 에워싸거나 무슨 재앙이나 무슨 질병을 막론하고 한 사람이나 혹 주의 온 백성이 다 각각 자기의 마음에 재앙을 깨닫고 이 성전을 향하여 기도와 간구를 하거든 주는 계신 곳 하늘에서 들으시고 사하시며 각 사람의 마음을 아시오니 그들의 모든 행위대로 갚으시옵소서. 주만 홀로 사람의 마음을 다 아심이니이다&gt;(왕상 8:37-39).</span></p>
<!-- paragraph:p0034 -->
<p class="p2"><br></p>
<!-- paragraph:p0035 -->
<p class="p1"><span>우리 모두 살아남아 다시 보게 되기를,</span><span class="Apple-converted-space"> </span></p>
<!-- paragraph:p0036 -->
<p class="p1"><span>다 마스크를 벗은 맨 얼굴로 따뜻한 봄을 맞게 되기를...</span></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