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의 신비, 인체의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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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의 신비, 인체의 신비
충격적이었습니다. 두 쪽으로 반듯하게 쪼개진 사람, 자신의 피부를 허물처럼 벗어 한 손에 들고 서 있는 사람, 만삭이 된 배 한 쪽을 도려내 자궁 속에 웅크리고 있는 태아까지 다 보이고 있는 임신부...... .
이것은 어느 공포영화에 나오는 엽기적인 장면이 아니고 지난 달 14일까지 이매동 아트센터에서 전시한 <2008 체험, 인체의 신비>전의 실제 전시내용들입니다.
인체 전신표본 12점과 장기표본 160여점이 각 테마별로 나뉘어 전시된 이번 <인체의 신비>전은 손끝의 모세 혈관에서 뇌 조직과 신경세포, 주름진 피부조직까지 인체의 생전 모습을 그대로 담았을 뿐 아니라 보다 효과적인 근육표현을 위해 운동하는 포즈의 표본들을 많이 전시해 몹시 역동적이고 입체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인체의 특정부위를 횡단면으로 자른 얇은 <육포>들을 주르르 펼쳐놓은 모습이라든가, 갈라진 배 사이로 보이는 거무스레한 간과 창자, 근육 한 올 한 올을 다 파헤쳐 놓은 모습, 뼈와 살을 발라내 뇌수와 혈관만 남은 두개골, 마치 정육점에 걸어놓은 고기를 연상시키는 근육덩이, 플라스틱 막대기처럼 느껴지는 뼈 등은 생명이 빠져나간 인체야말로 얼마나 허무하고 쓸쓸한가 하는 깊은 무상을 느끼게도 했습니다.
인체를 이런 식으로 처리하고 전시하는 방식을 고안한 사람은 군터 폰 하겐스라는 독일인 해부학자라고 하는데 그가 개발한 이 방식은 장기 및 인체조직 속에서 수분과 지방을 모두 제거하고 대신 실리콘과 같은 고분자 화합물을 주입하는 것입니다. <플라스티나이제이션 기법>이라는 이 특수한 방식을 적용하면 생체와 똑같은 상태의 보존이 가능할 뿐 아니라 건조, 무취하며 내구성이 뛰어나 오랫동안 보관할 수도 있고 또 관찰도 용이하다는 것입니다.
이번에도 유리관과 같은 보호설비가 없어 근육의 결 하나하나까지 속속들이 다 들여다 볼 수 있었는데, 머리카락과 해골, 뇌막, 뇌수에서 완전히 분리된 사람의 뇌를 보면서는 생각보다 많이 작다는 느낌이 들었고, 반대로 간과 허파는 몹시 큰 것 같아 놀랐습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가장 경이로웠던 것은 혈액 순환계였습니다. 관상동맥과 같이 굵은 혈관에서부터 실낱보다 더 가는 모세혈관까지 온 몸 구석구석 퍼져있는 인체의 모든 혈관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그대로 입체감있게 살려 유리관의 액체 속에 담아 놓은 모습은 보는 이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했습니다. 뼈도 살도 장기도 없는데 어떻게 혈관만을 저렇듯 일어선 자세로 형상화 했을까!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전시장을 나서는데 두 가지 생각이 스쳤습니다. 하나는 이런 인체전시 이벤트가 흙으로 돌아가야할 죽은 자의 영면권을 박탈하는 행위가 아닐까 하는 점과 또 하나는 인체를 전시하고 유료 관람객을 동원한다는 점에서 자칫 인간의 존엄성을 해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윤리적 의구심이 그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태초에 하나님이 창조하신 걸작인 인체의 신비를 속속들이 관찰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주 특별한 체험이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