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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주말에 다시 큰 비가 온다기에 더 뒀다가는 다 썩겠다 싶어 엊그제 오후 부랴부랴 올라가 감자를 모두 캤습니다. 밭장로님이 관리하시는 윗밭 감자는 이미 장마전 &lt;하지 감자&gt;에 때맞춰 캐 지난 맥추감사주일에 쪄서 함께 나눠 먹었고, 이번에 수확한 아랫밭 감자는 저와 권권사님이 심은 것인데 시간이 없어 미뤄뒀다가 이번에 캔 것입니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한 주 정도 늦게 심은데다 장마도 빨리오는 바람에 알이 차고 여물기에는 너무 기간이 짧았던 것 같아 별 기대를 안 했는데 막상 캐 보니 씨알도 제법 굵고 낟알도 줄기당 서너 개씩은 보통이서서 차라리 작년보다도 작황이  좋은 것 같았습니다. 우리가 한 일이라곤 그저 통감자를 몇 쪽으로 잘라 흙속에 묻은 것 뿐인데 올해도 하나님이 이렇듯 영근 수확을 보게 하셨습니다. 뽀얗고 토실한 감자를 땅에서 캐내는 즐거움이란 뭣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짜릿한 것이어서 저는 휴게소 감자나 조림 감자로 딱인 자잘한 것까지도 안 버리고 다 모아 지게로 주차장까지 져 내렸습니다. 올해는 옥수수도 꽤 많이 심었습니다. 장마통에 훌쩍 커서 이미 제 키보다 더 자랐고 이삭은 물론 더러는 송이까지도 맺혔습니다. 그런데 옥수수 잎을 벌레가 너무 많이 갉아먹어 제대로 된 열매를 수확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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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a href="http://thegreen.or.kr/files/attach/images/64/603/005/33b92d9b65043bd8cb45c67ae070045f.jpg" class="image-placeholder empty"></a><br></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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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농삿일은 그야말로 풀과의 전쟁입니다. 심지도 않고 거름을 준 것도 아니건만 잡초 때문에 밭 꼴이 말이 아닙니다. 더구나 올해는 비가 많이 와 풀이 더 성한 것 같습니다. 무서운 생명력을 과시하며 왕성하게 자라고 있는 저희 웰빙촌의 잡초는 바랭이, 깨풀, 독말풀, 질경이, 메귀리, 개망초, 둑새풀, 강아지풀, 쇠비름, 명아주, 개비름, 돌피, 크로바, 메꽃, 방동산이, 하늘직이 등 제가 아는 것만도 스무 종이 넘는데 그 어떤 박해에도 굴하지 않고 지금도 꿋꿋이 자라고 있습니다. 반면 상추며 청경채, 치커리, 겨자채 같은 야채들은 장마가 오면 다 짓물러 버립니다.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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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그런데 올해 우리 웰빙촌의 야채 농사는 장마가 아니라 고라니가 다 망쳤습니다. 봄에는 밭장로님이 애써 모종해 놓은 고추대를 모조리 한 입거리로 잘라 먹어 고추농사를 접게 하더니 이어서 열무, 상추, 콩잎까지 거덜내고 최근에는 일곱 고랑이나 되는 고구마 잎사귀를 깔끔하게 다 먹어 치웠습니다. 물론 작년에도 그랬고, 매년 해 온 짓이긴 하지만 올해 작품이 가장 완벽했습니다. 그동안 벌여 온 밭장로님의 고라니와의 씨름은 눈물겨웠습니다. 7백 평이 넘는 밭 주위를 1m 이상의 그물망으로 펜스를 치고, 산 쪽으로는 2m 정도로 그물망을 더 높이고, 그도 모자라 이중으로 쳤는가 하면 냄새에 예민한 고라니 퇴치에 특효라는 크레졸 병을 그물망 아래 촘촘하게 박기까지 하며 안간 힘을 써봤지만 다 소용 없었습니다. 어디로 들어오는지 귀신 같이 들어와 도둑처럼 구석구석을 휘젓고 다니며 여린 채소를 다 뜯어 먹고 꼭 염소 똥처럼 생긴 변까지 실례하고는 바람처럼 사라집니다. 밤새 지킬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고라니의 천적인 호랑이나 늑대를 키울 수도 없고 참 난감한 노릇입니다. 오죽하면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으신 밭장로님 입에서 &lt;내년에는 내가 농사를 짓나 봐라!&gt;하는 푸념이 다 나오겠습니까? 하기야 저도 처음에는 &lt;고라니와 사이좋게 나눠 먹지 뭐!&gt;하며 제법 관대한 척했는데 역시 고라니는 타협이 통할 리 없고 염치가 있을 리 없는 짐승이었습니다. 산속도 아니고 율동공원 피크닉장 맞은 편 농장인데도 고라니가 이렇게 극성이니 저 시골 농가들의 피해는 얼마나 클지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훗날 새 하늘과 새 땅이 도래하면 이리와 어린 양이 함께 먹고 암소와 곰도 함께 먹으며, 표범이 어린 염소와 같이 산다&lt;사 11:6-9)고 했으니 그때는 사람과 고라니도 서로 나눠 먹으며 사이좋게 살 수 있겠지요. 그날을 기다릴 밖에는요.</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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