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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충격

아시안컵에 출전한 우리 축구 대표팀이 C조 1위로 16강 진출을 확정하고 22일 바레인과의 일전을 앞두고 있던 지난 17일 대표팀 공격수 중의 하나인 이청용 선수가 벤투 감독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습니다. <감독님, 19일에 제 여동생 결혼식인데 잠시 다녀와도 되겠습니까?> 오랫동안 국가대표로 함께 뛰었던 그의 동료 수비수인 김영권 선수도 <대표팀 생활 중에서 그런 상황은 처음 봤다. 여기서 한국이 가까운 거리도 아니고 ... 많이 놀랐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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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확실히 그것은 우리가 공감하기 어려운 <생소함>이었습니다.  조직을 위해서라면, 더구나 그게 나라를 대표하는 일이라면 <사사로운 일> 따위는 언제든 접어두고 대의를 위해 온몸을 던지는 게 옳다는 정서가 아직은 지배적인 우리 사회, 실제 네티즌 가운데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도 아닌데 치열한 아시안컵 기간에 굳이 여동생 결혼식까지 참석해야 하나?>하며 의문을 제기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조직의 논리를 우선시하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개인주의>나 <이기주의> 같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처신으로 비춰질 수도 있었음이 분명합니다. 


더구나 내 개인의 문제로 자칫 조직이나 다른 동료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나라를 위하고 혹은 자신이 속한 조직을 위하느라 때로 부모님의 임종도 지키지 못하고, 자녀의 졸업식이나 첫 출산인 아내 곁에도 함께 있어주지 못하는 무심함에 자책해 오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놀랍게도 벤투 감독은 그날 이청용 선수의 그 조심스런 타진에 쿨하게 답했습니다. <그래, 걱정하지 말고 잘 다녀와라!>


감독이 허락하지 않았어도 선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고, 또 실제 축구전쟁이 한창인 마당에 여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하겠다는 주전선수에게 왕복 비행거리 20시간이 넘는 한국행을 허락할 감독이 과연 있었을까요? 


벤투 감독의 그 파격적인 결정이야 말로  한국 축구사, 스포츠사에 새로운 한 획을 그은 것입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21일 두바이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이 문제에 관해  벤투 감독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그건 간단한 문제입니다. 축구가 우리 생활의 일부분인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생에서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족이고, 친지고, 이웃들입니다. 그래서 나는 주저하지 않고 이청용 선수를 일시 귀국하게 했습니다.>


솔직히 저는 그의 그 명쾌하고도 심플한 언어와 너무나도 자명하다는 듯 말하는 태도에 깊은 인상을 넘어 충격을 받았습니다. 축구가 직업이고, 축구를 지도하기 위해 만리타국에까지 와서 대한민국 국가대표선수들을 이끌고 아시안컵 16강전을 앞두고 있는 감독이 <축구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아니라>니... 

결과적으로 이청용 선수는 19일에 있었던 여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했고, 다시 돌아가 22일 바레인전을 무사히 치렀습니다.


카타르전에 패해 4강 진출이 좌절됐다고 너무 상심하지 마십시오. 

저는 여전히 <축구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아니라>고 말하는 포르투갈 사람 파울루 벤투 감독의 리더십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그리고 그의 신념이 우리 선수들과 국민들에게도 잘 전달되어 모두가 축구를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이상으로 가족과 이웃들과 또 다른 가치들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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