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문턱에서
읽기 설정
미리보기 인용
복사되는 내용은 인용 정보와 미리보기 주소다.
현재 미리보기 주소:
하늘의 태양이 작열하지 않으면 땅의 생물들이 성숙하지 못합니다.
물론 너무 뜨거워도 기진하거나 말라 살아남지 못하지요.
올 여름에도 그 절묘한 균형을 맞춰 왕성한 생명활동을 가능케 하는 일은 전적으로 우리의 권한에 속한 문제가 아니어서 그저 하나님의 은혜만을 바랄 뿐입니다. 태양은 이렇듯 그 존재가 가히 절대적이어서 인류에게는 늘 지존이자 숭배의 대상이었습니다.
<날씨>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태양이 바로 그날그날의 생과 사를 좌우하는 운명의 씨앗이나 다름없었다는 것입니다. 실제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과 태양이 쨍쨍 내리쬐는 날의 삶의 질은 확연히 달랐습니다.
그렇습니다.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은 동토에서 살아남을 생명체도 흔치 않지만 사막 한가운데서 건재할 생명체 역시도 희소하기는 마찬가집니다. 태양은 꼭 필요하지만 그게 너무 잔인하거나 또 빛의 은총에 인색하면 그 자체가 곧 생물들에게는 재앙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고대로부터 태양과 불과 지엄한 군주는 언제나 동일체였습니다. 태양은 생명의 원천이고, 불은 섭생과 철기문화의 핵심이었습니다. 그리고 군주는 태양으로 상징되는 자연과 불로 대표되는 인간사의 모든 권능을 대변하는 지위에 있었습니다.
제우스가 바로 불의 신이라는 것과 고대 역사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군주가 자신을 태양으로 신화화한 사실이 그 점을 잘 말해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태양은 자고로 비와 구름, 그리고 바람을 동반할 때 비로소 축복이 되고 생명의 원천이 됩니다. 사랑도 마찬가지잖습니까? 뜨거운 열정만이 아니라 비와 그늘, 그리고 바람 부는 언덕이 있어야 아름답습니다. 여름이 더운 것은 당연합니다. 추운 여름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오직 태양만이 지배하는 여름이라면 그것은 단지 살인적인 폭염의 계절일 뿐입니다. 자신을 오로지 신적 존재로만 내세우는 태양 같은 군주 앞에서는 아무리 그의 카리스마가 하늘을 찌른다 해도 백성들은 다만 시들어 갈 뿐입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고 했던가요? 북미 두 정상이 연출한 <세기의 쇼>는 끝났습니다. 어지간히 바람을 잡고 변죽을 울렸어야지요?
그러나 이참에 북한의 최고 존엄이요 대를 이은 <민족의 태양>이라는 김정은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제발 이제는 북녘 동포들에게도 노동의 곤고함으로부터 조금은 쉴 수 있는 그늘을 보장하라는 것입니다. 태양인 것은 좋으나 북녘 인민들에게도 때로 한 줄기 상쾌한 바람과 생명 같은 시원한 빗줄기를 맞으며 감사와 보람을 느끼게 하라는 것입니다. 그들도 더 이상 태양의 노예가 아니라 인격을 가진 사람임을 성찰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하라는 것입니다.
모쪼록 이번 싱가포르 여행이 태양만이 아니라 바람과 구름과 빗줄기가 함께 어우러져야 비로소 아름다운 그림이 되고 또 거기에 인간다운 삶의 정서가 있음을 깨닫는 소중한 계기가 됐기를 진심으로 바래 봅니다.
올 여름에도 모두가 건강하시기를!
원문 자료와 첨부
- 이미지: 원래 주소 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