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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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유럽의 성탄 시즌은 대강절(Advent) 첫 주간 월요일에 개장하여 성탄 이브인 12월 24일 밤에 폐장하는 <성탄마켓>(Christkindlmarkt)을 중심으로 무르익습니다. 사실 유럽은 어느 나라나 성탄마켓의 분위기가 비슷하지만 그 규모나 화려함에 있어서 으뜸으로 꼽히는 곳은 단연 독일의 뮌헨입니다. 성탄절이 다가오면 뮌헨의 시청 앞 광장인 <마리엔 플라츠>에는 거대한 성탄바움(전나무 성탄트리)이 세워지고 그 주변으로 간이매점들이 빼곡히 진을 칩니다. 그리고 가판대마다 각종 크리스마스 기념품, 트리장식품, 장갑이나 머플러, 모자 같은 크리스마스 선물, 성탄카드, 온갖 모양과 다양한 향의 양초, 아기 예수님을 소재로 한 수공예품, 뚜껑 달린 맥주잔이나 성화 접시 같은 도예품들이 가득가득 쌓입니다. 먹거리도 예외가 아닙니다. 건포도와 견과류가 들어간 성탄 케익 슈톨렌과 갖가지 생강 쿠키, 초콜릿, 부르스트(소시지), 브레첸이며 적포도주에 계피와 레몬, 설탕 등을 넣고 끓인 <글뤼바인>(Glüwein) 등이 손님들을 맞습니다.
이때는 아이들도 학교를 파한 후 곧장 성탄마켓으로 와 엄마 아빠와 함께 쇼핑도 하고, 축제도 즐기며 저녁식사까지도 하고 갑니다. 어른들은 모처럼 만난 이웃이나 친지들과 글뤼바인을 마시며 대화하고 웃고 즐기고, 아이들은 초콜릿이나 쿠키, 브레첸이라는 작은 빵에 수제 치즈를 얹어 먹으며 또래들과 신나게 어울립니다.
그리고 광장 가장자리에서는 각 교회 성가대, 브라스밴드, 거리 가수들의 캐롤 공연들이 이어지면서 4주간의 대강절 내내 성탄축제 분위기를 이어갑니다.
백화점의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과 테마파크의 상업적인 크리스마스 분위기 연출 등 주로 시각적인 자극에만 치우친 우리네 성탄 문화와는 달리 가족들, 이웃들과 함께 소박하면서도 훈훈한 성탄 시즌을 보낸다는 점에서 우리와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올해도 어느 새 캘린더가 달랑 한 장 남았습니다. 세밑은 늘 아쉽고 허전하지만 그래도 우리에게는 이때가 가장 은혜로운 기다림의 계절입니다.
예로부터 우리는 기다림의 민족입니다. 숱한 야화가 다 기다림으로 가득 차있습니다. 망부석 같은 이야기는 참 한국적입니다. 아이를 업은 엄마같이 생긴 바위를 보며 저게 바로 기다리다 지쳐 돌이 되어버린 어느 여인이라고 한 것은 기다림에 지친 우리 민족의 정서를 그대로 투영한 것입니다.
그런데 기독교가 바로 그렇습니다. 기다림의 종교입니다. 초대교회의 예배형식을 보면 사회자가 큰소리로 <내가 속히 오리라!> 하고 외치면 성도들이 일제히 <마라나타!> 하며 화답하는 것으로 예배를 마쳤는데, <마라나타>란 <주여, 오시옵소서!> 라는 뜻의 아람어입니다. 성경의 제일 마지막 책인 요한계시록도 <마라나타>(계 22:20)로 끝납니다. 따라서 <마라나타>란 곧 예배의 결론이자 신구약 성경의 결론이고 기독교의 결론입니다. 주님 오심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대강절 첫 주일입니다. 올해도 주님은 반드시 새롭게 성탄하십니다. 부디 슬프고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주님에 대한 기다림을 포기하지 맙시다. 삶에 지쳐 아무렇게나 자신을 내던져버린 이웃들에게도 꼭 주님이 오신다는 소식을 전합시다. 민족 시인이자 승려시인인 한용운의 싯귀에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님은 만날 때 웃음을 주고 떠날 때 눈물을 줍니다. 만날 때 웃음보다 떠날 때 눈물이 좋고 떠날 때 눈물보다 다시 만나는 웃음이 좋습니다.>
나를 울게 하신 그분이 올해는 반드시 나를 웃게 하실 거란 희망을 가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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