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교회 아카이브

장어구이

 

흔히 <아무런 감흥을 못 느끼는 무신경증>을 <마크 트웨인 신드롬>이라고 합니다. 이는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 등을 쓴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이름에서 온 말로 그는 1867년 사교계 여러 지인들과 함께 이태리로 예술 순례를 떠나는데 그게 당시 미국 상류사회 지식인, 예술인들의 문화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트웨인이 밀라노 산타마리아 델라 그라치에 성당 수도원의 식당 벽에 그려져 있던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본 소감이 이렇습니다. <우리처럼 지지리도 교양없는 불한당들에게는 도무지 그것이 그림이라고 부를 수 없는 물건이었다. 가이드의 자아도취적인 찬사를 들으며 조금이라도 흥미를 느껴보려고 애 썼지만 헛수고였다. 단지 예술계 옛 거장의 이름이 귓전에 닿을 때 느껴지는 가벼운 전율 뿐, 그 이상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리 독설가로 악명 높은 트웨인이라 하지만 인류의 걸작에 대한 평이 좀 과하다 싶은데 전문가들은 당시 <최후의 만찬>의 상태를 고려한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평이었다고 합니다. 즉 다빈치는 벽화 <최후의 만찬>을 덜 마른 회반죽 바탕에 안료로 채색하는 방식의 프레스코 기법이 아니라 달걀 노른자에 안료를 섞어 그리는 템페라 방식을 택했는데 템페라 기법은 섬세한 표현에는 유리하지만 자칫 그림이 들뜨거나 곰팡이가 생길 수 있어 보수와 관리는 쉽지 않다고 합니다. 더구나 조금은 더 습한 산타마리아 델라 그라치에 성당 식당 벽화라 마크 트웨인이 봤을 당시의 <최후의 만찬>은 훼손과 여러 차례 보수로 거의 누더기 가 되다시피 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트웨인이 그런 시니컬한 반응을 보일만도 했다는 얘깁니다. 어쨌든 그로부터 140년 후 미국의 음식문화 연구자인 존 바리아노가 다시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에 대한 조금은 색다른 호기심을 보였습니다. 그의 관심은 다빈치가 그린 <최후의 만찬>의 메뉴였습니다. 2008년 발표한 그의 논문에 의하면 <최후의 만찬> 속의 메인 요리는 뜻밖에도 장어요리였습니다. 

 

주님의 왼쪽 접시에 놓인 음식이 바로 <오렌지 슬라이스를 얹은 구운 장어>였다는 것입니다. 물론 주님이 12제자들과 함께 드신 실제 최후만찬 때는 장어요리가 없었음이 분명합니다. 성경에는 오직 <떡과 포도주>만 나오고, 또 유대인들은 전통적으로 비늘 없는 물고기를 부정한 것으로 간주하여 먹지 않으므로 <최후의 만찬> 메뉴에 장어가 올랐을리는 만무합니다. 그렇다면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에는 어째서 장어구이가 메인 메뉴가 되었을까요?

 

장어에 오렌지를 곁들이는 요리가 <최후의 만찬>을 제작할 당시 이태리 사람들이 즐겨먹던 스페셜 메뉴였기 때문입니다. 

장어는 한국, 일본, 중국이 다 즐기는 대표적인 여름 보양식입니다. 특히 일본 사람들은 우리가 복날 삼계탕을 먹듯이 복날 꼭 장어구이를 먹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독일 사람들도 여름 별식으로 장어국을 즐긴다는 것입니다. 독일의 항구도시 함부르크 지방에서는 알주페(Aalsuppe)라는 장어탕이 최고의 여름 보양식으로 꼽힙니다. 독일 외에도 프랑스에서는 훈제 장어가, 이태리에서는 장어 소금구이가 유명한 여름 메뉴이자 전통 보양식입니다. 

 

이미 더위는 한 풀 꺾였지만 저 내일부터 휴가입니다. 저도 일단 장어구이에 양파 슬라이스를 얹어 기력 보충부터 하고 움직일 계획입니다. 

2주 후, 초가을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