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교회 아카이브

검불을 쓰고 베옷을 입고 ...



사순절(Lent)은 부활절 6주 전에 시작됩니다. 그런데 거기서 절기 일 수에 들지 않는 6번의 주일을 빼면 36일 밖에는 안 되기 때문에 사순절 첫째 주일 전 4일을 더 보태 40일을 채우는 겁니다. 따라서 사순절은 매년 사순절 첫째 주일 전 수요일부터 시작돼 고난주간 마지막 날인 토요일까지 이어지는데, 특히 사순절 첫 날인 수요일은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이라 명명합니다. 종려나무 가지를 태운 재 위에 앉아 회개하는 날이란 뜻의 <재의 수요일>은 성경의 오랜 전통이자 풍습입니다. 

<내가 티끌과 재 가운데서 회개하나이다>(욥 42:6). <내가 금식하며 베옷을 입고 재를 덮어 쓰고 주 하나님께 기도하며 간구하기를 결심하고>(단 9:3). 

<화 있을진저 고라신아 화 있을진저 벳새다야 너희에게 행한 모든 권능을 두로와 시돈에서 행하였더라면 그들이 벌써 베옷을 입고 재에 앉아 회개하였으리라>(마 11:21). 

 사순절이 교회의 절기가 된 것은 A.D. 325년 니케아 회의(council of Nicea) 때부터 였고, 절기 기간을 굳이 40(四旬)일로 정한 것은 주님이 40일간 광야에서 금식하신 것과 모세가 40일간 시내산에서 금식한 일, 또 이스라엘 백성이 40년간 광야를 유랑했고, 주님이 부활하신 후 40일간 이 땅에 계시다 승천하신 예 등에서 보듯 성경에서의 <40일>이란 언제나 고난과 고행과 갱생의 시간을 의미한다고 본 까닭입니다. 그래서 처음 수 세기 동안은 몹시 엄격하게 지켰습니다. 40일간 오직 저녁 한 끼만 허용됐고, 고기와 생선, 심지어는 우유와 달걀까지도 식탁에 오르지 못하다 8세기 이후 점차 규정이 완화되어 12세기에 와서는 금식 대신 절식이 행해졌고, 15세기에는 점심까지도 보장됐습니다. 그러나 연극이나 무용, 오락, 화려한 옷, 기름진 음식, 술 등은 여전히 금지되었는데, 16세기 종교 개혁가들은 이를 더욱 간소화하여 지금도 개신교는 아무것도 강제하는 규정이 없는 반면 가톨릭 쪽은 상대적으로 빡센 탓에 사제들에게는 일 년 중 가장 힘든 시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주님,

오늘따라 잿빛 하늘이 몹시 무거워 보이는 <재의 수요일>, 머리에 검불을 쓰고

굵은 베옷을 입고 재 위에 앉아 옷이 아닌 제 마음을 찢습니다.

여전히 믿음이 형편없고 다급할 때만 주님을 불렀음을,

여전히 게으르고 나태하며 기분에 따라 살아감을,

여전히 자신에게만 관대하고 남에게는 인색함을,

여전히 불평과 편견에 사로잡혀 이웃을 쉽게 판단함을,

여전히 참지 못하고 감정을 휘두르며 절제 없이 살아감을,

여전히 말만 앞세우고 언제나 겉과 속이 다른 위선자임을 통회하오니

부디 이 사십일 만이라도 내 뜻이 아닌 주님 뜻에 눈 뜨게 하옵소서.

고난과 시련의 사순절이 지나면 비로소 대망의 부활절이 오듯 

이번 사순절과 함께 우리의 모든 힘든 국면들이 지나가고 

이 땅에도 훈훈한 생명의 봄바람이 불어오게 하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