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론 전도사 리처드 도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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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C 현재 이 지구촌에서 가장 전투적인 무신론자 한 사람을 꼽는다면 단연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행동생물학자이자 진화론자인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 교수를 들어야 할 것입니다. 그가 한국을 찾아 지난 달 21일 오후 3시 한남동 블루스퀘어 3층 북파크 카오스 홀에서 강연회를 가졌습니다. 그날 그 강연에 참석한 방청객의 90%는 젊고 어린 학생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연단에 입장하는 도킨스 교수를 연신 스마트폰으로 찍어대며 무슨 연예인을 만난 듯 열광했습니다. 어떤 여학생은 질문 기회를 빌어 <사랑합니다! 오래 사세요~!>하며 진심 어린 애정 표현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이 젊은 학생들이 도킨스 교수에게 이렇게까지 매료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국내의 유명 진화 학자이며 도킨스 전문가(?)라는 서울대 장대익 교수와 대담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강연 내용 중 가장 도발적인 발언, 즉 <종교는 다음 세대에 이 지상에서 꼭 없어져야 한다!>는 말 한 마디에 학생들은 자지러질 듯 괴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고, 여기저기서 <옳소! 옳소!> 하는 소리까지 터져 나왔습니다. 그는 <인간을 살리겠다는 종교가 끊임없이 인간을 죽이는 전쟁의 원인이 되어 왔고 지금도 중동에서는 그런 종교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며 <종교가 사라진다면 이 지구촌은 지금보다 훨씬 더 평화롭고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고 역설 했습니다. 그러나 이날 그의 강연은 특히 과학의 발전에 따른 인류의 미래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 했는데 강연의 마무리는 과학도 기술도 아닌 인간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이었습니다. <과학을 통해 이 우주와 세상을 이해하는 우리 인간들은 무한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것에 대한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도킨스는 1941년 케냐 나이로비에서 태어나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동물학을 전공했으며 1995-2009년까지 옥스퍼드 대학교 뉴 칼리지의 교수로 재직 했고, 그 후에는 명예교수로 강의를 계속해 왔습니다. 그는 1976년에 발표한 저서 <이기적 유전자>로 일약 세계적인 석학 반열에 올랐는데, 1986년에 출간한 <눈먼 시계공>과 2006년에 발표한 <만들어진 신>으로 다시 악명 높은 무신론자, 가장 전문적인 기독교 저격수로 세계인의 뇌리에 깊이 각인 됩니다. <만들어진 신>(영문 제목은 The God Delusion – 신이라는 망상)은 무신론을 전도하기 위해 쓰여 진 책입니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을 설득해 하나님을 부정하게 하는 것이 그 책의 목적입니다. 따라서 기독교 신자들에게는 몹시 거북하고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책인데 그는 <이 책을 읽고도 계속 신을 믿는다면 그 사람은 정신이상자이고 이 책을 읽고 나서 신을 버리면 그는 비로소 자유로운 영혼이 된다>고 합니다. <누군가 망상에 시달리면 우리는 그를 정신이상자라고 한다. 그러나 다수가 망상에 사로잡히면 우리는 그것을 종교라고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이 즐겨 인용하는 토마스 제퍼슨의 말 <이해 불가능한 명제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조롱이다>를 충실히 따르며 기독교의 여러 신학적 전제들과 도그마를 마음껏 조롱하고 경멸합니다. 그러면서 기독교인들의 반격에 대해서도 나름의 대비책을 마련해둡니다. 그는 지금까지 기독교가 필요 이상의 존중을 받아온 만큼 자기의 이런 비아냥과 모욕쯤은 기꺼이 받아 들여야 한다고 강요합니다. 따라서 그의 이 책을 읽으려면 어느 정도의 굴욕은 각오해야 합니다. 이렇듯 도킨스는 기독교에 대해서만큼은 언제나 화난 표정을 짓습니다. 물론 화난 사람과 다툰다는 것은 그리 현명한 일이 못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일종의 <도킨스 현상>이라는 세계적인 무신론 문화와 정신사적 트랜드를 접하면서도, 그리고 그 장본인이 내한하여 무신론자들의 바이블이라는 그의 저작들을 직접 선전하며 강연을 하는데도 우리 교계와 신학계는 끝까지 묵묵부답입니다. 어째서 그 많은 목회자들이며 신학자들이 내 집까지 찾아온 무신론 전도사, 잔혹한 기독교 저격수에 대해 이토록 철저하게 함구할까요?
도킨스는 박식함과 세련미, 호전성과 과격성까지 갖추어 기독교를 공격하고 때로는 조롱과 경멸, 과장과 지나친 단순화로 대중들을 선동하며 무신론을 부추기는데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손을 놓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고, 신앙의 언어와 과학의 언어를 동시에 구사할 수 있는 기독 학자의 부재가 새삼 젊은 세대들에게 부끄러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