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교회 아카이브

[20161225] 성탄이란 (요 1:14)

20161225m

요 1:14

성탄이란?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의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


메리 크리스마스!

성탄이 무엇일까요? 이 물음에 대한 가장 정확한 답이 오늘 본문입니다. 말씀이 육신이 되신 사건이 성탄입니다. 답이 물음보다 더 어렵습니까? 말씀이 육신이 된 것을 성육신(成育身)이라고 합니다. 영어로는 인카네이션(incarnation)입니다. 이건 라틴말에서 가져왔습니다. 카네이션은 육신이고, 앞에 인이 붙으면 (육신이) 된다는 뜻입니다. 본문을 헬라어 원문으로 보면, <호 로고스 사르크스 에게네토>입니다. 사륵스는 육신, 살입니다. 로고스는 말씀입니다. 로고스가 사르크스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이 말씀을 처음 접한 헬라 사람들에게는 아마도 오늘 본문이 굉장한 충격이었을 겁니다. 요한복음은 헬라문화권 사람들에게 복음을 변증하려고 기록한 성경입니다. 플라톤이 말하는 최고의 선, 우주의 제1원인자가 이데아인데, 이것이 바로 로고스입니다. 그런데 헬레니즘을 선교 대상으로 삼은 요한복음이 이러한 헬라문화권의 사상을 차용해 로고스를 기독교식으로 재해석하였습니다. 요한복음 1장 1절을 보면, ‘태초에 말씀이 계시고,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이 곧 하나님이시다’고 합니다. 로고스가 다름 아닌 하나님이요, 성자라는 겁니다. 문제는 로고스가 사르크스가 되었다는 겁니다. 이 사건이 성탄이라는 것입니다. 


헬라 사람들에게 이런 주장이 어떠했을까요? 그들의 사상은 이원론적입니다. 헤브라이즘은 일원론적입니다. 영과 육을 구분해서, 영이 참이고, 영이 구원 받고, 영이 영생한다는 게 헬라사상입니다. 육은 어둠이고 악마적인 것이고 영혼을 채우는 족쇄입니다. 그러므로 헬라 사람들은 구원을 영혼이 육신의 족쇄에서 풀려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그래서 소크라테스가 약 사발을 마신 겁니다. 그러므로 로고스가 육신이 되었다는 것을 그들은 수용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성경은 말씀이 육신이 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헬라 사람들은 일단 기독교에 입문한 후, 이를 재해석을 합니다. 이게 바로 가현설(docetism)입니다. 로고스가 육신이 된 것은 육체처럼 보였을 뿐이라는 겁니다. 이게 바로 초대교회 최대 이단이었던 영지주의입니다. 이것은 어떤 경우라도 로고스가 사르크스가 될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생긴 사상입니다. 


그러므로 성탄은 하나님이 자신을 맨 밑바닥까지 내려놓으신 사건이고, 전무후무한 역설의 기적입니다. 요한복음 1장 10절 이하를 보십시오. “[10] 그가 세상에 계셨으며 세상은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으되 세상이 그를 알지 못하였고 [11] 자기 땅에 오매 자기 백성이 영접하지 아니하였으나 [12]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 성육신을 배척하면 하나님의 진정한 자녀가 될 수 없고, 이를 영접하면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 새로운 소속과 정체성을 부여하신다는 것이 12절의 말씀입니다. 


또 하나의 사실은, 어떤 이유 때문에 로고스가 사르크스가 되었냐는 겁니다. 만일 성육신이 없었다면, 하나님과 인간은 영원히 서로 만나지 못했을 겁니다. 양자간의 소통은 영원히 불가능했을 겁니다. 누구도 뛰어넘을 수 없는 양자 사이의 존재론적 간극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절대적인 존재이고, 우리는 한계에 매인 존재들입니다. 그러므로 이 간극이 있는 한 양자의 소통은 불가능합니다. 같은 동물인데도 인간과 오랑우탄이 소통하지 못합니다. 종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는 이보다 훨씬 극단적입니다. 존재론적 차원이 아예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인간을 사랑하시고, 인간의 구원을 원하시기에 반드시 대화가 필요했습니다. 이것을 히브리서 1장 1절 이하는 이렇게 말합니다. “[1] 옛적에 선지자들을 통하여 여러 부분과 여러 모양으로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신 하나님이 [2] 이 모든 날 마지막에는 아들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씀하셨으니 이 아들을 만유의 상속자로 세우시고 또 그로 말미암아 모든 세계를 지으셨느니라.” 옛날에는 하나님이 인간과 간접적으로 소통하셨다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인간이 하나님과 소통할 수 있을까요? 하나님은 보다 직접적인 방법을 강구하셨습니다. 양자의 존재론적 차원을 같게 하셨습니다. 우리가 개를 방 안에서 키우고, 침대에서 함께 잔다고 해서 사람과 개가 소통할 수는 없습니다. 단 하나, 사람이 개가 되든지, 개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하나님이 사람이 되던가, 사람이 하나님이 되면, 둘 사이에 대화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하나님이 이 방식을 택했습니다. 로고스가 사르크스가 되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성탄 사건입니다. 하나님이 우리와 만나고 소통하고 대화하기 위해서 사람이 된 사건이 성탄입니다. 하나님이 당신의 자리에 계시지 않고 인간의 자리로 스스로 끌어내린 것이 바로 성탄이요, 성육신입니다. 


주님은 헬라 영지주의자들이 주장한 것처럼 단지 우리 눈에 사람처럼 보이신 분이 아닙니다. 로고스가 완전한 사르크스가 되셨습니다. 하나님이 완전한 사람이 된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주님의 정체성을 얘기할 때, 완전한 하나님이시고 완전한 사람인 분이라고 합니다. 주님은 사람이 됨으로써 우리와 대화가 가능해졌습니다. 그러므로 주님의 말씀은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주님은 그 존재 자체가 하나님의 언어요, 생애 자체가 하나님의 생생한 육성입니다. 우리를 향한 구체적인 메시지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주님을 통해 하나님의 뜻과 계획을 다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성육신을 통해 하나님이 우리에게 베푸신 무한한 은혜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탄하신 주님을 찬양하고 감사하며 경배와 영광을 바쳐야 합니다. 저는 2년 전 성탄절 날에 하나님의 이러한 소통방식을 우리 대통령이 배워서 천상천하 유아독존이 아니라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통령의 탄핵까지 오고 말았습니다. 


성탄은 하나님이 우리와 대화하기를 원하신 초유의 사건입니다. 그런데 첫 성탄 때는 주님을 용납한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별로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금년에도 지구촌 도처에서 요란하게 성탄절을 맞이하지만, 진심으로 성탄절을 감사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성탄 시즌을 즐길 따름입니다. 그러나 여러분만큼은 모두 아기 예수님을 경배하며 깊이 교감함으로 풍성한 성탄의 은혜를 누리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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