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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br></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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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span><br></span></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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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span>겨울이 시작된다는 입동이 지난 월요일이었습니다. 그동안 가로수를 장식했던 고운 나뭇잎들이 이제 하나 둘 떨어지며 나무들이 조금씩 민낯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누구에게나 아픈 상실의 계절이 있습니다. 스스로 벌거벗지 않으면 다시 새 봄을 맞을 수 없으니까요. </span></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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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span><br></span></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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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span>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 1797-1828)의 &lt;겨울 나그네&gt;(Die Winterreise)는 24편의 시에 그의 영혼의 순례를 담은 연가곡입니다. &lt;나의 작품은 음악에 대한 나의 이해와 슬픔을 표현한 것이다. 슬픔으로 만들어진 작품이야 말로 이 세상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하리라. 슬픔은 누군가의 아픈 가슴을 어루만지고 우리 모두의 영혼을 맑게 한다&gt;(일기 중에서, 1827).</span></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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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span><br></span></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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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span>모진 아픔과 슬픔을 기꺼이 받아들인 31년의 짧은 생애, 그렇게 해서 탄생한 작품들이기에 그의 곡들은 지금도 우리의 나그네 길에 깊은 공감과 위로를 주고 있습니다. 무려 6백 곡이나 창작하며 가곡을 예술의 한 중요한 장르로 격상시킨 슈베르트는 자신의 음악적 열정을 오로지 가곡에 쏟아 부었습니다. 과장되거나 극적인 효과를 혐오했던 슈베르트는 특히 독일 시인 빌헬름 뮐러(1794-1827)의 진솔하고도 단순 소박한 시에 내재된 깊은 슬픔에 매료되어 시와 음악의 가장 아름다운 조합을 이끌어 냅니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간결한 표현 안에 극히 심오한 내적 정서를 담아내는 것이 슈베르트 가곡의 특징이라면 &lt;겨울 나그네&gt;야 말로 쓸쓸한 겨울 풍경과 고독한 내면의 정경들을 곡속에 담담하게 담아 낸 가장 슈베르트다운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첫 곡인 &lt;밤 인사&gt;(Gute nacht)는 연인에게 마지막 이별을 고하고 먼 여행길에 오르는 나그네의 심정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lt;낯선 이방인으로 왔다가 다시 이방인으로 떠나네 / 세상은 슬픔으로 가득하고 길은 온통 흰 눈에 덮였네 / ... 사랑은 방랑을 좋아한다네 / 하나님이 그렇게 이곳저곳을 떠돌도록 정해 놓으셨다네 / 내 사랑이여, 이제는 안녕!&gt; 나그네는 황량한 겨울 벌판을 걸으며 현실과 환상,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헤맵니다. 겨울 나그네를 작곡할 당시 슈베르트는 병세가 더욱 악화되어 육체도 정신도 거의 무너져 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lt;겨울 나그네&gt;는 처음부터 끝까지 절망적인 분위기가 곡 전체를 지배하며 계속 추운 겨울의 어둠 속을 헤맵니다. 슈베르트가 이 &lt;겨울 나그네&gt;를 작곡한 1827년, 봄에는 그가 가장 존경했던 베토벤이, 또 9월에는 이 시를 쓴 뮐러가 3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납니다. 그리고 그 다음 해 11월 19일인 금주 토요일, 이번에는 그 자신이 뮐러보다 더 젊은 31세로 천국의 여정에 오릅니다. &lt;겨울 나그네&gt;는 혼자 들어야 맛입니다. 혹 여러 사람이 함께 듣는 콘서트홀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내면에만 집중하여 고독하게 들어야 비로소 귀가 열리며 슈베르트가 착상한 음율을 만납니다. 슈베르트의 리트(독일 가곡)를 듣는다는 것은 마치 홀로 겨울 여행을 떠나는 것과도 같습니다. 올해도 &lt;겨울 나그네&gt; 스페셜리스트로 정평이 나 있는 영국의 이안 보스트리지를 비롯 토마스 바우어, 독일 가곡의 지존으로 명성이 자자한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까지 줄줄이 국내 무대를 찾습니다. </span></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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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span><br></span></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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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span>그런데 제게는 왠지 허무와 비애, 외로움으로 가득 찬 슈베르트의 이 &lt;겨울 나그네&gt;가 지금 가장 혹독한 겨울 여행에 나서야 하는 우리 대한민국의 운명과 겹치면서 가슴을 더욱 휑하게 합니다.</span></di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