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교회 아카이브

백척간두에 서서



요즘은 하루가 한 달 같습니다. 
설마 설마 했던 일들이 하나 둘 다 사실로 밝혀지면서 국민 모두가 너무도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오물을 확 뒤집어 쓴 기분, 나라가 통째 시궁창에 처박힌 느낌, 사이비에 가위 눌린 대한민국의 모습이 딱하다 못해 이젠 불쌍하기까지 합니다. 
청와대가 지난 4년간 똬리를 튼 귀신의 소굴이었다니... 귀신에게 볼모잡힌 대통령이 그동안 나라를 경영했다니... 생각할수록 분하고 끔찍하고 섬찟합니다. 
그래서 다들 허허로운 가슴을 쓸며 멍하니 집단 공황증에 빠져 그야말로 멘붕, 패닉, 개점 휴업인 채로 통치도, 정치도 리더십도 실종된 무정부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한 마디로 모든 엔진이 꺼져 버린 것입니다. 

단 며칠 만에 무너진 대한민국, 국민들은 자신의 주권을 최순실에게 도둑맞았고, 권력을 맡긴 박대통령에게 배신당했습니다. 자괴감과 수치심과 분노로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국민들은 부모를 둘 다 총탄에 잃었다는 연민으로, 그동안 남성 대통령들에게 너무 당해서 여성이 대통령이 되면 뭐가 달라도 조금은 다르겠지 하는 기대로, 혼자니까 사심 없이 국정에 임하겠지 하는 순진한 바람으로, 고단한 국민들을 어머니같이 따뜻하게 보듬어 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한 표라도 더 던진 것인데 접신의 추악한 배신이라니... 우리 모두가 바보였고, 무식했고, 어리석었고, 자라는 어린 세대들에게 씻지 못할 깊은 상처를 입히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사교의 그 악마적인 폐해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부모형제도, 자식도 없습니다. 남편도 아내도 없습니다. 국민도 나라도 없습니다. 오직 자신이 신봉하는 교주와 그의 최면, 마법만 있을 뿐입니다. 최태민이 살아생전 <박근혜와 나는 영적 부부>라며 떠벌이고 다녔다니 오죽하겠습니까? 

저는 이번 일로 박대통령이 하야를 하거나 탄핵을 당한다 해도 최태민의 최면에서 풀려나리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현기증이 날 지경입니다. 참담함에 국민들의 속은 이미 새카맣게 타버렸습니다. 대통령에게 올리기 위해 밤새워 만든 엘리트 공직자들의 보고서가 찜질방을 드나드는 동네 아줌마 손에 들어가 무참하게 난도질을 당하고 때로는 그냥 쓰레기통에 던져졌다니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아파트 부녀회장만도 못한 국가 운영 방식으로 한 나라의 권위를 짓밟아 저 길바닥에 나뒹구는 낙엽보다 더 가볍게 만든 대통령이 우리를 이렇게 슬프게 합니다. 

그녀는 이미 탄핵됐습니다. 지지율 5프로짜리 식물 대통령, 사망 대통령입니다. 세대에 따라서는 1프로, 지역에 따라서는 0프로 대통령이니 닥치고 서둘러 방을 빼는 게 맞습니다. 물론 믿는 자로서 감사할 일도 영 없지는 않습니다. 우선 이토록 가증한 사귀의 장난질이 끝내 묻히지 않고 임기 중에 극적으로 들통 났다는 사실이 기적입니다. 그동안 최순실의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지만 구체적인 물증이 없어 매번 흐지부지되고 말았는데 이번에는 결정적인 증거인 태블릿 PC가 확보되면서 꼼짝없이 밝혀지게 된 것 아닙니까? 생각해 보십시오. 5천만 국민의 생사와 운명이 국가 보안 시스템의 통제를 벗어나 일개 동네 아줌마의 손에 의해, 그것도 악령의 조종을 받는 죽은 사이비 교주의 딸에 의해 농단되고 있었다니 얼마나 경악스럽습니까?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 국가경제나 외교를 파탄내거나 안보를 그르쳐 이 나라를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몰아갔다면 어쩔번 했습니까? 또한 이번 일로 국민들이 사이비 종교의 치명적인 해악을 다시 한 번  자각하게 됐다는 것도 감사한 일입니다. 지난 번 세월호 때는 유병언과 구원파가 온 나라를 뒤흔들며 국민들을 경악하게 했는데, 이번에는 또 다시 죽은 최태민이라는 사이비의 망령이 나라를 초유의 위기에 빠뜨린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국민들이 정통 종교와 사이비 종교에 대해 이렇다 할 차별성을 못 느낀다는 겁니다. 그것은 결국 정통 종교의 정체성이 그만큼 흐릿하다는 얘기이므로 우리 기성 교회들의 뼈아픈 자성이 요구되는 대목입니다. 어쨌든 믿는 자들이 더욱 깨어 이 나라에서 음습한 악귀의 기운을 몰아내야 합니다.  <마귀의 간계를 능히 대적하기 위하여 하나님의 전신갑주를 입으라>(엡 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