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id": "xe-47747",
  "title": "가을의 문턱에서",
  "authors": [],
  "category": "column",
  "dates": {
    "registered_at": "2015-08-30T07:38:19",
    "original_updated_at": "2015-08-30T07:38:19",
    "published_on": null,
    "delivered_on": null
  },
  "tags": []
}
---
<!-- paragraph:p0001 -->
<p class="p1"><br></p>
<!-- paragraph:p0002 -->
<p class="p2"><br></p>
<!-- paragraph:p0003 -->
<p class="p3">유난히 자신의 뜨거움을 과시하던 올 여름 폭염이 요 며칠새 기세가 많이 꺾였습니다. 높고도 파란 하늘과 뭉개구름, 낮에는 여전히 뜨겁지만 밤과 새벽 기온은 뚝 떨어져 제법 가을의 정취가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이렇듯 어김없이 찾아오는 계절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또 한 번 이 세상에서 믿을 수 없는 건 오직 우리 인생들의 심사 뿐, 우주의 궤도를 달리는 시간은 언제나 성실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p>
<!-- paragraph:p0004 -->
<p class="p3"><br></p>
<!-- paragraph:p0005 -->
<p class="p3">저의 이번 휴가는 별로였습니다. 처음부터 무슨 큰 기대를 건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황당한 &lt;방북신청서&gt;가 접수되고, 통일부의 호의적인 반응도 뜻밖이어서 일말의 가능성이 없지 않았는데 졸지에 목함지뢰 폭발로 신의주행이 날아가더니 차선의 &lt;부산에서 고성까지&gt;도 동해로 북상하는 태풍 &lt;고니&gt; 때문에 불발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p>
<!-- paragraph:p0006 -->
<p class="p3"><br></p>
<!-- paragraph:p0007 -->
<p class="p3">오늘도 세월의 강은 무심히 흐르는데 그 물결을 따라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는지 제대로 살펴볼 겨를도 없이 그저 노 젓는 수고에만 골몰하다 어느덧 황혼을 맞게 되는 게 우리 인생이 아닌가 싶어 조금은 쓸쓸함이 느껴지는 여름의 끝자락. </p>
<!-- paragraph:p0008 -->
<p class="p3"><br></p>
<!-- paragraph:p0009 -->
<p class="p3">사실은 이런 공허감과 허무감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 믿음인데, 육신은 비록 이 땅에 살지라도 그 심령 속에 하늘의 영을 품고 사는 것, 늘 아쉽기만 한 오늘의 자리에서 내일의 꿈을 키우며 사는 기쁨이 다름 아닌 믿음입니다. 오늘 설교의 본문을 발췌한 히브리서 11장의 말씀처럼 &lt;바라는 것들의 실상,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gt;가 바로 그것입니다. 따라서 믿음을 가진 사람은 하나님의 나라가 곧 내 것이기에 비록 가진 돈이 없다 해도 진정 풍요한 자가 되며, 도리어 욕심껏 살았던 지난 세월들이 가난한 삶이었음을 퍼뜩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lt;더 가짐&gt;과 &lt;많이 가짐&gt;으로부터 자유하기 전까지는 언제나 하나님이 홀로 외로우시다는 것입니다.</p>
<!-- paragraph:p0010 -->
<p class="p3"> </p>
<!-- paragraph:p0011 -->
<p class="p3">우리의 영혼이 온갖 탐욕에 절어 거칠고 황폐하므로 하나님이 아무런 대화의 상대도 없이 마냥 깊은 고독 속에 계시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하나님과의 교제를 무시하고 오로지 자기의 힘으로만 이 세상 모든 것을 차지하겠다고 허우적거리다 육신은 실제 살아온 시간보다 훨씬 일찍 노쇠하고 영혼은 늘 기진한 채로 시들어 가고 있는 게 바로 우리 인생이 아닌가 합니다. </p>
<!-- paragraph:p0012 -->
<p class="p3"><br></p>
<!-- paragraph:p0013 -->
<p class="p3">인간관계도 마찬가집니다. 한 인간의 진실과 만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순수한 사랑입니다. 그렇지 않은 한 그 누구와의 관계도 우리는 영원한 &lt;겉돌기&gt;로 그칠 것입니다. 만남의 진정한 감동이 없는데 어떻게 진실한 교감이 이뤄지겠습니까?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서로에게 타인이며 늘 &lt;지붕 위의 한 마리 참새처럼&gt;(시 102:7) 외로울 뿐입니다.</p>
<!-- paragraph:p0014 -->
<p class="p3"><br></p>
<!-- paragraph:p0015 -->
<p class="p3">이제 우리는 끝없는 탐욕의 추함과 결별하고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과 인간의 내면에 담긴 가장 밝고 아름다운 빛, 즉 사랑을 발견하는 기쁨을 새롭게 배워야가야 합니다. 또한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애타는 사랑에 뜨거운 가슴으로 응답하는 존재로 거듭나야 합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멸시하는 터무니없는 자가 아니라 그 사랑의 감격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겸손한 자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모쪼록 넘치는 하나님의 사랑을 위해 보다 풍성한 결실을 준비하는 생명 가득한 영혼이 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