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로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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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 블랙홀, 웜홀, 공간과 시간의 왜곡, 5차원 세계, 양자역학, 상대성 이론 등 무시무시한 용어들과 전문적인 천체 물리학 이론들이 다 동원되는 결코 쉽지 않은 영화 한 편이 그야말로 블랙홀처럼 지금 대한민국 관객들을 다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도 놀란 듯한 <인터스텔라>, 저도 지난 목요일 조조로 보고 왔습니다.
나사(NASA)의 비밀기지에서 <나사로 프로젝트>를 총괄한 브랜든 박사가 주인공인 쿠퍼를 인듀어런스 호에 태워 우주로 보내며 읊은 시입니다.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라 / 노년이여, 저무는 날에 대해 소리치며 저항하라 / 죽어가는 빛에 대해 분노하고 분노하라...>
영국 웨일즈 출신의 시인 딜런 토머스의 싯귀인데 이 시가 영화 중간중간 반복되며 <나사로 프로젝트>가 곧 인류의 멸망에 대한 저항이자 저물어가는 지구 운명에 대한 절박한 몸부림임을 암시합니다.
나사로는 복음서의 인물로 예루살렘 성 밖 베다니에서 살았던 마르다와 마리아의 오라버니로 죽었다가 나흘 만에 다시 살아난 사람입니다. 나사(NASA)가 위기에 처한 인류를 구하기 위해 우주 프로젝트를 수립하고 그것을 <나사로 프로젝트>라 명명한 것은 절망적인 인류의 운명도 죽었다가 되살아난 나사로처럼 다시 회생되기를 염원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영화 제목인 인터스텔라(Interstellar)란 <성간>(星間)을 뜻하는 용어로 별과 별, 즉 항성과 항성 사이의 공간을 의미하는 말인데 이게 바로 이 영화의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모티브가 됩니다. 이 영화가 미국의 이론 물리학자로 중력이론의 대가인 킵 손(Kip Thorne)의 웜홀이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킵 손은 웜홀을 이용한 성간여행이론을 제시한 사람입니다. 웜홀이란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연결하는 하나의 통로로 아직은 그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가설이지만 웜홀을 통과하면 순식간에 몇백 광년 떨어진 다른 우주 세계로의 시간여행도 가능하다는 게 킵 손의 주장입니다. 놀란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며 꼼꼼히 킵 손 교수의 자문과 감수를 받았다고 하는데 그 덕분에 <인터스텔라>는 역대 SF영화 가운데서 첨단 우주과학이론을 가장 충실하게 구현한 영화로 평가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 영화의 주제와 메시지는 중력도 블랙홀도 웜홀도 아닙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쿠퍼와 머피라는 부녀지간의 사랑을 그 동력으로 삼습니다. 애시당초 쿠퍼가 인듀어런스 호에 탑승한 것도 순전히 자식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주인공 쿠퍼를 지탱하게 한 힘은 오직 내 가족에 대한 소박한 사랑입니다. 내 자식들을 더 이상 흙먼지 날리는 이 지구에 굶어 죽거나 숨막혀 죽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는 생각에서 그토록 반대하는 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사랑해!>라는 말을 남기고 인류가 새롭게 정착할 행성을 찾아 우주로 떠난 것입니다. 딸 머피 역시도 아버지에 대한 지독한 그리움과 사랑 때문에 연구를 거듭하다 결국은 난해한 중력 방정식을 풀어 토성 궤도에 인류가 탑승할 우주정거장 <스페이스 콜로니>를 세우는 데 성공합니다.
홀로 에드먼드 행성에 미아로 남아 있는 여주인공 엔 해서웨이(아멜리아>를 찾아 다시 우주여행을 떠나는 쿠퍼의 마지막 장면도 참 감동적입니다.
오직 사랑이라는 중력에 끌려 영원에서 시간으로 진입하사 이 지구라는 별까지 찾아오셨던 주님의 성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번 성탄절에는 블랙홀과 화이트홀 사이의 웜홀처럼 주님과 우리 사이에도 그런 교통과 교감의 이동 통로, 시공을 초월하는 5차원의 큐브와 같은 세계가 활짝 열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